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 위기에 직면한 지자체들이 저출생 극복을 위해 다시 ‘현금 카드’를 꺼내 들었다.
경남 합천군은 첫째 출산장려금을 5배나 올리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일시적 현금성 지원만으로는 가속화하는 저출생 흐름을 반등시키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합천군은 올해 1월1일 출생아부터 첫째아 출산장려금을 기존 1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둘째아의 경우 300만원에서 700만원으로 인상한다고 16일 밝혔다.
합천군의 이번 조치 핵심은 지원금의 무게중심을 ‘다자녀’에서 ‘첫째·둘째’로 옮겼다는 점이다.
대다수 지자체가 셋째 이상에게 1000만원 넘는 혜택을 줬지만 이 같은 다자녀 가정 자체가 급감한 현실에서 출산지원금 실효가 떨어진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이에 합천군의 경우 주택과 임금 등 경제적 요인 등으로 자녀 출산을 망설이는 부부가 첫째부터 둘째까지 낳을 수 있도록 초기부터 비용 문턱을 낮춰 출산지원책의 효용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경남 도내 군단위 출산율 1위인 거창군은 또 다른 방향성을 제시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거창군은 2025년 기준 잠정 합계출산율 1.06명으로 3년 연속 도내 1위를 지켰다.
전국 평균(0.80명)을 크게 웃도는 성과다. 이 같은 선전 비결은 단순 축하금 확대가 아니다. 임신·출산을 넘어 양육, 청년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별 맞춤형 인구정책을 추진한 결과다.
일회성 돈봉투 대신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지역 정주 여건을 만든 것이 실질적 출산율 제고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지자체들의 현금 경쟁이 가진 한계는 국책연구기관의 실증 분석에서도 확인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에 따르면 가구가 최종 자녀 수를 결정할 때 출산장려금이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사교육비 부담이 미치는 부정적 효과의 약 7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수백만∼수천만원의 출산장려금이 막대한 사교육비 공포를 희석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결국 출산 결정은 단기 현금 지원이 아니라 △주거 불안정 △고용 안정성 △여성 경력 단절 우려 같은 구조적 장벽에 좌우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주거와 고용, 교육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은 현금 지원은 ‘언 발에 오줌 누기’에 그치는 셈이다.
하솔잎 보사연 부연구위원은 “출산을 결심하는 데에는 부부가 자녀의 ‘질’에 대한 투자를 위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재원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출산 장려 정책은 단기의 현금 수당보다는 신혼 부부 주거 지원이나 청년 일자리 지원사업, 양육 환경 및 정주 여건을 개선해 나가는 작업이 보다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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