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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층 디지털·VIP는 대면 ‘투 트랙’… 이머징 마켓 정조준 [심층기획-글로벌 영토 넓히는 K-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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뭄바이=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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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 150년 인도 자본시장 새 판 짠다

14억 인구 인도, 연평균 경제성장률 7%
내수·자본시장 성장 가능성 무궁무진
NH證, 현지증권사 지분 인수 파트너십
KB증권도 작년 뭄바이 사무소 첫 오픈

안착한 미래에셋 10위권 ‘셰어칸’ 인수
영업망 정비·모바일 강화… 흑자 전환
신흥중산층·전통 부유층 맞춤형 공략
현지 금융사와 협업 다양한 상품 구축
“예전에는 주식도 해봤지만 요즘엔 장기로 묻어두면 알아서 수익이 나는 적립식 펀드(SIP)로 마음 편히 투자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5일 인도 최대 금융 중심지 뭄바이 도심에서 만난 IT(정보기술)회사 직원 크리슈나 라자크(31)씨는 자산을 굴리는 방식을 이같이 전했다. 그는 “모바일 증권사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매달 일정 금액을 펀드에 넣는 투자가 주변 지인들 사이에서도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고 소개했다. 라자크씨의 모습은 불과 최근까지도 종이 서류를 들고 거래소를 찾던 과거를 벗어나,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자산을 다각화하고 있는 인도의 변화상을 보여준다.

인도 뭄바이의 신한은행 지점 앞. 뭄바이=이종민 기자
인도 뭄바이의 신한은행 지점 앞. 뭄바이=이종민 기자

인도 청년들의 투자방식 변화는 150년 역사를 지닌 뭄바이증권거래소(BSE)의 진화와도 맥을 같이한다. 1875년 영국 식민지 시절 면화 무역과 철도 개발로 인도의 자본시장이 성장하자 브로커들은 시청 인근 반얀나무 아래에 모여 주식을 중개하기 시작했다. 이 소규모 모임이 아시아 최초이자 가장 오래된 증권거래소인 BSE의 출발점이 됐다. 이후 BSE는 거래 전산화와 디지털 전환을 거쳐 오늘날 글로벌 자금을 끌어들이는 핵심 시장으로 발돋움했다.

◆국내 금융사도 인도 자본시장 ‘정조준’

인도 자본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한 국내 금융사들의 현지 진출 행보도 한층 빨라지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의 국내 증권회사의 해외점포 영업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16개 증권사가 운영하는 해외점포는 총 93개다. 이 중 인도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이 66개로 전체의 71%를 차지하며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신규 거점 설립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일례로 NH투자증권은 최근 지분 투자를 통한 전략적 제휴로 인도 시장에 발을 들였다. NH투자증권은 이달 9일 인도 상장 금융그룹인 초이스그룹의 증권 자회사 ‘초이스에쿼티브로킹’(CEB)에 약 1423억원을 투자해 우선주 형태로 지분을 확보했다. CEB는 인도 전역에 영업 네트워크와 디지털 플랫폼을 갖춘 종합증권사로, 3월 말 기준 활성 고객이 26만명에 달한다. 초이스그룹이 비은행금융회사(NBFC), 자산운용, 보험 중개 등 다양한 금융 계열사를 두고 있는 만큼 NH농협은행 노이다지점, NH농협캐피탈의 현지 여신전문금융사 등 기존 NH농협금융그룹 계열사와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KB증권도 지난해 12월 뭄바이에 사무소를 열며 첫 인도 진출에 나섰다. 상업 중심지 나리만포인트와 금융 중심지 반드라쿠를라콤플렉스(BKC) 중간 지역에 자리 잡아 금융과 상업 지역을 오가기 쉬운 입지를 택했다. KB증권은 현지 사무소를 교두보 삼아 향후 인도 자본시장에서의 다각적인 사업 기회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국내 금융사들이 이처럼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며 인도 시장에 앞다퉈 뛰어드는 이유는 명확하다. 한국무역협회 뉴델리지부에 따르면 인도는 최근 5년간 연평균 7.2%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가장 최근인 2026회계연도(2025년 4월1일∼2026년 3월31일) 성장률 전망치는 6.5%로 전년도(7.6%)에 비해 다소 하락했지만, 주요 20개국(G20) 중에선 여전히 독보적인 1위를 유지 중이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역시 2022회계연도 3조2500억달러에서 올해 4조1530억달러로 꾸준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여기에 14억7700만명으로 세계 1위 인구 규모를 자랑하는 거대한 내수시장 성장이 맞물리며 자본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PwC컨설팅에 따르면 2023년 3조6000억달러 규모이던 인도 전체 증권시장 규모는 현재 5조달러대로 성장했으며, 2034년까지 13조60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달 25일 인도 뭄바이의 미래에셋쉐어칸 본사에 직원들이 복도를 지나고 있다. 벽에 표시된 ‘쉐어칸원’(Sharekhan One)은 고액자산가 및 대규모 패밀리 고객을 위한 맞춤형 자산관리 브랜드다. 뭄바이=이종민 기자
지난달 25일 인도 뭄바이의 미래에셋쉐어칸 본사에 직원들이 복도를 지나고 있다. 벽에 표시된 ‘쉐어칸원’(Sharekhan One)은 고액자산가 및 대규모 패밀리 고객을 위한 맞춤형 자산관리 브랜드다. 뭄바이=이종민 기자

◆선제 투자로 현지 선점한 미래에셋

인도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금융사는 미래에셋증권이다. 미래에셋증권은 2018년 국내 증권사 최초로 인도법인을 설립하며 발판을 마련했다. 이런 과감한 선제 투자는 그룹 전체의 해외 실적을 견인하는 핵심 수익원으로도 이어졌다. 지난해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현지법인 당기순이익이 4억5580만달러(6540억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그중 미래에셋증권 해외점포의 비중이 70%가 훌쩍 넘는다.

지난해 미래에셋증권의 전 세계 29개 해외점포에서 나온 연간 세전이익은 전년(1661억원) 대비 200% 급증한 4981억원에 달했다. 특히 인도 633억원을 비록해 인도네시아·베트남·브라질·몽골 등 이머징국가 법인이 1666억원의 세전이익을 거두며 견고한 성장세를 뒷받침했다. 국내에서 축적한 자산관리(WM) 역량을 인도 등 신흥 시장에 성공적으로 이식하며 거둔 결실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일찌감치 현지에 안착한 미래에셋증권은 2023년 12월 현지 10위권 증권사인 ‘셰어칸’ 인수를 발표한 뒤 2024년 11월 통합 법인인 미래에셋셰어칸을 출범시켰다. 인수 초기에는 현지 디지털 시스템 정비와 대면 영업 인프라 구축 등에 따른 비용이 발생해 첫 해인 2024년 176억원의 순손실을 내기도 했다. 이후 대대적인 영업망 정비를 거쳐 지난해 388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완벽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미래에셋은 신흥 중산층을 겨냥한 모바일 트레이딩 플랫폼 ‘엠스탁’(m.Stock)과 인도 전역 123개 지점·고객 320만명을 보유한 셰어칸을 양대 축으로 투트랙 자산관리 영업을 펼치고 있다. 엠스탁이 비대면으로 주식·파생상품 거래와 상장지수펀드(ETF), 뮤추얼펀드 투자를 지원한다면, 셰어칸은 광범위한 현지 지점망을 통해 고액자산가(HNI) 고객의 대면 자산관리를 전담하는 구조다.

대면 영업의 최전선 중 하나인 뭄바이 인근 타네 지점에서 지난달 25일 만난 영업총괄 책임자 일레시 머천트씨는 현지 시장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거대한 내수 소비와 제조업이 맞물려 성장하는 인도는 펀드를 통해 자본시장에 참여하는 인구가 6~7% 수준에 불과해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며 “셰어칸이 다져온 신뢰관계에 미래에셋의 투자 상품 라인업을 결합해 수년내 상위권 자산관리 브랜드로 도약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난달 25일 인도 뭄바이 인근에 있는 미래에셋셰어칸의 타네 지점 트레이딩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하고 있다. 뭄바이=이종민 기자
지난달 25일 인도 뭄바이 인근에 있는 미래에셋셰어칸의 타네 지점 트레이딩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하고 있다. 뭄바이=이종민 기자

◆대면접촉과 계열사 협업으로 HNI 공략

미래에셋증권 인도법인은 글로벌 전략통인 강문경 법인장이 이끌고 있다. 지난해 6월 인도법인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인도 자산관리 시장을 온라인 중심의 대중 고객층과 오랜 자본 축적을 바탕으로 한 HNI 층으로 나뉘는 시장이라고 짚었다. 강 법인장은 “가업을 몇대째 이어온 전통 부유층 고객들은 수수료에 민감한 온라인 고객과 달리 다양한 상품을 활용하는 데 관심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런 HNI 고객을 공략하는 핵심은 지점 네트워크를 통한 대면 접촉이다. 강 법인장은 “VIP 고객들은 대체로 60대 이상으로 연령대가 높고, 직접 얼굴을 보고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강해 영업 직원의 전문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상담 현장에서는 자녀 세대가 동석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 자산관리의 무게중심이 다음 세대로 옮겨가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현지 계열사들과의 협업을 바탕으로 차별화한 상품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 2006년 인도 시장에 진출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외국계 운용사 중 유일하게 철수하지 않은 미래에셋자산운용 인도법인이 대표적이다. 이 법인의 운용자산(AUM)은 2021년 말 137억7000만달러에서 2026년 2분기 말 245억3000만달러로 연평균 13.7% 성장하며 증권 부문의 상품 공급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미래에셋셰어칸은 이를 바탕으로 뮤추얼펀드와 ETF를 비롯해 저축성 보험 성격의 방카슈랑스 상품, 운용사와 손잡고 증시 등락과 무관하게 꾸준한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 브랜드 ‘플래티넘’을 제공한다.

강 법인장은 “우리의 경쟁 상대는 더 이상 다른 증권사가 아니라 은행”이라며 “은행과 경쟁할 수 있을 만큼 폭넓은 금융상품을 갖추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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