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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세포들이 건네는 실연(失戀)의 반사요법… 뮤지컬 '유미의 세포들'이 위로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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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선임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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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간 사랑의 크기는 불행히도 서로 다를 때가 많다. 더 불행한 것은 더 많이 사랑하는 쪽이 관계의 약자가 된다는 사실이다. 지난달 30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개막한 창작 뮤지컬 ‘유미의 세포들’은 이 오래된 사랑의 불균형을 정면으로 다루는 치유극이다. 상처 입은 자신의 모습을 비춰 보게 하는 반사요법(거울치료)을 무대에서 펼친다. ‘자신의 가치를 알고 자신을 소중하게 지켜내야 한다’는 쉽지만 실행하기 어려운 진리를 마음속 다양한 세포들 활약으로 일깨운다.

 

뮤지컬 ‘유미의 세포들’.     연합뉴스
뮤지컬 ‘유미의 세포들’.     연합뉴스

원작은 네이버웹툰에서 2015년부터 5년여간 512화에 걸쳐 연재되며 글로벌 누적 조회수 35억뷰를 기록한 이동건 작가의 동명 웹툰이다. 30대 직장인 김유미의 감정과 판단을 여러 세포의 활약으로 그려낸 작품이 TV드라마와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거쳐 무대에 도착했다. 제작사 샘컴퍼니와 스튜디오N이 2021년부터 5년간 공동 개발한 프로젝트의 결실이다. 연출은 셰익스피어극에 정통하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을 총연출한 양정웅이 맡았다.

 

무대 위 세포들은 사실상 유미의 내면 속 자아들이다. 이성과 감성, 불안과 두려움, 추리력의 명탐정과 본능의 응큼 세포까지. 회계부서에서 홍보부로 부서 이동이라는 일상의 도전과, 자신에게 소홀해진 남자친구 구웅과의 관계에 속앓이하는 유미의 내면 투쟁이 이들의 좌충우돌로 형상화된다. 관객은 유미를 보는 것이 아니라 유미 안에서 벌어지는 내적 갈등을 지켜보며 바른 선택을 응원하게 된다. 이 작품이 로맨스물이라기보다 성장서사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뮤지컬 ‘유미의 세포들’.     연합뉴스
뮤지컬 ‘유미의 세포들’.     연합뉴스

무대 중심에는 원작에 없는 오리지널 캐릭터 ‘견습 세포 109’가 있다. 이름도 역할도 부여받지 못한 이 세포가 자신의 이름을 찾아가는 여정은 곧 유미가 관계 속에서 잃어버린 자기 자신을 되찾는 여정과 포개진다. 남자친구의 10년 지기 새이의 등장으로 사랑 세포의 힘이 약해지고 이별시계가 내려오는 위기에서 작품은 사랑을 지키는 법이 아니라 사랑 앞에서 나를 지키는 법을 묻는다. 더 많이 사랑해서 약자가 된 이에게 필요한 것은 상대의 마음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다. 2막의 넘버 ‘비로소 아름다워’에 이르러 이 반사요법은 완성되고 관객은 유미의 거울 앞에 함께 선다.

 

치유의 설득력은 배우들의 기량이 만들어낸다. 지난 8일 무대에선 사랑 세포 역의 유리아와 109 역의 최재림이 난도 높은 넘버들을 여유 있게 소화했다. 매력적인 저음과 풍부한 성량의 최재림이 베테랑다운 관록으로 무대를 이끌었고, 유리아는 폭발적인 고음을 자랑했다. 주인공 유미 역을 맡은 티파니 영은 평범함 속에서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는 유미를 구축했다. 작가 세포를 연기한 연지현의 춤과 노래도 눈에 들어왔다.

 

뮤지컬 ‘유미의 세포들’.     연합뉴스
뮤지컬 ‘유미의 세포들’.     연합뉴스

뮤지컬로는 이례적으로 도입된 스크린 자막은 창작 초연 넘버의 가사를 눈으로 따라가게 해 전달력을 높였다. 초연 창작물의 약점인 낯선 넘버의 진입장벽을 낮춘 선택이다. 세포들의 소동극을 따라가며 유미를 응원하다 보면 내 안의 세포들은 잘 지내는지 생각하게 된다. 더 많이 사랑해서 아팠던 기억이 있는 관객에게는 반사요법이 효능을 발휘하는 치유극이다.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8월 2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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