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 아가씨’, ‘아내의 유혹’으로 일일극의 한 시대를 연 장서희가 12년 만에 KBS로 돌아온다. 다음 달 10일 저녁 7시 50분 첫 방송 예정인 KBS 2TV 새 일일드라마 ‘욕망의 덫’이다.
장서희의 복귀에 더해 ‘오월의 청춘’의 이대경 감독과 가족극·일일극에 강한 구지원 작가가 의기투합하면서 ‘욕망의 덫’은 캐스팅만으로도 장르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장서희의 복귀가 특히 눈길을 끄는 이유는 그가 ‘인어 아가씨’, ‘아내의 유혹’ 등에서 억울한 피해자이자 복수의 주체로 자리매김해 왔기 때문이다. 이번 ‘욕망의 덫’에서는 모든 비극의 시작점이자 거대한 욕망의 판을 설계하는 빌런, 즉 복수의 대상이자 탐욕의 설계자로 나서며 자신의 대표 이미지를 과감하게 뒤집는다. 이는 시청자의 감정 구조를 완전히 흔드는 캐릭터 변신으로, 장서희를 향해 쏟아지던 연민과 응원이 분노와 긴장, 그리고 복합적인 매력으로 치환되는 경험을 예고한다.
티저 포스터 속 수많은 손에 둘러싸여 한쪽 눈을 가린 채 정면을 응시하는 주미란의 모습은 온화하고 헌신적인 겉모습 아래 헤아릴 수 없는 야망과 비밀을 품은 캐릭터의 양면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며, 이런 변신에 힘을 싣는다.
연출을 맡은 이대경 감독과의 조합도 기대감을 높인다. ‘오월의 청춘’, ‘드라마 스페셜 2023-그림자 고백’을 통해 섬세한 감정선과 안정된 미장센, 인물 중심 서사를 보여준 그는 자극적 소재와 과장된 감정이 난무하기 쉬운 복수극을 심리극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연출자로 평가받는다.
‘욕망의 덫’이 표방하는 ‘운명 복원 리벤지극’은 장기 호흡 속에서 인물의 감정 변화와 관계의 균열을 차근차근 쌓아야 힘을 발휘하는 장르다. 차분하지만 밀도 높은 그의 연출이 장서희의 강렬한 에너지와 만나면 단순한 악녀극을 넘어 욕망에 잠식돼 가는 한 인간의 서사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수많은 손이 주미란을 옭아매고 숨통을 조이는 듯한 포스터 이미지는 그녀를 둘러싼 욕망과 집착의 흔적이자 결국 자신을 가두는 탐욕을 상징한다는 제작진의 설명과 맞물려, 이 감독의 상징적 이미지 활용이 극 전반에서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증을 자극한다.
대본을 책임지는 구지원 작가는 ‘여름아 부탁해’, ‘으라차차 내 인생’ 등을 통해 가족·일상 서사를 바탕으로 한 일일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온 필력을 입증했다. 일일드라마는 회차가 길고 인물 관계가 복잡한 만큼, 매일 조금씩 변주되는 갈등과 반전을 통해 시청자를 붙잡는 구조가 중요하다. ‘욕망의 덫’은 살인 누명, 빼앗긴 인생, 거대한 욕망과 집착 등 강렬한 키워드가 얽힌 작품인 만큼, 구 작가가 촘촘한 인물 관계 설계와 반복적이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갈등 구조로 이를 뒷받침할 것으로 기대된다.
주미란을 둘러싼 가족·직장·사회적 관계망과, 그녀로 인해 인생이 뒤틀린 인물들의 서사가 구 작가의 손에서 유기적으로 구성된다면, 장서희의 빌런 연기는 보다 설득력 있는 서사 위에서 극대화될 수 있다.
이 세 사람이 한 작품에서 만나면서 생기는 시너지도 분명하다. 장서희의 강렬한 존재감과 이 감독의 섬세한 감정 연출, 구 작가의 장기 서사 운영 능력이 결합해 주미란을 단순한 악녀를 넘어 욕망에 잠식되어가는 인간으로 입체화할 가능성이 크다.
구 작가가 구축해 온 전통적인 일일극 문법 위에 이 감독의 미니시리즈급 연출 언어가 더해지면서 ‘욕망의 덫’은 매일 저녁 안방을 찾는 익숙한 포맷 속에서 보다 현대적인 심리 복수극의 질감을 지닌 작품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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