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太 국가에 SMR 도입 지원
3국 협력체계 구축 MOC 서명
‘北 완전한 비핵화’ 표현 대신
‘한반도 비핵화 원칙’으로 바꿔
이재명 정부의 대북 ‘평화공존’
트럼프 ‘北·美대화 의중’ 반영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과 미국, 일본 3국이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의 소형모듈원자로(SMR) 도입을 지원하기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또 3국은 대북 관련 긴밀한 공조를 지속하고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견지하면서도, 지난해보다 ‘온건하게’ 대북 메시지의 수위를 조절했다.
7일(현지시간) 미 국무부 등에 따르면 나토 정상회의 계기 한·미·일 외교장관회의에서 조현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SMR 도입을 지원하기 위한 협력각서(MOC)에 서명했다.
한·미·일 3국 외교장관 회의는 지난해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이후 9개월 만이다.
이번 MOC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다른 나라들을 우선 대상으로 SMR 도입을 촉진하기 위한 3국 협력 체제 구축 차원이다. 또 MOC에는 표준 노형·간소화된 계약 절차를 통한 다수의 SMR 건설사업 지원, 한·미·일 기업 간 컨소시엄 구성, 사업 자금 조달 및 역량 강화, 기술·연료·장비·서비스 지원 등 내용이 포함됐다.
한국 외교부와 미 국무부는 “민간 원자력 분야에서 각각의 강점을 지닌 3국이 각국 원자력 산업 간 상호 이익이 되는 협력을 장려할 기회를 제시한다”며 “이 협력 체계는 프로젝트 개발 위험을 줄이고,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며, 민간 투자를 촉진하고,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며, 공급망을 최적화하는 발전소 배치 모델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또한 미 행정부는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SMR 개발 프로그램 활동 촉진 등을 위해 국무부의 ‘SMR 기술의 책임있는 활용을 위한 기초 인프라’(FIRST) 프로그램에 1000만달러(약 150억원) 이상의 신규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밖에 한·미·일 외교장관들은 이날 회의에서 한반도 정세에 관해 의견을 모았다. 외교부는 8일 3국 장관회의 결과에 대해 “한반도 정세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 대응을 포함한 대북정책 공조를 유지하기로 했다”며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견지하는 가운데 대화와 외교를 통한 한반도 평화·안정 노력을 지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4월 나토 외교장관회의 참석 계기 한·미·일 외교장관회의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공약이 확고함을 재확인하고 강력한 대북 억제를 유지하며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히 대응한다”고 밝힌 것과 비교하면 대북 메시지 수위가 한층 낮아진 것이 특징이다.
논의의 초점도 지난해 ‘북한 위협 대응 공조’에서 올해는 ‘한반도 문제’로 옮겨갔다. 특히 ‘강력한 억제와 단호한 대응’ 대신 ‘대화와 외교’를 강조하고, 비핵화 관련 표현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서 ‘한반도 비핵화 원칙’으로 바꾼 점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다. 이는 대화와 교류를 통해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 공존을 모색하는 이재명정부의 대북정책과 북·미 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트럼프 행정부의 접근이 함께 반영된 결과란 해석이 나온다.
대북 압박성 문구도 대폭 줄었다. 지난해에는 대북 제재 이행,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 및 러·북 군사협력 대응, 북한 인권 보호 등 구체적으로 적시했지만, 올해는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 대응을 포함, 대북정책 관련 긴밀한 공조”란 내용만 담겼다. 대북 공조는 유지하면서도 압박성 메시지는 상당 부분 덜어낸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참여하는 다자 협의체에서 ‘북한 비핵화’ 대신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이 사용된 점에 주목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비핵화는 개념이 확연히 다르다”며 “한반도 비핵화는 핵 군축 개념과 연계되는 것으로 미국이 한반도에 투사하는 핵 능력을 제한하는 것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자 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며 “북한이 반발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선 비판 수위를 조절해온 기존 태도를 고려하면 낮은 수위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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