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에선 방금 사과와 오렌지를 먹어 치운 입 냄새가 났다
사실의 열매들이 가지에 달렸고 수확되었다는 걸 알았지만 한 번도 볼 수 없었다
누군가의 뱃속에서 잘게 분쇄되고 발효되었다
그게 열매의 쓸모라는 걸 나는 알고 있지만
떠도는 수많은 냄새 속에서
주홍 장미가, 저 아름다운 것이
유리병에 꽂혀 있다
한 번도 뿌리를 가진 적 없다는 듯, 그림처럼 무심하게
-잡지 ‘한국문학’(2026년 상반기, 322호)
●진은영
△1970년 대전 출생. 2000년 ‘문학과사회’ 봄호로 등단. 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우리는 매일매일’, ‘훔쳐가는 노래’,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등을 발표. 김달진문학상, 젊은시인상, 현대문학상, 백석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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