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그림자 뒤에서 마주한 방황
가장 존경하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곤충 관련업을 하겠다는 다짐은 내게 큰 자부심인 동시에 책임감이기도 했다. 가업을 잇겠다는 목표를 품고 2024년 한국농수산대학교에 편입하며 그 길을 선택했지만, 학교에서 마주한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막막했다. ‘과연 이 길이 맞을까?’ 하는 확신의 부족에서 오는 방황이었다. 뒤이어 아버지가 닦아놓은 길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정말 나에게 맞는 옷인지, 이 작은 벌레들에게 내 미래를 걸어도 될지 매일 밤 생각이 깊어졌다. 1학년 2학기 편입 직후에는 이 길이 내 길이 아니라는 생각에 학업을 지속할 동력을 잃고 멈춰 서기도 했다.
◆번데기의 시간은 멈춤이 아니라 응축
이 답답한 터널을 빠져나오게 해준 것은 2학년 때의 장기현장실습 과정이었다. 아이들이 곤충 사육 키트를 보며 처음엔 무서워하다가, 이내 귀엽다며 눈을 반짝이는 순간을 마주하며 내 마음을 흔들었다. 실습 농장에서 직접 교육을 진행하고 기관 수업에 참관하면서, 나는 곤충이 단순한 생물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실감했다. 나의 방황 역시 청년 농부라는 이름을 얻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했던 번데기의 시간이었음을 깨닫게 되자, 곤충은 새로운 가능성을 가진 나와 함께 할 파트너로 보이기 시작했다. 곤충을 통해 사람들에게 마음의 위로와 교육적인 즐거움을 주고 싶다는 확신이 서자, 내 마음은 어느새 창업을 향한 구체적인 계획으로 바뀌어 있었다.
◆여섯 개의 다리로 지탱하는 단단한 내일
3학년인 지금은 실습에서 얻은 확신을 바탕으로 창업 목표를 꼼꼼하게 다듬고 있다. 단순히 곤충을 길러서 파는 것에 그치지 않고, 6개의 다리를 가진 곤충들의 치유라는 의미의 ‘H6L(Healing 6 Legs)’이라는 브랜드 로고 디자인을 마치며 교육 콘텐츠를 구상 중이다. 더불어 현재는 멸종위기종, 정서 곤충의 대중화와 상업화를 위해 법적 절차와 시장 조사를 병행하고 있다. 아버지가 일궈놓으신 토대 위에 나만의 브랜딩과 교육적 가치를 더해 곤충 산업의 새 영역을 개척하고 싶다. 법령 확인과 시설 설계 등 창업 과정이 여전히 쉽지는 않지만, 이제 내게는 어떤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마음의 뿌리가 생겼다.
창업을 준비하며 겪는 고민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이를 이겨내는 힘은 결국 현장에서 겪은 경험과 스스로 내린 확신에서 나온다는 것을 배웠다. 학교를 떠나려 했던 그 치열한 고민의 시간은, 역설적으로 내가 왜 곤충과 함께 나아가고 있는지를 다시 확인하게 해준 소중한 밑거름이 됐다. 졸업 후 나는 단순히 아버지의 가업을 잇는 아들이 아니라, 곤충으로 사람을 잇는 기업가가 되고 싶다. 여섯 개의 다리로 땅을 딛고 균형을 잡는 곤충들처럼, 나 또한 흔들렸기에 지금은 더 단단히 서 있다. 아버지의 그림자 뒤에서 시작한 길이, 이제는 온전히 나의 빛으로 나아가고 있다.
한국농수산대학교 3학년 권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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