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부장품 안치, 덧널 봉인 등 고대 장례 절차 공개
1550여 년 전 신라인들은 죽은 이를 어떻게 떠나보냈을까.
붉은 안료를 뿌리고 방울을 흔들며 망자의 안녕을 기원했던 신라 왕족의 장례 절차가 천년 고도 경주에서 다시 펼쳐진다.
시신 안치부터 덧널 봉인까지 당대 신라인들의 죽음관과 장례 문화를 직접 엿볼 수 있는 특별한 재현 행사다.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는 오는 17일부터 19일까지 경북 경주시 쪽샘유적발굴관에서 ‘경주 쪽샘 44호분 장례 재현식’을 개최한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신라 특유의 돌무지덧널무덤 축조 과정과 장례 절차를 직접 보여주기 위해 마련됐다. 붉은 안료를 뿌리고 방울을 흔들며 망자의 안녕을 기원했던 고대 장례의식이 현대인들 앞에서 다시 펼쳐지는 것이다.
쪽샘고분군은 신라 왕경 핵심 유적으로, 현재까지 1500기 이상 무덤이 확인된 국내 최대 규모의 신라 고분군 가운데 하나다.
쪽샘 44호분은 신라 왕족인 어린 여성이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무덤이다. 신라 특유의 무덤 양식인 돌무지덧널무덤 형식으로 조성됐다.
연구소는 4~6세기 신라 왕족과 귀족 무덤이 모인 쪽샘지구 일대를 조사하던 중 이 무덤의 위치를 확인해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약 10년간 발굴조사와 학술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무덤 축조의 전 과정과 기술을 밝혀낸 것은 물론 비단벌레 날개로 만든 말다래(말 탄 사람의 다리에 흙이 튀지 않도록 안장 밑에 늘어뜨리는 판) 등 유물 800여 점이 출토됐다.
연구소는 2024년부터는 이를 바탕으로 무덤을 다시 쌓아 올리는 ‘축조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무덤 축조는 총 21단계 공정으로 나뉜다. 현재 연구소는 9단계인 목조 구조물과 이중 덧널을 설치하고 돌을 쌓아 시신이 안치되는 높이 2m 지점까지 축조를 마쳤다.
이번 행사에서는 장례 과정의 핵심 단계인 ▲10단계 시신·부장품 안치 ▲11단계 제단 설치와 의례 ▲12단계 안쪽 덧널 뚜껑 덮기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특히 장례의 마지막 과정인 ‘안쪽 덧널 뚜껑 닫기’를 고증하기 위해 역사적 자료를 바탕으로 판재 13매와 꺾쇠 48개, 가로 목재 5매를 사용해 뚜껑을 조립했다. 무게 500㎏에 달하는 이 뚜껑 가장자리에는 고증에 따라 손잡이(축금구) 10개를 달았다.
이번 행사의 관전 포인트는 고대 신라인들의 매장 관념을 엿볼 수 있는 전통 장례의례 재현이다. 무덤 주인공이 생전에 사용했거나 함께 묻힌 각종 부장품이 당시 장례 절차에 맞춰 안치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무덤 바닥에는 벽사(사악한 기운을 물리침)와 불로장생을 기원하는 의미로 붉은 고대 안료인 ‘주(朱)’를 뿌리고, 시신 주변에는 장례용품인 ‘운모’(표면이 비늘처럼 갈라지는 광물)를 뿌린다.
이어 사후 세계로 향하는 길을 밝히고 망자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한 의식인 ‘토제 방울 흔들기’도 재현된다.
또한 경주 계림로의 옛 무덤에서 출토된 수레 모양 토기를 참고해 만든 목제 수레, 조랑말 등도 준비해 당시 장례 모습을 생생히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장례 재현식은 제헌절인 17일 오후 5시부터 약 1시간 동안 진행된다.
이어 주말인 18~19일에는 하루 6회(오전 10시·11시, 오후 2시·3시·4시·5시), 총 12회에 걸쳐 무덤 축조 실험과 장례식의 의미를 소개하는 공개 설명회(회당 30분)를 열 계획이다.
역사와 전통문화에 관심 있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사전 신청 없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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