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매체가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 확대를 두고 미국의 전략적 우선순위에 의존할수록 한국 산업이 미국의 이익에 종속되고 국내 제조업 기반의 공동화가 가속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1일 ‘미국의 우선순위만 좇다가는 한국의 산업 이익이 위태로워진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삼성전자의 미국 내 인력 감축과 본사 이전 계획을 언급하며 이같이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9일 성명을 통해 소비자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미국법인(SEA)의 본사를 텍사스주로 이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뉴저지주 잉글우드클리프스에서 근무하는 직원 739명이 영향을 받게 된다. 미국법인은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지 않으며, 이번 인력 조정에는 소비자가전 시장의 경쟁 심화와 반도체 가격 상승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타임스는 삼성전자의 조정이 미국 정부가 자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한국 반도체 기업들을 미국 내 생산 체계에 더욱 깊숙이 편입하려는 상황에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공급망 안보를 명분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현지 생산기반 확대를 지속해서 요구해왔으며 텍사스주는 토지와 전기·수도 등 공공요금, 공장 건설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미국 반도체 생산 현지화의 핵심 거점으로 떠올랐다는 설명이다.
매체는 “삼성의 결정을 촉발한 요인이 무엇이든 그 이면에 미국의 산업 전략이 작용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그 영향은 삼성에 국한되지 않고 한국 반도체 산업 전체와 직결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보조금과 세제 혜택뿐 아니라 직접적인 압박을 통해 한국 기업들을 미국 중심의 공급망에 편입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또 앞서 릭 스위처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가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의 회담에서 미국 기업들의 한국산 반도체 구매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사상 최대 실적에 기여한 만큼 미국도 이익 일부를 나눠 가져야 한다는 취지로 언급했다는 국내 매체의 보도도 거론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과의 협력 강화가 한국 기업의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미국 시장에 안정적으로 접근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다만 “미국의 전략적 우선순위를 그대로 따른다면 한국은 불편하고 취약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며 “한국 반도체 산업이 미국의 전략에 의존할수록 미국의 이익에 종속될 위험도 커진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국 기업들이 미국의 현지 생산 요구에 맞춰 생산 능력과 핵심 기술 인력을 옮길 경우 국내 제조업 기반의 공동화가 빨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첨단 생산시설과 고급 인력, 핵심 사업의 의사결정 기능이 미국으로 계속 이전되면 한국의 반도체 연구·개발 기반과 고용 생태계, 공급망 회복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매체는 한국 정부가 800조원 규모의 기업 투자를 토대로 서남권에 메모리반도체 생산공장 4곳을 포함한 새로운 생산기지를 조성하려는 계획도 언급했다. 이어 “국내에서 핵심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려는 열망은 외부 압력으로 산업 기반이 해외로 이전되는 현실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며 대외 압력 속에서 국내 산업 기반과 독자적인 발전 경로를 지키는 문제가 향후 한국 반도체 산업의 장기적 과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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