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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혁 한미안보연구회장 “북·중·러 밀착한 안보 현실 직시… 전작권 전환 서둘러선 안 돼” [세상을 보는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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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수정 :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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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가능하다고 선동하는 정치인
국가 안보 무책임하거나 무지한 것

北, 美보다 한국군이 주도하길 바라
양국이 전환 준비 충분 인정 때 해야

러·中 방조 속 北 자발적 비핵화 안 해
美 전술핵 재배치 등 대응 수단 필요

DMZ 관할권, 유엔사 행사가 바람직
3군 사관학교 통합, 졸속 강행 안 돼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이 지금 당장에라도 가능하다고 선동적으로 주장하는 정치인들은 엄중한 국가 안보에 대해 무책임하거나, 아니면 국가 안보 시스템에 무지하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전작권 전환은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지만 지금의 급변하는 국제적 안보 환경과 북·중·러가 군사적으로 밀착하는 상황에서는 절대 서둘러서는 안 된다.”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을 지낸 최병혁(63) 한미안보연구회 회장은 이재명정부의 전작권 조기 전환 추진에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한·미 양국이 한 단계 한 단계마다 (전작권 전환) 조건의 충족 여부를 정밀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병혁 한미안보연구회장이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안에 있는 대형 무기 전시장 앞에 섰다. 최 회장은 “지금의 한반도는 휴전협정으로 싸움이 잠시 멈춰 있는 상태”라며 “북한 김정은이 광적인 핵무기 개발로 한·미동맹보다 우세한 군사력을 가졌다고 판단하는 순간 언제든 깨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유희태 기자
최병혁 한미안보연구회장이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안에 있는 대형 무기 전시장 앞에 섰다. 최 회장은 “지금의 한반도는 휴전협정으로 싸움이 잠시 멈춰 있는 상태”라며 “북한 김정은이 광적인 핵무기 개발로 한·미동맹보다 우세한 군사력을 가졌다고 판단하는 순간 언제든 깨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유희태 기자

최 회장은 육군사관학교(41기) 졸업 후 22사단장, 5군단장, 육군참모차장 등을 역임했다.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9년 4월 대장으로 진급해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내고 2020년 9월 전역했다. 현재 한미안보연구회장을 맡고 있는 그를 지난 7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내 연구회 사무실에서 만나 한·미동맹 현안 등을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다음은 최 회장과의 일문일답.

─한·미가 전작권 전환을 놓고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은 빠른 전환을 원하는데, 미국은 조건 완료가 먼저란 입장인 듯하다. 어떻게 보나.

“전작권 전환을 왜 하려고 하는가? 전작권 전환으로 한국의 방위능력과 안보가 더 튼튼해지는가? 이 질문에 긍정적 답이 나온다면 빨리 전환하는 것이 옳은 선택이고, 아니면 옳은 선택이 아니다. 북한 김정은은 한미연합사령관을 지금처럼 미군 장성이 수행하는 것과 한국군 장성이 수행하는 것 중 어느 쪽을 더 원할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비교하면 러시아는 나토군 사령관을 미군이 맡는 것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국가 장성이 맡는 것 중 어느 것이 러시아에 더 유리하다고 여길까. 러시아 입장에선 나토군에서 미군 역할이 줄어드는 것을 환영할 것이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당연히 한국군 장성이 한미연합사를 지휘하길 원할 것이다. 유사시 한반도 방위에 미군의 역할이 줄어들어 북한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는 한·미 장성들 중 누구의 지휘 능력이 더 우수한가의 문제가 아니다. 유사시 한미상호방위조약(1953) 이행을 담보하는 데 있어서 무엇이 더 효율적인지가 중요하다. 그런데도 전작권의 조속한 전환만 외치는 것은 정치적 업적이나 선전을 목적으로 국민의 안보의식을 현혹하고, 냉혹한 국제 안보 현실을 왜곡하는 행위다. 제이비어 브런슨 한미연합사령관이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증언했듯 전작권 전환은 한국군이 조건을 충족해 전환 준비가 충분히 됐다고 양국이 인정할 때 이뤄져야 한다.”

─윤석열정부 시절 한·미 간에 핵협의그룹(NCG)이 만들어졌다. ‘나토식 핵무기 공유만 못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NCG를 어떻게 평가하나.

“NCG는 북한의 핵무기 위협을 억제하고 대응하는 데 필요한 한·미 간 최소한의 협의기구다. 북핵 위협 억제 및 대응을 위한 양국의 계획 및 훈련 등 ‘확장억제’(핵우산)의 실행력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물론 NCG가 나토식 핵공유보다 구속력이 낮은 것은 분명하다. 한반도에는 미국 핵무기가 없지만, 나토 역내 5개국에는 미국 핵무기가 배치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자국 영토 안에 핵무기가 있든 없든 핵무기 운용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미국이 단독으로 행사한다는 측면에서 나토식 핵공유와 NCG는 사실상 유사하다.”

최병혁 한미안보연구회장 인터뷰 /2026.07.07. 유희태 기자
최병혁 한미안보연구회장 인터뷰 /2026.07.07. 유희태 기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불가능하다면 우리 대안은 무엇인가.

“현 상황에서 북한이 자발적으로 비핵화를 할 리는 없다. 이미 러시아·중국은 북한 핵무기에 관해서 방조하거나 묵인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우리도 냉철하게 현실적 대응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미국과 NCG 등을 통한 북핵 대응을 실행 가능한 계획으로 구체화해 위협을 억제해야 한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상응하는 미군 전술핵무기 재배치 또는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상시 배치나 북핵 대응 훈련 정례화도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해 한국도 일본과 비슷한 수준의 잠재적 핵 능력을 유지해야 한다.”

유엔군사령부는 6·25전쟁 당시부터 30년 가까이 주한미군은 물론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행사했다. 1978년 한미연합사 창설 후 작전권은 연합사로 이관됐으나 정전협정 준수 여부 감독, 비무장지대(DMZ) 관리 등 임무는 여전히 유엔사 몫이다. 그런데 이재명정부 들어 통일부가 ‘DMZ 관할권을 한국 정부가 행사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며 유엔사와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유엔사의 DMZ 관할권을 둘러싼 논란은 어떻게 풀어야 할까.

“유엔사의 DMZ 관할권 이양 문제는 노무현정부 시절에도 제기됐다. 당시 미국은 2001년 9·11 참사 여파로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미군은 전장에 순환 배치되는 병력 부족의 부담을 덜고자 먼저 우리 측에 주한미군이 수행하던 군사 임무 중 일부를 한국군에게 넘기겠다는 제안을 해 일부는 전환이 이뤄졌다. 그때 DMZ 관리 문제 일부도 협의에 포함됐으나, 우리 정부가 ‘북측 도발로 인한 우발 충돌 때 완충 역할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유엔사 소속 미군이 계속 임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문재인정부 시절에도 DMZ를 ‘평화지대’로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되레 북한은 개성 남북협력사무소를 폭파하고 DMZ 도발을 일삼지 않았는가. 현 정전협정 체제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DMZ 관할권은 유엔사가 행사해야 한다.”

최병혁 한미안보연구회장 인터뷰 /2026.07.07. 유희태 기자
최병혁 한미안보연구회장 인터뷰 /2026.07.07. 유희태 기자

─그간 미군 장성이 임명됐던 유엔사 부사령관 직위를 2018년부터 캐나다·호주·영국 출신 장성이 번갈아가며 맡고 있다. 이런 변화는 어떻게 평가하나.

“미국이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국은 급격히 부상하는 중국에 맞서기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책임을 미국의 전통적 맹방인 이른바 ‘파이브 아이즈’(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와 분담할 필요성을 느꼈다. 당시 유엔사는 참모진이 부족해 주한미군 장교들이 유엔사 참모를 겸직하지 않으면 운영이 불가능했다. 또 미국은 유엔사 기능을 정상화시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유사시 유엔 안보리 결의 없이 즉각 유엔사 회원국들과 군사 협력이 가능하다는 점도 고려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캐나다·호주·영국에 장성급을 포함한 참모 장교를 유엔사로 파견해 달라고 강력히 요구해 3개국 장성들의 순환 보직이 이뤄진 것이다.”

최 회장이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던 시절 연합사령관은 로버트 에이브럼스(2021년 전역) 미군 대장이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을 압박했고, 부득이 에이브럼스 장군이 ‘총대’를 멨다. 한국 국민 일부가 에이브럼스 장군에 불편한 기억을 갖고 있는 이유다. 최 회장은 “에이브럼스 장군은 군인 중의 군인”이라며 “한국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분인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에이브럼스 장군이 김치를 무척 즐겼으며, ‘미스터 션샤인’ 등 한국 드라마나 문화도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고 덧붙였다.

─육사 등 3군 사관학교 통합 논쟁은 어떻게 보나. 사관학교 통합 외에 3군 합동성을 높일 다른 방안은 없나.

“3군 사관학교 통합 추진은 군사적 합리성보다 정치적 여파, 그리고 서울시 아파트 공급 등 부동산 정책과 맞물려 서둘러 추진하려는 것처럼 비친다. 사관학교는 합동성의 맨 하위 단계에 있는 각 군 간부를 양성하는 기관이다. 그런데도 ‘사관학교를 통합해야 합동성이 제고된다’는 것은 억지 논리다. 스포츠와 비교하면 종목마다 요구되는 기량이 다른데 축구 선수, 수영 선수, 패러글라이딩 선수들을 향해 ‘모두 운동선수들이니 한곳에 모아 공동으로 기본체력 단련을 시키면 비용도 절감되고 선수들 간에 공감대도 형성돼 훗날 세계적 수준의 스포츠 강국이 될 수 있지 않은가’라고 주장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진정으로 합동성을 제고하려면 먼저 합동작전에 소요되는 각 군 고유의 전문성을 키운 후 단계별 합동교육이나 합동보직 경험을 통해 강화해야 한다. 국가 안보의 백년대계가 걸린 사관학교 통합을 졸속으로 밀어붙이려 해선 절대 안 된다.”

최병혁 한미안보연구회장 인터뷰 /2026.07.07. 유희태 기자
최병혁 한미안보연구회장 인터뷰 /2026.07.07. 유희태 기자

─마지막으로 국가 안보를 위해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현재 우리는 매우 불안정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불리한 안보 환경에 처해 있다. 미·중 전략 경쟁과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한·미가 서로에게 필요한 부분을 보완해 줄 수 있는 필수불가결한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나아가도록 한·미동맹 체제를 더욱 강화하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런 시기에 주요 안보 문제를 정치적 논리로 밀어붙여 동맹 관계를 흔들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북·중·러에 둘러싸인 우리의 냉혹한 안보 현실을 직시하고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안보 문제에 관한 한 폭넓게 국민적 여론을 수렴하면서 깊이 숙고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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