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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 친구 살인 사건’…피해 유족 “가해자, 심신미약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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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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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측 경찰 ‘부실대응 진상규명’ 촉구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경북 경산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친구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20대 남성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 유족 측이 가해자의 ‘심신미약’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또 경찰의 초동 수사 부실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 남언호 변호사는 13일 “가해자가 잔혹한 범행을 저지른 뒤에도 명확한 판단력을 보였다”며 이같이 밝혔다.

 

◆ ‘경산 친구 살인 사건’ 개요

 

경북 경산경찰서는 지난 7일 살인 혐의로 A(20대)씨를 구속했다. A씨는 지난 4일 오전 4시쯤 경산시 하양읍 자신의 아파트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친구 B(20대)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흉기에 찔린 B씨는 다른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피해 사실을 알렸고, 이 친구가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등이 현장에 출동했으나 B씨는 병원으로 옮겨지지 못한 채 집 안에서 숨졌다. 당시 집 안에는 A씨와 B씨 외에 또 다른 친구 1명이 잠들어 있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술을 마신 뒤 다툼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피의자가 범행 동기에 관한 진술을 거부하고 있어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 범행 정황

 

사건 당시 상황은 유족 측 설명과 피해자 지인들의 전언을 통해 일부 드러났다. 이날 유족 측 법률대리인 주장에 따르면 A씨는 B씨의 얼굴을 물어뜯고 흉기를 수십 차례 휘둘렀으며, 목을 절단하려 한 정황과, 범행 현장에 사용된 시칼 2자루가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B씨가 도움을 청하려고 다른 친구에게 연결해 둔 휴대전화 통화에는 당시 상황이 그대로 녹음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 측은 B씨가 “진짜 가만히 있겠다”, “너무 아프다”고 애원했지만 A씨는 “내가 얼마나 귀엽냐”며 웃음을 터뜨렸다고 밝혔다. 현장에 도착한 지인들은 “아파트 공동현관부터 복도까지 이어진 핏자국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 유족 “심신미약 아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지만 이후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범행 동기에 대한 진술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유족 측은 A씨가 만취 상태가 아니었고 마약 간이 시약 검사에서도 음성 반응이 나왔다고 반박했다.

 

특히 A씨가 범행 직후 나체 상태로 현장을 벗어났다가 약 1시간 뒤 스스로 아파트로 돌아온 점을 들어 “상황 판단력과 기억력을 유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유족은 “A씨가 과거에도 B씨에게 폭력을 행사한 전력이 있다”며 “이번 사건을 데이트 폭력을 말리다 벌어진 우발적 사고는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 유족 “경찰 초동대응도 문제”

 

유족 측은 경찰의 초동 조치도 강하게 문제 삼았다. 유족 측은 “A씨는 범행 직후인 새벽 4시쯤 온몸에 피를 묻힌 알몸 상태로 거리로 나와 버스정류장에 앉아 있거나 편의점에서 바나나우유를 집어 나오는 등 거리를 배회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4시 30분쯤 순찰차가 A씨와 마주쳤지만 경찰이 즉시 하차해 제압하지 않았고, A씨는 현장을 벗어났다”고 했다.

 

A씨가 5시쯤 범행 현장인 아파트로 돌아왔을 때는 피해자의 친구들이 도착해 있어 몸싸움이 벌어졌고, 경찰은 5시 20분쯤에야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은 “피해자의 친구들이 없었다면 A씨가 흉기 등 핵심 증거를 인멸하거나 집 안에 잠들어 있던 다른 친구까지 해칠 수 있었던 상황”이라며 경찰이 현장 도착 후에도 신원 확인을 이유로 체포를 지연했다고 지적했다.

 

 

 

 

 

 

 

유족은 지난 5월 광주에서 발생한 이른바 ‘장윤기 사건’을 거론하며 수사기관의 부실 대응 논란을 언급했다. 장윤기 사건은 경찰의 초동 수사 부실과 증거 인멸 의혹이 잇따라 드러나 경찰청이 외부 인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쇄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사안이다.

 

최근 강력범죄 피의자가 주취나 정신질환을 이유로 심신미약을 내세워 형량 감경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면서 그 인정 여부가 재판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법원은 통상 범행 수법의 잔혹성과 범행 전후의 상황 인식·대처 능력을 심신미약 판단의 주요 잣대로 삼는 만큼, 도주 후 자진 복귀와 흉기 복수 사용, 과거 폭력 전력 등이 이번 사건에서 심신미약 주장의 설득력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신상 공개 논란과 제도 개선 촉구

 

이러한 가운데 이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A씨의 신상은 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졌다. 한 유튜버는 지난 8일 인스타그램 계정에 ‘살인자의 신상을 공개합니다’라는 제목과 함께 피의자의 실명과 얼굴, 전신 문신 사진 등을 올렸다. 다만 공개된 신상이 실제 A씨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유족 측은 수사기관에 피의자 신상 정보의 즉각적인 공개를 요구했다.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사적 정보 유포가 이미 시작됐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교화 가능성이 없는 흉악범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할 수 있도록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의 도입한다”며 국회와 법무부에 촉구했다.

 

한편 수사기관이 아닌 개인이 피의자 신상을 임의로 공개하는 데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상 피의자 신상 공개는 경찰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 등 공적 절차를 거치도록 돼 있어, 사인(私人)이 확정판결 전 신상을 공개하면 명예훼손 책임이나 무죄추정 원칙과의 충돌, 오인에 따른 제3자의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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