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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표 대란’ 제주공항 단 1회만이라도 이착륙 늘려달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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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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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0억 들여 인프라 확충했지만 안전 이유로 7년째 슬롯 34회 유지
5∼6월 관광객 급감…외국인 증가율 둔화
“1회 늘리면 110만석 추가 공급·1조 이상 경제효과”
도민 이동권·관광산업 경쟁력 위협

‘비행기표 대란’이 벌어지는 제주국제공항이 슬롯(시간당 이착륙 횟수)을 1회만 늘려도 해소되는데도 정부가 팔짱만 끼고 있다.

 

14일 제주공항에 따르면 제주공항 슬롯은 34회(유보 1회)로 제한돼 있다. 오전 6시부터 밤 11시까지 비행이 허용되는 ‘커퓨’(야간 운항 통제) 시간 내에 1분 40초~2분당 한 대꼴로 항공기가 뜨고 내린다. 세계에서 가장 바쁜 공항 수준이다. 연결편 문제로 20∼30분 지연 출발은 다반사다. 오전 6시와 오후 10시대를 제외한 모든 시간대가 슬롯을 꽉 채우거나 초과하고 있다. 슬롯이 포화하면 항공기를 더 띄우고 내릴 수 없다. 제주여행 수요가 더 있어도 항공기 좌석 수 부족으로 온전히 흡수할 수 없다는 뜻이다. 도민 이동권과 내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제약을 받는 셈이다.

 

제주국제공항 전경.
제주국제공항 전경.

팬데믹 이후 국적 항공사들이 국제선에 대형기를, 제주기점 국내선에 중·소형기를 투입하면서 슬롯 포화는 그대로인데 좌석 수는 감소하고 있다. 하늘길 상황에 따라 제주 관광객 증감이 결정되고 있다.

 

실제 제주를 잇는 항공기 공급 좌석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올해 4월과 5월 제주를 잇는 국내선 공급석은 473만9000여석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4만6000석(출도착) 넘게 줄었다. 하루에만 4000석(출도착)이 사라진 셈이다. 하계 스케줄이 시작된 지난 4월 기준 제주∼김포 왕복 노선 좌석 수는 지난 1월 대비 18만석 넘게 줄어들었다. 4월 제주 노선의 국내선 탑승률은 95.7%에 달했다. 그런데도 여객 수는 오히려 감소한 결과를 낳았다. 최근엔 평균 탑승률이 사실상 만석 수준을 기록하는 등 현장에서 체감하는 실제 공급석은 크게 감소했다.

 

대한항공 합병에 따른 독과점 방지를 이유로 정부가 저비용 항공사 비중을 늘리며 소형기 운항이 많아진 게 영향을 미쳤다. 중동 사태로 인한 항공유 가격 급등 여파로 항공사마다 운항 횟수를 줄였다. 유류 할증료 인상으로 항공료도 크게 올랐다.

 

좌석 수 감소는 관광객 감소로도 이어졌다. 

 

6월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110만9646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20만711명)보다 7.6% 감소했다. 이 기간 내국인은 86만2072명으로, 11.5% 줄었다. 5월 관광객은 120만554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25만2408명)보다 3.7% 감소했다. 내국인은 96만3994명으로, 100만명을 넘겼던 지난해보다 7.1% 줄었다. 

 

외국인은 5월 24만1555명으로 12.6%, 6월 24만7574명(잠정)으로 9.1%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14.6%, 6월 24.1%보다 증가율이 둔화됐다.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의 여부와 상관없이 당장 항공기 좌석 수를 초과하고 있는 제주여행 수요를 흡수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제주국제공항의 슬롯 확대다. 슬롯을 35회(유보 1회 포함)에서 40회로 늘리기 위한 ‘단기 인프라 확충사업’은 이미 지난 2019년에 마무리됐다. 정부는 슬롯을 늘려도 안전하게 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있도록 2239억원을 들여 해당 사업을 추진했다. 항공기가 활주로에서 빨리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돕는 고속탈출유도로 신설 등 ‘에어사이드’를 확장했고, 여객터미널 증축 등 ‘랜드사이드’ 정비까지 모두 끝냈다.슬롯에 갇혀있던 제주 관광업계는 기대감을 키웠다. 제주도가 국토부와 공항공사 등에 수차례 ‘안전이 담보되는 선에서 40회로 늘려달라’고 요청했지만 반영되지 않고 있다. 활주로와 항공기가 대기하는 계류장 사이의 간격이 좁아, 항공기 이동 속도를 높이기 어렵다는 것이 국토부의 설명이다.

 

이런데도 현행 슬롯또한 놀리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에 따라 제주∼김포 노선 13개 슬롯이 재배분됐지만, 일부 항공사가 배분받은 슬롯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으면서 항공기 좌석난 심화를 부추겼다.

 

◆“비행기는 만석인데 관광객만 더 부르나…정책 전환을”

 

슬롯 포화가 불러오는 경제적 손실은 막대하다. 산술적으로 슬롯을 단 1회만 늘려도 연간 항공기 운항 편수는 6000편 이상 늘어나고, 110만석 이상의 좌석을 추가로 공급할 수 있다.

 

지난해 기준 제주 방문 외국인 관광객의 1인당 평균 소비 지출액이 약 125만~13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슬롯 1회 확대만으로 연간 1조5000억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제주를 찾으려는 고부가 외국인 관광객의 막대한 수요가 공중으로 흩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을 잡고자 무작정 국제선을 늘리자니 육지를 오가는 도민들의 필수 이동권인 국내선이 위협받게 된다.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김봉현 의원은 “제주 항공좌석 부족 문제가 도민 이동권과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동시에 위협하고 있다”며 “관광정책 중심을 관광객 유치에서 항공 공급 확대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광협회 서명운동 “슬롯 탄력 적용해야”

 

제주관광협회는 ‘제주 노선 항공 좌석 부족 문제 해소 및 접근성 개선을 위한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건의 사항은 △항공 운항 편수의 조속한 회복과 확대 △항공기 대형화를 통한 좌석 공급 확대 △슬롯 탄력 적용 △제도적 지원 강화 등이다.

 

강동훈 제주관광협회 회장은 “평균 탑승률이 사실상 만석 수준을 기록하는 등 현장에서 체감하는 실제 공급석은 크게 감소했다”며 “유류할증료 인상과 맞물리며 제주 지역경제 전반의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어 실질적인 항공 수송력 회복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전했다.

 

한 관광업계 임원은 “안전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슬롯을 늘려달라는 게 아니다. 안전하게 슬롯을 늘리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사업을 끝냈음에도 안 늘리고 있는 게 답답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제주공항 관계자는 “단일 활주로에 고속탈출유도로 등을 설치하면 이론상 시간당 40회 이착륙은 가능하다. 하지만 관제사 기술·숙련도, 유도로를 빨리 빠져나갈수 있는 항공기 조종사의 기술·성향, 안전 상의 이유로 슬롯을 40회까지 늘리는 건 무리다”며 “유보로 갖고 있는 슬롯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은 검토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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