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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 재소환한 트럼프 “美가 통제”… 나토 기강 다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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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훈 기자 bh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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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군비 증액에도 ‘美 철군’ 엄포

“유럽, 안보 무임승차” 맹비난
이란전 지원 거부도 공개 성토
“나토에 매우 실망했다” 발언도

튀르키예엔 “최고의 동맹” 찬사
나토, 독자 무기개발 본격 추진
“美 의존도 줄여야” 자강론 확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를 미국이 소유해야 한다고 재차 주장했다. 미군을 철군하겠다는 엄포도 반복했다. “안보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난에 나토 회원국이 앞다퉈 방위비 증액을 발표했음에도, 정상회의장에 도착하자마자 작심한 듯 ‘기강 잡기’에 나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AP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튀르키예 앙카라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 전 기자회견에서 “그린란드는 덴마크가 아니라 미국이 통제해야 하는 곳”이라며 “이 문제가 미국과 나토의 관계를 해쳤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덴마크가 협조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러시아 문제 해결을 위해 굳이 막대한 돈을 쓸 필요가 없다”며 “우리는 유럽에서 모든 병력을 철수시킬 수 있다. 이민과 에너지 문제, 이 두 가지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더 이상 유럽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은 북극권의 전략적 요충지인 그린란드를 차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며 덴마크를 비롯한 나토 유럽 회원국과 갈등을 빚었다. 갈등이 고조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문제를 외교로 풀겠다며 한발 물러섰고, 이후 미국·덴마크·그린란드 간 3자 협상이 진행 중이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지난달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논의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그린란드 관련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덴마크와 그린란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즉각 반발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튀르키예에서 그린란드 문제를 논의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그린란드를 점령하려 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무테 에게데 그린란드 외교장관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그린란드의 미래는 국민에게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유럽 국가들이 이란 전쟁에서 미국을 돕지 않았다며 “나토에 매우 실망했다”고 회원국들을 거듭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이란에서 어떤 일을 했다는 이유로 우리는 (유럽의)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했다”며 “(이란 전쟁에서) 누구의 도움도 필요하지 않았지만, 제가 요청하기도 전에 그들은 지원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탈리아도, 독일도, 프랑스도 거절했다”고 말했다. 최근 총리직 사임 의사를 밝힌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에 대해서도 “아마도 이 일(이란 전쟁 지원 거부)때문에 인기가 없었던 것 같다”고도 했다. BBC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은 (튀르키예에서) 나토에 대한 경멸감을 숨기지 않았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의의 분위기를 해칠 위험은 계속 존재해 왔고, 그의 선동적인 발언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만들어 낸 단결의 이미지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튀르키예를 향해선 “전통적인 동맹국들보다 미국에 더 많은 도움을 준 훌륭한 동맹국”이라고 평가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에게는 “나토 정상회의가 튀르키예에서 개최되지 않았다면 참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쟁에서 튀르키예가 종전 과정에 협력한 점, 미국과 시리아의 관계 개선에 역할을 한 점 등을 예로 들었다. 최근 관계가 틀어진 것으로 알려진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에 대해서도 “나는 그를 좋아하고, 그는 멋진 사람”이라며 화해의 뜻을 나타냈다.

일부 동맹국을 비난하면서 미군 철군을 협박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유럽 경시’가 만성화하면서, 나토도 대응체제 구축에 나서고 있다. 미국산 무기와 방공망에 의존해야 하는 유럽 회원국들의 현실적인 문제도 고려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로이터통신 등은 영국·프랑스·독일 등 12개국이 미국 참여 없이 독자적인 장거리 정밀타격 무기를 공동개발하는 500억달러(75조8000억원) 규모의 계획을 출범시켰다고 보도했다. 나토는 전날에도 노후한 미국산 보잉의 조기경보기를 스웨덴 방산기업인 사브로 대체할 계획을 내놨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지속 가능한 나토’를 강조하며 “미국에 과도하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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