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발작 그리고 침묵… 조현병 누나의 20년

관련이슈 이슈플러스

입력 : 수정 :
이규희 기자

인쇄 메일 url 공유 - +

후지노 감독 다큐 ‘어떻게 해야 했을까?’

질병 마주한 가족 간 갈등·후회 담아
日서 입소문 타며 흥행… 29일 개봉

1979년 촬영된 한 장의 가족사진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아버지와 어머니, 누나, 그리고 어린 후지노 도모아키 감독. 사진 속 가족은 단란하고 행복해 보인다. 화면은 곧 흑백으로 바뀌고, 한 여성의 절규가 한참 이어진다. “너 어떻게 그런 짓을 하니. 왜 그렇게 못됐어.” 어머니가 누나를 향해 내지르는 고성이다. 이어 감독은 말한다. “누나가 조현병이 된 이유를 밝히려는 것도, 어떤 병인지 설명하려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타이틀 화면이 떠오른다. ‘어떻게 해야 했을까?’

 

후지노 감독의 ‘어떻게 해야 했을까?’(29일 개봉)는 조현병을 앓는 누나와 이를 함께 겪어낸 가족의 20여년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카메라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에 처한 한 가족이 질병을 받아들인 방식과 그 과정에서 쌓인 침묵과 갈등, 후회를 담아낸다. 

 

‘어떻게 해야 했을까?’ 스틸컷. 후지노 도모아키 감독 가족이 아버지의 환갑을 맞아 찍은 기념사진. 앳나인필름 제공
‘어떻게 해야 했을까?’ 스틸컷. 후지노 도모아키 감독 가족이 아버지의 환갑을 맞아 찍은 기념사진. 앳나인필름 제공

학창시절 누나는 활달한 수재였다. 부모는 독일 유학까지 다녀온 의사이자 연구자였다. 안정된 환경의 엘리트 가정에서 자란 누나는 의사를 꿈꿨다. 입시는 순탄치 않았고, 네 번째 도전 끝에 의대에 합격했다. 

 

그러나 의대 재학 중이던 1983년, 24세의 누나에게 첫 발작이 찾아왔다. 혼란 속에서 구급차에 실려 정신과로 옮겨졌지만, 다음 날 아버지는 딸을 집으로 데려온다. “전혀 문제없다.” 

 

부모는 병원 대신 집을 택했다. 누나가 집 밖을 나가 소동을 일으키는 일이 반복되자 현관에는 자물쇠가 채워졌다. 부모는 딸을 보호하려 했지만, 결국 딸을 세상과 단절시켰다. 

 

감독이 가족을 촬영하기 시작한 것은 2001년, 그의 나이 31세 때였다. 대학 졸업 후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그는 누나의 상태를 기록해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캠코더를 들었다. 처음부터 영화를 만들 계획은 아니었다. 언젠가 정신과의사를 만나면 보여줄 자료를 남기려 했던 것이다. 

 

초기 영상은 투박한 홈비디오 화면이다. 시간이 흐르며 촬영 장비가 바뀌며 화질이 개선되고, 화면 속 가족도 늙어간다. 어머니는 치매 증상을 보이다 2011년 먼저 세상을 떠났다. 꼿꼿했던 아버지는 영화 마지막 장면에선 휠체어를 탄 96세 노인이 되어 있다.

 

카메라는 2008년, 마침내 부모가 누나의 정신과진료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첫 발작 이후 25년이 흐른 뒤였다. 감독은 “부모님을 설득해 누나를 병원으로 데려갈 수 있었고, 치료를 받은 뒤 남매다운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고 밝혔다. 

 

누나는 2021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후 감독은 오래된 영상을 꺼내 편집하기 시작했다. 2022년 야마가타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작 워크숍에서 편집본을 선보였고, 이를 계기로 영화 제작이 본격화됐다.

 

완성된 작품은 일본에서 2024년 개봉해 예상 밖의 반향을 일으켰다. 처음에는 전국 단 4개 상영관에서 개봉했지만, 입소문을 타며 개봉 8주 만에 전국 100여곳으로 확대됐다. 독립 다큐멘터리로서는 이례적으로 장기 흥행했고, 감독은 다큐멘터리를 바탕으로 동명의 책도 출간했다. 

 

‘어떻게 해야 했을까?’ 스틸컷. 후지노 도모아키 감독과 아버지. 앳나인필름 제공
‘어떻게 해야 했을까?’ 스틸컷. 후지노 도모아키 감독과 아버지. 앳나인필름 제공

후지노 감독은 “우리 가족의 지난 25년은 조현병 대응의 실패 사례”라고 말했다. 더 일찍 현대의료의 도움을 받았어야 한다는 후회 때문이다.

 

그럼에도 영화는 부모를 단순한 가해자로 규정하지 않는다. 1983년은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지금보다 훨씬 심했고, 치료법도 훨씬 후진적이던 시대였다. 정신병원 치료에 대한 두려움, 딸의 병력이 미래에 미칠 영향에 대한 걱정, 가족이 감당해야 했을 수치심과 불안이 부모의 선택에 작용했을 것이라고 감독은 씁쓸하게 짐작한다. 

 

영화는 누군가를 심판하려 들지 않는다. 다만 묻는다.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 앞에서 우리라면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어떻게 해야 했을까?’라는 질문은 스크린 밖으로 이어진다.


오피니언

포토

선미, 핑크 메이크업에 금발까지
  • 선미, 핑크 메이크업에 금발까지
  • 강예원, 20대 같은 동안 미모
  • 아이들 미연, 여신 미모에 섹시미까지 장착…글래머 몸매
  • 문가영, 휴대폰 속 얼굴 옆에서도 굴욕 없는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