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총리실 “피파가 철저히 진상 조사하길”
2026 북중미 월드컵에 출전 중인 아르헨티나 축구 대표팀 선수 일부가 시합 후 아르헨티나의 포클랜드 제도(諸島) 영유권을 주장하며 벌인 퍼포먼스와 관련해 국제사회에서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영국이 국제축구연맹(FIFA·피파)에 엄정한 조사를 촉구한 가운데 영국의 맹방인 미국은 되레 아르헨티나를 두둔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남대서양에 떠 있는 작은 섬 포클랜드는 영국의 해외 영토이나, 아르헨티나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말비나스’라는 고유의 이름으로 부르며 영유권을 주장하는 중이다.
17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백악관 월드컵 태스크포스(TF) 앤드루 줄리아니 사무국장은 이날 기자들과의 대화 도중 “아르헨티나 팀은 미국 땅에서 그런 말(포클랜드 제도 영유권 주장)을 할 기회와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미국 수정헌법 제1조를 거론하며 “우리는 미 헌법이 부여한 권리를 믿는다”고 덧붙였다.
지난 15일 미국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북중미 월드컵 준결승전 아르헨티나 대 잉글랜드 경기가 열렸다. 아르헨티나가 2-1의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결승전에 진출했다. 그런데 시합 후 선수 몇몇이 ‘라스 말비나스 손 아르헨티나스’(Las Malvinas son Argentinas)라는 스페인어 문장이 적힌 현수막을 펼쳤다. 이는 영어로 번역하면 ‘포클랜드 제도는 아르헨티나 것이다’라는 뜻이다.
영국 정부와 언론은 격분했다. 총리 관저인 다우닝가 10번지는 성명에서 “월드컵은 우리 것이 아닐 수도 있으나, 포클랜드는 절대적으로 우리 것”이라고 강조했다. BBC를 비롯한 영국 언론 매체들도 일제히 경기장에서 정치적 색채가 짙은 상징물 또는 메시지를 공공연히 노출시키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한 피파 규정을 근거로 “피파 조사 후 벌금형 징계가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피파가 사실 관계의 확인에 나선 가운데 백악관의 이 같은 태도는 추후 사태가 아르헨티나에 유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을 암시한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절친’으로 통한다. 트럼프는 2025년 10월 아르헨티나 총선을 앞두고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던 아르헨티나에 각종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밀레이의 여당이 승리하는 데 기여했다.
포클랜드는 지리적으로 아르헨티나와 무척 가깝지만, 1833년 이래 영국의 실효적 지배가 계속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독립 당시 스페인으로부터 말비나스 제도 영유권도 함께 넘겨받았다”는 이유를 대며 영국에 섬의 반환을 요구했으나 번번이 묵살됐다. 급기야 1982년 섬 영유권을 놓고 전쟁까지 일어났는데 그마저 영국 승리로 끝났다.
미국은 포클랜드 전쟁 당시 동맹인 영국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그런데 지난 4월 ‘트럼프 행정부가 영국·아르헨티나 간 포클랜드 영유권 다툼과 관련해 아르헨티나 편을 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미국·이란 전쟁에서 미국을 돕지 않은 영국에 실망한 트럼프가 영국에 대한 ‘징벌’ 차원에서 이 같은 방향 전환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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