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령층 비자발적 퇴직 75%·재취업은 2년 내 집중
중·고령층이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 은퇴하는 나이는 평균 52.9세에 불과하지만, 국민연금을 받기까지 10년 이상 소득 공백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국민연금연구원의 ‘퇴직 후 중·고령층의 재취업과 일자리 특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취업 경험이 있는 중·고령층이 가장 오래 근무한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평균 연령은 52.9세였다.
반면 대표적인 노후소득 보장 제도인 국민연금은 출생연도에 따라 만 61~65세부터 수급이 가능하다. 주된 일자리 퇴직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최소 10년 이상 소득 공백이 발생하는 셈이다.
이처럼 이른 퇴직과 긴 소득 공백 속에서 중·고령층의 근로 의지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장래에도 일을 계속하겠다고 답한 비중은 69.4%로 나타났으며, 희망 근로 연령은 평균 73.4세로 법정 정년인 60세를 크게 웃돌았다.
일을 계속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부담이었다. 근로 희망 이유로는 ‘생활비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가 54.4%로 가장 많았고, ‘일하는 즐거움’(36.1%),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4.0%), ‘사회가 필요로 해서’(3.1%), ‘건강 유지를 위해’(2.3%) 등이 뒤를 이었다. 이는 공적연금만으로는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인식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 정년보다 비자발적 퇴직이 더 많아
중·고령층의 퇴직은 정년보다 비자발적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주된 일자리 퇴직 사유는 사업 부진이나 휴·폐업 등 경영상 이유가 28.7%로 가장 많았고, 건강 문제(18.6%), 가족 돌봄(16.0%), 조기퇴직(11.8%), 정년퇴직(9.8%) 순으로 나타났다. 스스로 은퇴할 시기가 됐다고 판단해 퇴직했다는 응답은 2.8%에 그쳤다.
권고사직과 정리해고, 사업 부진 등을 포함한 비자발적 퇴직 비중은 전체의 75.1%에 달해 상당수 중·고령층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노동시장을 떠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생계를 위한 재취업도 빠르게 이뤄졌다. 중·고령 퇴직자의 약 80%는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뒤 2년 이내 재취업에 성공했다. 특히 퇴직 후 2개월과 12개월 시점에서 새 일자리를 얻을 가능성이 가장 크게 높아졌으며, 1년이 지나면 재취업 확률은 눈에 띄게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구직 기간이 길어질수록 생산성이 낮다는 '낙인효과'가 발생해 장기 미취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 60대는 일자리 질 개선…70대는 불안정 고용
다만 연령별 일자리의 질은 차이를 보였다. 60대는 취업률과 임금근로자 비중이 꾸준히 늘었고 정규직 비율과 사회보험 가입률, 실질임금도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2009년부터 2023년까지 실질임금 증가율은 60대가 80%로 가장 높아 고용 확대가 양질의 일자리 증가로 이어지는 흐름을 보였다.
반면 70대는 계약직과 시간제 근로 비중이 크게 늘면서 사회보험 가입률이 낮고 산업재해 위험에 취약한 불안정한 고용 구조가 이어졌다.
재취업 이후 임금 격차도 확인됐다.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 자영업을 했던 사람이 임금근로자로 재취업하면 이전보다 평균 5.2% 낮은 임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100인 이상 기업 출신은 1~9인 기업 출신보다 재취업 후 실질임금이 약 10%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국민연금 가입자와 노령연금 수급자는 연금 미가입자보다 노동시장 재진입 가능성이 높았지만, 공무원연금 등 상대적으로 급여 수준이 높은 특수직역연금 수급자는 연금액이 많을수록 재취업 확률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진은 “중·고령층의 주된 일자리 특성이 재취업 성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며 “기존 근무 경험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 매칭 시스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퇴직 후 1년 이내 구직자에게는 신속한 일자리 매칭과 고용 상담을 지원하고, 장기 미취업자에게는 직업훈련과 고용보조금을 확대하는 등 맞춤형 노동시장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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