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에게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법원이 상반된 판결을 내놓으면서 다음 주로 예정된 김건희씨의 상고심 결과에 관심이 모인다. 윤 전 대통령 1심 재판장인 이진관 부장판사가 유독 내란 사건 등에서 엄격한 잣대를 작용해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해석과 상급심에서도 해당 법리를 완전히 무시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 부부를 해당 의혹으로 재판에 넘긴 김건희 특별검사팀(특검 민중기)은 윤 전 대통령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2년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의 판결이 앞서 김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1·2심과 상반되자 대법원에 김씨의 상고심 선고기일을 최소 한 달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김씨의 일명 3대 의혹(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명태균 공천개입·건진법사 청탁) 사건 상고심 선고는 애초 16일 오전 10시15분으로 예정돼 있었다. 이에 상고심 재판부인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선고기일을 24일 오후 2시로 연기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아내 김씨와 공모해 2021년 4월∼2022년 3월 명씨로부터 총 2억7000만여원 상당의 여론조사 58회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그 대가로 명씨에게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을 약속했다고 보고 부부를 각각 기소했다. 명씨에게도 여론조사를 무상 제공하는 방식으로 불법 정치자금을 기부한 혐의를 적용해 윤 전 대통령과 함께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김씨의 3대 의혹 1·2심 재판부는 모두 명씨에게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 제공받았다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봤다. 김씨를 정치자금법상 ‘정치활동을 하는 자’나 공동정범으로 보기 어렵고, 명씨가 윤 전 대통령 부부뿐 아니라 다른 여러 사람에게도 여론조사를 제공한 만큼 부부가 여론조사 비용만큼의 재산상 이익을 얻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에서다.
윤 전 대통령 1심 재판부는 정반대의 해석을 내놨다. 이진관 재판부는 김씨가 정치활동을 하는 자가 아니더라도 윤 전 대통령의 정치자금 수수 범행을 함께 실행한 이상 공동정범이 성립된다고 봤다. 아울러 명씨가 여론조사 비용을 제공함으로써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실질적인 이익이 귀속돼 정치자금 기부 역시 성립된다고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거나 대가를 약속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이 김건희 특검팀의 요청을 일부 받아들여 선고기일을 미루자 김씨 측은 16일 윤 전 대통령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1심 유죄 선고가 김씨의 상고심 판단에 영향을 줄 공산이 적다는 취지의 18쪽 분량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견서에는 “이진관 재판부의 윤 전 대통령 1심 판결이 김씨 사건 대법원 선고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며, 상급심 판단을 직접 좌우할 정도의 변수는 아니다”라는 내용이 적시됐다고 한다.
김건희 특검팀은 선고를 앞둔 다음주 초쯤 윤 전 대통령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유죄 판결 내용을 반영한 추가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부장판사는 앞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의 내란 사건에서 특검팀 구형량을 웃도는 높은 형량을 선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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