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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앱 지우는 사람이 승자?”…23% 폭락 뒤 뒤집힌 ‘투자 심리’ [숫자 뒤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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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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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코스피 6747.95 마감…3.56% 반등에도 이달 20.39%↓
지난달 고점 대비 25.97%↓…레버리지 순매수 8조2000억원
외국인·기관 1조6422억원 순매수…개인은 1조6421억원 순매도

“주식 앱 지우는 사람이 승자다.”

 

코스피가 21일 3.56% 반등해 6747.95로 마감했다. 전날 매도 사이드카에 이어 이날에는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지만, 이달 하락률은 여전히 20%를 웃돌았다. 연합뉴스
코스피가 21일 3.56% 반등해 6747.95로 마감했다. 전날 매도 사이드카에 이어 이날에는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지만, 이달 하락률은 여전히 20%를 웃돌았다. 연합뉴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에는 “나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없다”는 불안감이 번졌다.

 

그러나 최근 주가가 급락하면서 분위기는 정반대로 돌아섰다. “주식을 안 해서 다행이다”, “그때 들어가지 않은 게 신의 한 수였다”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한 재테크 유튜브 채널에는 서울의 한 구축 아파트 중도금을 주식에 투자했다가 2억원이 넘는 평가손실을 봤다는 40대 여성의 사연도 소개됐다.

 

이 여성은 아파트를 신고가에 매수한 뒤 너무 비싸게 산 것 같다는 불안감에 중도금을 주식으로 불리려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가가 급락하면서 퇴직연금과 개인연금까지 끌어 쓰고, 주택담보대출도 한도인 6억원까지 받아야 할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코스피는 이달 들어 지난 20일까지 23.13% 급락했다. 21일 3% 넘게 반등했지만 앞선 낙폭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상승장을 지배했던 ‘포모(FOMO·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는 빠르게 가라앉았다. 대신 놓친 기회를 아쉬워하기보다 급락장을 피했다는 데서 안도하는 ‘조모(JOMO·놓치는 즐거움)’가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매도 사이드카 다음 날 매수 사이드카

 

21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31.68포인트(3.56%) 오른 6747.95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0.58% 오른 6553.88로 출발했지만 장 초반 6429.03까지 밀렸다. 이후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장중 6836.86까지 치솟았다. 하루 고점과 저점의 차이는 407.83포인트에 달했다.

 

급등 과정에서는 매수 사이드카도 발동됐다. 한국거래소는 낮 12시41분29초 코스피200 선물지수가 기준가격보다 5% 이상 오른 상태를 1분간 유지하자 프로그램 매수호가의 효력을 5분간 정지했다.

 

전날 코스피가 4.46% 급락하면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지 하루 만에 반대 방향의 사이드카가 작동했다. 지수의 방향은 바뀌었지만 변동성은 가라앉지 않았다.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순매수하며 반등을 이끌었고, 개인은 1조6000억원 넘게 순매도했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70포인트(0.49%) 오른 753.34로 마감했다.

 

하루 반등만으로 앞선 손실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지난달 말 8476.48이던 코스피는 21일 6747.95까지 내려왔다. 이달 하락률은 20.39%다.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였던 지난달 22일 9114.55와 비교하면 25.97% 낮다. 지수가 하루 3% 넘게 올랐는데도 투자자들이 안심하기 어려운 이유다.

 

◆삼전·하이닉스 레버리지에 8조2000억원

 

급락 직전까지 개인 자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상승에 베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으로 몰렸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달 30일 내놓은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출시 전후 주식시장 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상품이 출시된 5월27일부터 6월19일까지 개인투자자의 레버리지 ETF 누적 순매수액은 약 8조2000억원이었다.

 

SK하이닉스 상품에 약 4조6000억원, 삼성전자 상품에 약 3조7000억원이 유입됐다. 종목별 수치가 조 단위로 반올림돼 단순 합산한 금액과 전체 순매수액에는 차이가 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기초주식의 하루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한다. 예상과 반대로 주가가 움직이면 손실도 두 배로 불어난다.

 

상승과 하락을 반복할 때는 기초주식이 처음 가격을 회복하더라도 상품의 원금은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 매일 수익률을 다시 계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음의 복리효과’ 때문이다.

 

예를 들어 주가가 20% 하락한 뒤 25% 오르면 기초주식은 원래 가격을 회복한다. 그러나 2배 레버리지 상품은 40% 하락한 뒤 50% 오르기 때문에 원금의 90%만 남는다.

 

금융위원회는 국내 주식의 하루 가격제한폭이 ±30%인 만큼 기초주식이 하한가를 기록하면 2배 레버리지 상품에서는 이론적으로 하루 최대 60%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레버리지 상품의 리밸런싱 거래가 주가가 오를 때 사고 내릴 때 파는 방식으로 이뤄져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물론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변동성 확대를 레버리지 상품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글로벌 반도체주 조정과 거시경제 불확실성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했다.

 

◆“나만 없다”에서 “안 사서 다행”으로

 

투자 심리는 한 달 만에 정반대로 돌아섰다. 상승장에서는 “나만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없다”는 불안감이 뒤늦은 추격 매수를 불렀다. 주가가 급락하자 온라인의 관심은 수익을 낸 사람보다 시장에 들어가지 않은 사람에게 쏠렸다.

 

“주식 앱 지우는 사람이 승자다”, “고점에서 안 산 게 다행이다”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기회를 놓칠까 두려웠던 포모가 손실을 피했다는 조모로 뒤집힌 것이다.

 

급락장에서 사용되는 조모는 본래 의미와는 거리가 있다. 원래 조모는 다른 사람의 활동을 좇지 않고 자신이 선택한 일상에 만족하는 태도를 뜻한다. 주가 급락 뒤 시장을 떠나는 움직임은 자발적인 만족보다는 손실을 피하려는 방어 심리에 가깝다.

 

시장 흐름이 다시 바뀌면 조모가 포모로 돌변할 가능성도 있다. 급반등이 이어지면 “지금이라도 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어서다.

 

◆쓸 날짜 정해진 돈까지 주식에 넣었다

 

개인 자금이 고위험 상품으로 몰리자 금융당국도 제동을 걸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6일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인버스와 커버드콜을 포함한 단일종목 관련 상품의 신규 상장을 잠정 중단했다.

 

이미 상장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광고·이벤트성 마케팅도 즉시 금지했다.

 

투자 문턱도 높아진다. 8월5일쯤부터 국내외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새로 사거나 추가 매수하려면 기본예탁금 3000만원을 유지해야 한다. 현재 1000만원의 세 배다.

 

8월19일쯤부터는 주식과 ETF, 채권 등 대용증권이 예탁금 산정에서 제외된다. 기존 투자자도 상품을 추가 매수하려면 계좌에 현금 3000만원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상승장에서 주식 매수에 뛰어들었던 투자자가 급락 뒤 주식 앱을 지우며 안도하는 모습을 ‘포모’와 ‘조모’의 대비로 표현했다. ChatGPT 생성 이미지
상승장에서 주식 매수에 뛰어들었던 투자자가 급락 뒤 주식 앱을 지우며 안도하는 모습을 ‘포모’와 ‘조모’의 대비로 표현했다. ChatGPT 생성 이미지

사전교육도 강화된다. 현재 일반교육 1시간과 심화교육 1시간 등 총 2시간인 교육 과정에 사례 중심의 심화교육 1시간이 추가된다. 중간평가에서 60점을 넘지 못하면 해당 과정을 다시 들어야 한다.

 

오는 11월에는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매매수량 단위가 현재 1좌에서 20좌로 확대될 예정이다. 20좌는 금융위가 제시한 잠정 기준으로, 증권사 전산 개발 등을 거쳐 적용된다.

 

규제는 앞으로의 과열을 줄일 수 있지만, 이미 발생한 손실까지 되돌려주지는 못한다. 이번 폭락장이 드러낸 위험은 종목 선택에만 있지 않았다. 결혼자금이나 주택 중도금처럼 쓸 시점이 정해진 돈을, 회복 시점을 기약할 수 없는 주식시장에 넣은 선택이 더 근본적인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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