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런던 올림픽 남자 축구 종목 동메달 결정전에서 한·일 양국이 만났다. 월드컵 3·4위전의 경우 대중의 관심을 거의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올림픽은 누가 3위가 되느냐에 동메달이 걸려 있으니 월드컵과 비교해 훨씬 더 큰 이목이 쏠리는 것이 보통이다. 게다가 한국 국가대표팀 입장에선 반드시 이겨야 하고 만약 패하면 ‘역적’으로 몰린다는 한·일전이 아닌가. 다행히 한국은 2-0으로 일본을 물리치고 동메달을 획득했다. 대표팀 미드필더 박종우(37) 선수는 상의를 탈의한 채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세리머니를 펼쳐 전 세계의 화제가 됐다.
이후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즉각 조사에 착수했다. ‘스포츠 시합 도중 정치적 상징물 또는 메시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행위는 금지된다’는 IOC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결국 박종우는 동메달 시상식에 참여가 금지됐다. IOC에 이어 이번에는 국제축구연맹(FIFA·피파)도 논란의 전면에 등장했다. 한국은 동메달을 땄지만 정작 대표팀 선수로서 메달을 목에 걸지 못한 박종우의 ‘운명’ 결정권은 고스란히 피파로 넘어갔다. 피파는 박종우에게 국가 대표팀 간 경기, 일명 ‘A매치’ 2경기 출장 정지와 3500스위스프랑(약 41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데 그쳤다. 이듬해인 2013년 2월 박종우는 뒤늦게 런던 올림픽 동메달을 수령할 수 있었다.
일본은 독도를 ‘다케시마’(竹島)라고 부르며 자국 소유라는 억지 주장을 편다. 그러나 한국이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이 뭐라고 떠들든 독도 영유권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은 사실상 전무하다. 이는 남대서양에 떠 있는 포클랜드 제도(諸島)와 크게 다른 점이다. 포클랜드는 영어 이름이고 스페인어로는 ‘말비나스’라고 부른다. 이 섬은 지리적으로 아르헨티나와 무척 가깝지만, 1833년 이래 영국의 실효적 지배가 계속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독립 당시 스페인으로부터 말비나스 제도 영유권도 함께 넘겨받았다”는 이유를 대며 영국에 섬의 반환을 요구했으나 번번이 묵살됐다. 급기야 1982년 섬 영유권을 놓고 전쟁까지 일어났는데 그마저 영국 승리로 끝났다.
16일 미국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준결승전 아르헨티나 대 잉글랜드 경기가 아르헨티나의 극적인 2-1 역전승로 마무리됐다. 시합 종료 후 아르헨티나 선수 몇몇이 관중석 앞에서 ‘라스 말비나스 손 아르헨티나스’(Las Malvinas son Argentinas)라는 스페인어 문장이 적힌 현수막을 펼쳤다. 이는 영어로 번역하면 ‘포클랜드 제도는 아르헨티나 것이다’라는 뜻이다. 영국 BBC 방송은 월드컵 경기장에서 정치적 색채가 짙은 상징물 또는 메시지를 공공연히 노출시키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한 피파 규정을 꺼내들었다. 그러면서 “아르헨티나는 피파의 벌금 부과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지구촌 국가들 간의 해묵은 정치적 갈등을 스포츠가 되레 헤집고 키우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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