국산 종균 가격, 일본산의 10분의 1
스마트 발효 장, 美 첫 수출 판로 개척
된장과 간장, 김치, 막걸리 같은 전통 발효식품의 맛은 단순히 원료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같은 콩과 쌀을 사용해도 어떤 종균을 쓰느냐에 따라 발효 속도와 향, 맛은 물론 생산성과 식품 안전성까지 달라진다. 다만 지금까지는 긴 발효 시간과 수입 종균 의존에 따른 높은 비용이 산업 발전의 한계로 꼽혀왔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한 토착 발효미생물의 국산 종균이 개발되면서 전통 종균산업도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발효 시간을 절반 이상 줄이고 생산 비용을 낮춘 것은 물론, 제품 품질을 높여 해외시장까지 진출하는 기업도 등장했다.
대표적인 기업은 장류용 종균을 생산하는 개신바이오텍이다. 기존 곰팡이 중심의 생산방식을 이어오던 개신바이오텍은 농촌진흥청으로부터 기술이전 받은 토착 바실러스 종균을 활용해 청국장과 메주를 제조하면서 한 달 이상 걸리던 발효 기간을 10∼15일로 단축했다. 발효 기간이 절반 이상 줄면서 생산 회전율은 높아지고 저장·관리 비용은 감소했다. 일본산 종균 가격이 100g당 약 32만원인 반면 국산 종균은 3만2000원 수준으로 가격 부담도 크게 낮췄다. 또 장류용 토착 바실러스균은 식중독균인 바실러스 세레우스 증식을 최대 77% 억제하는 효과도 확인됐다.
탁주용 종균을 생산하는 충무발효도 종균 대량생산 기술을 도입해 산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기존에는 탁주 제조 과정에서 세균 오염 위험과 품질 편차가 문제였지만, 토착 종균을 활용하면서 균일한 품질 확보가 가능해졌다. 누룩 유래 황국균을 활용한 탁주와 전통주 제조에도 적용되면서 국산 종균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기술이전 성과는 수출로도 이어졌다. 영농조합법인 토굴발효는 바실러스 종균과 전통장 발효관리 기술을 이전받아 스마트 발효기술을 적용한 된장과 고추장, 발사믹 식초 등을 개발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3월 미국 홈마트에 첫 수출을 시작했다. 초도 물량만 3000만원을 기록했다. 토착 종균이 국내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해외시장 진출 기반까지 마련한 사례다.
이처럼 토착 발효미생물의 산업화가 가능해진 배경에는 종균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필요한 균주를 쉽게 찾을 수 있는 기반 기술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발효식품 제조업체가 경험에 의존해 균주를 선별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미생물의 발효 특성과 향기 성분과 효소 활성, 안전성 등을 데이터베이스화하면서 목적에 맞는 종균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농진청은 지금까지 확보한 토착 발효미생물의 유전적 특성과 발효능, 기능성 등을 분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업이 원하는 맛과 향, 발효 속도에 맞는 종균을 추천하는 인공지능(AI) 기반 시스템을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김상범 농진청 발효가공식품과장은 “경험에 크게 의존했던 전통 발효식품 제조가 데이터 기반 생산체계로 전환되면 품질 편차를 줄이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어 중소 식품기업의 제품 경쟁력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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