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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완아 이 건물 가져라” 육중완이 10년 전 놓친 40억원짜리 옥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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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진 기자 s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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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당 수천만원 호가하는 망리단길, 건물주 대신 음악인의 길 택한 한 가수의 삶의 공식

서울 망원동의 낡은 옥탑방 하나가 40억원의 가치로 환산되는 데 걸린 시간은 10년이 채 되지 않았다. 가수 육중완이 과거 무명 시절을 견디며 머물렀던 그 공간은 이제 그에게 ‘성공의 징검다리’가 아닌 ‘뼈아픈 기회비용’의 상징으로 남았다. 8억5000만원이라는, 당시로서는 거대한 장벽처럼 느껴졌던 매입가가 40억원이라는 숫자로 치환되는 순간 투자의 세계에서 ‘타이밍’의 중요성은 더욱 선명해진다.

8억5000만원의 갈림길. 꿈과 생존 사이, 기타 하나에 의지해 버티던 무명 시절의 육중완. MBC ‘나혼자 산다’
8억5000만원의 갈림길. 꿈과 생존 사이, 기타 하나에 의지해 버티던 무명 시절의 육중완. MBC ‘나혼자 산다’ 

육중완의 옥탑방 매입 실패는 단순한 운의 문제가 아니었다. 당시 그는 기타를 사기 위해 막노동 현장을 전전하던 평범한 청년이었다. 손에는 늘 굳은살이 박여 있었고, 옥탑방 보일러가 고장 나면 냉기 가득한 방에서 밴드 멤버들과 서로의 온기에 의지해 잠들곤 했다. 수중에 쥔 현금은 턱없이 부족했고, 은행 대출은 생존을 위협하는 족쇄로 인식되던 시기였다. 집주인이 건넨 “중완아 이 건물 가져라, 너라면 주고 싶다”는 제안은 단순한 거래가 아니라 신뢰의 표현이었으나 현실의 육중완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무게의 짐이었다.

 

망원동은 육중완에게 음악적 고향이자 경제적 변곡점이었다. MBC ‘나 혼자 산다’를 통해 공개된 그의 옥탑방은 청결도와는 거리가 멀었으나 그곳에서 그는 밴드 멤버들과 동고동락하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1층부터 4층, 옥탑까지 이어진 건물 전체를 소유할 수 있었던 기회는 그가 대중적 인기를 얻기 직전, 가장 결핍이 컸던 시기에 찾아왔다. 만약 8억5000만원에 그 건물을 매입했다면 현재 그는 자산가로서의 여유를 누리고 있었을 것이다.

오늘날 망리단길의 풍경. 낡은 주택가였던 이곳은 이제 서울에서 가장 역동적인 상권 중 하나로 탈바꿈했다. Visit Seoul 제공
오늘날 망리단길의 풍경. 낡은 주택가였던 이곳은 이제 서울에서 가장 역동적인 상권 중 하나로 탈바꿈했다. Visit Seoul 제공

이 지점은 냉정한 자본주의의 시험대였다. 비슷한 시기 공격적인 부동산 투자를 감행해 자산가로 거듭난 동료 연예인들과 육중완의 궤적은 여기서 갈라졌다. 투자를 선택한 이들이 ‘건물주’라는 성을 쌓을 때 육중완은 음악에 자신의 모든 시간을 쏟아부었다. 그에게 음악은 투자의 대상이 아닌 삶의 유일한 도피처이자 자신을 지탱하는 버팀목이었기 때문이다.

 

망원동은 그사이 격변했다. 2010년대 중반 ‘망리단길’이 형성되며 지가는 수직 상승했고 육중완이 땀 흘리던 옥탑방 일대는 이제 평당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땅이 되었다. 그러나 그는 건물주 대신 음악인의 길을 택했다. 소상공인들이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밀려나던 격동의 현장에서 그가 지켜낸 것은 건물의 벽돌이 아니라 자신의 음악으로 스스로를 입증하는 고집이었다.

건물주 대신 무대를 택한 고집, 그는 여전히 자신의 이름을 건 밴드 음악으로 대중과 호흡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건물주 대신 무대를 택한 고집, 그는 여전히 자신의 이름을 건 밴드 음악으로 대중과 호흡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그 고집이 육중완을 음악인으로 단단하게 뿌리내리게 했으나 현실의 삶은 그보다 더 거친 파고를 예고하고 있었다. 밴드의 해체와 재편, 그리고 늦둥이 딸의 탄생은 그가 옥탑방의 낭만을 뒤로하고 가장이라는 엄중한 책임감을 짊어져야만 하는 피할 수 없는 인생의 파도였다. 현재 서울 양천구 목동에 거주하며 육아와 음악 활동을 병행하는 그의 행보는 40억원짜리 건물을 놓친 사내의 모습이라기보다 자신의 삶을 성실히 지탱하는 예술가의 모습에 가깝다. 밴드 음악을 통해 얻는 성취는 그가 옥탑방을 떠나며 포기했던 임대 수익보다 더 단단한 형태의 보상인 셈이다.

 

40억원이라는 수치는 육중완의 삶을 흔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미소와 함께 그 기회를 놓쳤음을 덤덤히 시인했다. 이것이 육중완이라는 인물이 가진 본질이다. 그는 자산 증식에 실패한 피해자가 아니라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예술가다. 부동산 투자는 운과 정보, 자본이 결합된 고도의 전략적 행위다. 그러나 대다수의 보통 사람들은 육중완처럼 당장의 생존을 고민하느라 미래의 거대한 자산 가치를 놓치곤 한다. 그가 바라보는 40억원은 후회가 아니라 자신의 선택이 빚어낸 현실에 대한 담담한 수용이다.

40억원의 수치보다 더 귀한 것, 그는 가장으로서 그리고 음악인으로서의 오늘을 꾸준히 쌓아올리는 중이다. 육중완 SNS
40억원의 수치보다 더 귀한 것, 그는 가장으로서 그리고 음악인으로서의 오늘을 꾸준히 쌓아올리는 중이다. 육중완 SNS

우리는 육중완을 통해 ‘놓친 기회’를 본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것은 그 건물을 놓친 육중완이 현재 성실하게 자신의 밴드 음악을 만들고 딸의 교육을 위해 목동으로 이사하며 가장으로서의 책임과 예술가로서의 진정성을 증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산의 크기가 곧 삶의 질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뻔한 말이지만, 육중완의 40억원 사례는 그 말을 가장 차갑고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다.

 

지금도 내 집 마련의 꿈을 향해 매일 아침 출근하는 수많은 사회인에게 육중완의 옥탑방은 묻는다. 거대한 자본의 사다리에 올라타는 것과 스스로의 삶을 단단히 지탱하는 것 중 무엇이 더 어려운지를 말이다. 이제 육중완은 건물주가 아닌 자신의 걸음을 우직하게 걸어가는 한 사람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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