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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건네준 초콜릿 한 조각이 인생을 바꿨다”…45년 외길 김양중 초콜릿 제조 ‘아시아 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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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진천=김정모 기자 race121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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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설록·스타벅스·찰떡파이 등 이름만 들어도 익숙한 제품 개발 참여
기술 특허 5건·개발자 20여 명 양성…“후배들에게 기술 남기고 싶다”
제15회 아시아 로하스(ESG) 산업대전서 기술력·사회공헌 인정 명인 인증

“어린 시절 미군이 건네준 밀크초콜릿 한 조각의 맛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어린 시절 주한 미군이 건네줘 우연히 맛본 밀크초콜릿 한 조각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꿨다. 그 달콤한 기억은 평생을 바칠 직업으로 이어졌고, 45년이 지난 지금 그는 초콜릿 제조 분야 ‘아시아 명인’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김양중 부사장(왼쪽 끝)이 '2026 아시아 명인 인증서 수여식'에서 초콜릿 제조 분야 명인 인증서를 받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양중 부사장(왼쪽 끝)이 '2026 아시아 명인 인증서 수여식'에서 초콜릿 제조 분야 명인 인증서를 받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충북 진천에 있는 삼광식품에서 34년째 근무 중인 김양중 부사장이 최근 초콜릿 제조 분야 아시아 명인으로 선정됐다. 명인 인증서는 지난 17일 서울교육대학교에서 열린 ‘2026 제15회 아시아 로하스(ESG) 산업대전’ 시상식에서 수여됐다.

 

아시아 로하스(ESG) 산업대전은 친환경과 기술, 지식경영, 사회적 책임 등 지속가능한 가치 창출에 기여한 기업과 기관, 개인을 발굴·시상하는 행사다. 이 가운데 아시아 명인은 분야별 전문성과 기술력, 사회공헌 등을 종합 평가해 선정하는 프로그램이다.

 

심사는 해당 분야 15년 이상 경력을 기본으로 자격과 교육, 수상 실적, 기술력과 창의성, 사회공헌 등 16개 항목을 종합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김 부사장은 지식경영과 기술경력, 사회공헌 분야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초콜릿 제조 분야 명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김양중 부사장과 아시아 명인 선정을 축하하러 찾아온 기업인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양중 부사장과 아시아 명인 선정을 축하하러 찾아온 기업인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 부사장의 초콜릿 인생은 우연에서 시작됐다.

 

군 입대 전 학창 시절, 교수의 부탁으로 한 제과업체에서 일을 돕게 됐다. 당시 초콜릿 제조 기술은 지금처럼 체계적이지 않았다. 원하는 맛도, 반짝이는 광택도 나오지 않았다.

 

답을 찾기 위해 그는 도서관을 드나들었다. 관련 서적을 찾아 밤낮없이 공부했고 배합 비율과 제조 조건을 수없이 바꿔가며 실험을 반복했다. 그 결과 맛과 광택을 크게 개선한 초콜릿 제조기술을 익혔고 케이크 장식용과 팬시 초콜릿까지 직접 만들 수 있게 됐다.

45년간 초콜릿 제조기술을 연구해 온 김양중 부사장이 초콜릿 제조 분야 '2026 아시아 명인' 인증패를 받았다.
45년간 초콜릿 제조기술을 연구해 온 김양중 부사장이 초콜릿 제조 분야 '2026 아시아 명인' 인증패를 받았다.

첫 직장은 국내 대형 제과회사였다. 생산 현장에서 경험을 쌓으며 초콜릿 제조기술을 본격적으로 연구했고, 이후 삼광식품으로 자리를 옮겨 지금까지 34년 동안 연구개발과 생산 현장을 지켜왔다.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익숙한 초촐릿 상품 가운데는 그의 손길이 닿은 제품들이 많다.

 

오설록 녹차초콜릿바를 비롯해 스타벅스 핑거초콜릿과 베리핑거초콜릿, 찰떡파이, 마카다미아 초콜릿 등 다양한 제품 개발에 참여했다. 국내 시장뿐 아니라 해외 수출용 초콜릿 개발에도 힘을 보태며 국내 초콜릿 산업 경쟁력 향상에 기여했다.

김양중 삼광식품 부사장이 충북 진천공장에서 생산라인을 점검하며 직원들과 함께 초콜릿 제조 공정을 살펴보고 있다.
김양중 삼광식품 부사장이 충북 진천공장에서 생산라인을 점검하며 직원들과 함께 초콜릿 제조 공정을 살펴보고 있다.

김 부사장은 제품뿐 아니라 기술도 남겼다. 제품 관련 특허 2건과 생산설비 특허 3건을 보유하고 있으며 제조 공정 개선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 개발도 꾸준히 이어왔다. 지금도 회사 연구개발팀 10여 명을 직접 교육하며 20여 명의 초콜릿 개발자를 양성했다.

 

그는 “좋은 초콜릿은 단순히 카카오를 녹여 만드는 것이 아니라 원료 배합과 온도, 시간, 광택, 식감까지 모든 공정을 이해해야 완성된다”며 “현장에서 축적된 경험이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초콜릿 산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은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초콜릿을 제대로 만들려면 식품공학이나 제과·제빵을 전공하며 기초를 다져야 한다”며 “국내에도 전문 교육기관이 생기고 있지만 일본과 벨기에, 프랑스처럼 체계적인 초콜릿 전문학교는 아직 부족하다”고 말했다. 

 

최근 K-베이커리와 K-디저트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넓혀가는 가운데 45년 동안 한 길을 걸어온 초콜릿 기술자의 노하우는 국내 식품산업의 또 다른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양중 부사장이 연구개발 직원에게 초콜릿 제조 설비 운용과 생산 공정을 설명하며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김양중 부사장이 연구개발 직원에게 초콜릿 제조 설비 운용과 생산 공정을 설명하며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좋은 기술은 혼자 간직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에 전해질 때 비로소 더 큰 가치를 갖는다”며 “후배들이 우리나라 초콜릿 기술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시켜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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