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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점서 38%나 빠진 하이닉스…“지금 던져야 하나” 개미들 깊어진 고민 [숫자 뒤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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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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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중 최고가 대비 38.3% 하락…급등 뒤 차익 매물 쏟아져
TSMC ‘깜짝 실적’에도 AI 투자비 회수 우려 반도체주 흔들
최태원 “메모리 수요 기하급수적”…ADR 장중 9.9% 반등

“샀다 팔았다 하지 말고 가만히 갖고 있는 게 재산 보전에 좋은 방법이다.”

 

SK하이닉스가 선보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 모형. 뉴시스
SK하이닉스가 선보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 모형. 뉴시스

사상 최고가를 찍은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38% 넘게 떨어진 SK하이닉스를 두고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장기 보유를 권했다.

 

제헌절로 국내 증시가 문을 닫은 사이 미국 반도체주는 또다시 크게 출렁였다. 전날 13% 넘게 급락했던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는 장중 10% 가까이 반등했다가 상승폭을 상당 부분 반납했다.

 

시장의 시선은 이번 하락이 인공지능(AI) 반도체 성장세가 꺾이는 신호인지, 단기간 너무 가파르게 오른 주가가 숨을 고르는 과정인지에 쏠리고 있다.

 

◆한 달도 안 돼 38% 빠진 SK하이닉스

 

직전 거래일인 16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63.81포인트(6.37%) 내린 6820.60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의 매물이 쏟아지면서 하루 만에 7000선을 다시 내줬다.

 

반도체 대형주의 낙폭은 더 컸다. SK하이닉스는 11.53% 급락한 184만2000원에 마감했다. 지난달 25일 기록한 장중 사상 최고가 298만7000원과 비교하면 38.3% 떨어졌다.

 

삼성전자도 8.77% 내린 25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19일 장중 기록한 37만4500원보다는 31.9% 낮은 수준이다.

 

미국 시장에서도 반도체주 매도가 이어졌다. 16일(현지시간) 나스닥시장에서 SK하이닉스 ADR은 13.69% 급락한 152.31달러에 마감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4.29% 떨어졌다.

 

단기간 급등한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진 데다, AI 설비투자의 수익성을 둘러싼 경계심까지 겹쳤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최근 급락에도 올해 들어 60%가량 오른 상태다. 상승 폭이 컸던 만큼 투자 심리가 흔들리자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TSMC ‘깜짝 실적’에도 주가 하락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TSMC는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2분기 실적을 내놨다. TSMC의 2분기 매출은 1조2700억대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 증가했다.

 

순이익은 약 77% 늘어난 7066억대만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였던 6326억대만달러도 큰 폭으로 넘어섰다.

 

TSMC는 올해 설비투자 전망도 기존 520억~560억달러에서 600억~640억달러로 높였다. AI 반도체 수요가 여전히 강하고, 이를 소화하기 위해 생산시설을 더 늘리겠다는 의미다.

 

문제는 투자 규모가 커질수록 시장의 계산도 복잡해진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은 AI 데이터센터에 쏟아붓는 막대한 자금이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얼마나 빨리 돌아올지 따지기 시작했다.

 

TSMC ADR은 실적 발표 당일인 16일 미국 시장에서 2.3% 하락했다. 실적이 나빠서가 아니라, 반도체주 주가에 이미 높은 성장 기대가 반영된 탓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로이터는 TSMC의 기록적인 실적에도 반도체주가 약세를 보인 것은 시장의 눈높이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실적이 예상치를 웃돌고 투자 계획까지 키웠는데도 주가가 떨어지자 시장에서는 AI 설비투자의 지속 가능성과 투자비 회수 속도를 둘러싼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최태원 “AI는 아직 4살짜리”

 

최 회장은 17일 제주에서 열린 대한상의 하계포럼에서 SK하이닉스 주가를 두고 “메모리는 계속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을 두면 우상향으로 간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달 주가가 어떻게 될지는 저도 모른다”면서도 “샀다 팔았다 하지 말고 가만히 갖고 있는 게 재산 보전에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AI 시장은 어린아이에 빗댔다. 최 회장은 “AI가 아직은 4살짜리 어린아이지만 성인이 되려면 메모리가 쓰일 수밖에 없다”며 “그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가가 갑자기 10배씩 오른 것도 이런 현상 때문”이라며 “전망이 좋아지면 올라갔다가 조금 아닌 것 같으면 확 떨어지기도 한다. 너무 빨리 올라서 현실에 적응시키는 과정도 있다”고 설명했다.

 

단기 주가는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지만, AI 확산에 따른 메모리 수요 자체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이다.

 

최근 하락 역시 메모리 업황이 갑자기 꺾였다기보다 주가가 실적보다 빠르게 치솟은 데 따른 조정일 수 있다는 얘기다.

 

◆ADR 장중 9.9% 반등 후 상승폭 축소

 

SK하이닉스 ADR은 17일(현지시간) 장중 145.75달러까지 밀렸다가 167.33달러까지 치솟았다. 전날 종가와 비교한 장중 상승률은 한때 9.9%에 달했다.

 

18일 오전 4시12분 기준(한국시간)으로는 157.79달러에 거래돼 전날보다 3.6% 올랐다. 장중 고점에서 빠르게 밀리며 상승폭 대부분을 반납한 것이다. 미국 증시가 아직 거래 중인 만큼 최종 종가는 달라질 수 있다.

 

SK하이닉스 ADR의 실제 거래 단위는 미국주식예탁주식(ADS)이다. ADS 1주가 국내 보통주 0.1주를 나타내기 때문에 ADS 10주가 국내 보통주 1주에 해당한다.

 

ADR과 국내 원주의 가격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신규 ADS 발행과 원주 전환이 자유롭지 않은 데다 원·달러 환율과 양국 시장의 수급도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 투자자들의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 국내 원주보다 높은 가격이 붙을 수 있다.

 

국내 증시는 주말이 끝난 뒤인 20일 다시 문을 연다. 제헌절이 올해부터 다시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한국거래소는 17일 증권·파생·일반상품시장을 모두 휴장했다.

 

SK하이닉스 주가가 장중 최고가 대비 38.3% 하락한 가운데 단기 급락에 대한 투자자의 불안과 AI 메모리 수요의 장기 성장 기대를 표현한 이미지. ChatGPT 생성
SK하이닉스 주가가 장중 최고가 대비 38.3% 하락한 가운데 단기 급락에 대한 투자자의 불안과 AI 메모리 수요의 장기 성장 기대를 표현한 이미지. ChatGPT 생성

ADR의 반등은 투자심리를 다소 누그러뜨릴 수 있지만, 장중 상승폭을 상당 부분 반납한 만큼 국내 주가의 반등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외국인 수급과 원·달러 환율, 프로그램 매매에 따라 월요일 장중 변동성이 다시 커질 가능성도 있다.

 

고점 대비 38% 넘게 떨어진 SK하이닉스를 두고 급등 뒤 조정이라는 시각과 AI 투자 열기가 식기 시작했다는 우려가 맞서고 있다.

 

결국 시장이 확인하려는 것은 하나다. 반도체 기업의 실적이 주가에 선반영된 기대를 얼마나 빠르게 따라잡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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