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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는 왜 독일을 택했나…승부 가른 건 잠수함이 아니었다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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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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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생태계가 만든 결정적 차이
북극 안보가 바꾼 수주 공식
기술 넘어 외교가 승부 갈랐다

K방산의 담대한 도전이 잠시 멈추게 됐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7일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 우선협상대상자로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를 최종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한화오션은 차순위로 밀렸다. 

캐나다 해군 빅토리아급 잠수함이 수면 항해를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캐나다 해군 빅토리아급 잠수함이 수면 항해를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국 측이 CPSP에 제안한 장보고-Ⅲ 배치Ⅱ는 국내에서 건조한 잠수함 중 가장 최신형이었다.

 

그럼에도 최종 선택을 받지 못했다. 최대 1000억 캐나다달러(약 108조원) 규모에 달하는 CPSP와 관련, 캐나다 측의 안보환경과 독일 측의 정치적 움직임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다자안보’ 변수, 어떻게 작용했나

 

TKMS가 제안한 212CD 잠수함은 독일·노르웨이가 공동으로 만드는 모델이다. 독일 해군이 쓰는 212A를 기반으로 발전한 플랫폼이다.

 

독일 측은 212CD를 채택하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3개 회원국이 동일한 잠수함을 사용하게 되어 상호운용성 등이 강화된다는 주장을 반복해왔다.

 

이같은 주장의 핵심은 오르카(ORCCA) 전투체계다.

캐나다 수도 오타와 주재 독일 대사관에 212CD 잠수함 모형이 놓여 있다. AP연합뉴스
캐나다 수도 오타와 주재 독일 대사관에 212CD 잠수함 모형이 놓여 있다. AP연합뉴스

오르카는 TKMS 자회사인 아틀라스 엘렉트로닉과 노르웨이 콩스버그가 합작한 KTA 네이벌 시스템즈가 개발했다.

 

오르카는 다국적 협력·공유에 초점을 맞춘 체계다.

 

우선 나토와 비(非) 나토 대이터링크를 모두 지원한다.

 

캐나다 입장에선 미국·독일·노르웨이 등 동맹국 군대와 실시간 정보 및 작전 계획 공유가 가능하다.

 

운용자가 나토나 유럽연합(EU)의 다국적 부대에서 특정 임무를 맡았을 때, 민감한 정보를 보호하면서 꼭 필요한 정보만 공유하는 특수 IT를 갖췄다.

 

개방형 아키텍처를 통해 다양한 시스템 통합이 용이하다. TKMS가 만든 모든 잠수함에 적용된다.

독일 212A급 잠수함이 킬의 TKMS 조선소에 정박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독일 212A급 잠수함이 킬의 TKMS 조선소에 정박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캐나다가 212CD를 도입하면, 독일·노르웨이 해군과 정비·소프트웨어·콘솔·데이터까지 사실상 동일한 체계를 쓴다. 

 

캐나다 잠수함이 독일·노르웨이 잠수함과 같은 데이터 형식으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한다.

 

정비·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독일·노르웨이와 공동으로 진행할 수 있어 캐나다 단독으로 유지보수하는 부담이 줄어든다.

 

한국도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이 태평양 횡단 과정에서 캐나다 측과 실시간 통신을 실시, 상호운용성 우려를 해소했다.

 

하지만 독일이 지닌 나토 동맹 체제에서의 상호운용성과 정비 효율성 등은 한국이 따라잡기가 어렵다.

 

이는 CPSP 평가 중 50%를 차지하는 유지보수(MRO) 분야에서도 드러났다.

 

현재 캐나다 해군이 4척을 운용중인 빅토리아급 잠수함은 1980년대 영국에서 설계된 기종이다.

독일 해군 212A급 잠수함이 발트해에서 미 해군 MH-60R 해상작전헬기와 함께 훈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독일 해군 212A급 잠수함이 발트해에서 미 해군 MH-60R 해상작전헬기와 함께 훈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990년대 중반쯤 캐나다가 들여왔으나, 캐나다 외에는 쓰는 나라가 없다.

 

시간이 갈수록 부품 단종 및 노후화가 심해지면서 문제가 심각해졌다.

 

최근 4년간 잠수함 4척이 바다에 있던 날은 총 214일에 불과했고, 이 중 2척은 같은 기간 출항한 적이 없을 정도였다.

 

노후화로 정비 수요는 증가했지만, 부품 단종이 늘면서 정비 주기가 길어진 것이 원인이었다.

 

이같은 점을 의식한 TKMS와 한화오션은 CPSP에서 정비 능력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TKMS는 나토 동맹국의 정비 네트워크를 앞세웠다.

 

또한 노르웨이에 구축된 정비센터 설계를 활용해서 캐나다 양쪽 해안에 정비시설을 만드는 방안도 제안했다.

해군 잠수함사령부 승조원들이 경남 진해 잠수함사령부에 정박된 도산안창호함에서 출항준비를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해군 잠수함사령부 승조원들이 경남 진해 잠수함사령부에 정박된 도산안창호함에서 출항준비를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는 장기적 관점에서 부품 단종 대응·공급망 다변화에 유리하다는 평가다.

 

한화는 핵심 장비를 단일 국가 공급망에서 통제, 단종 리스크를 줄이고 가성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비체계도 캐나다의 기존 체계를 재사용해 리스크를 줄이고자 했다. 이는 잠수함 기종 전환 시 시행착오 리스크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캐나다가 빅토리아급 잠수함 운용과정에서 영국 및 영연방에 의존했던 단일 공급망 체계에서 문제를 겪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화오션도 기존 캐나다 공급망인 영연방·나토 구성원들과의 파트너십에서 유연성을 더 크게 발휘해 독일의 나토 정비 생태계 카드에 맞서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캐나다 해군 헬리팩스급 구축함과 독일 해군 212A급 잠수함이 함께 훈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캐나다 해군 헬리팩스급 구축함과 독일 해군 212A급 잠수함이 함께 훈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북극안보’도 영향 

 

어느 나라든 잠수함은 전략무기로 분류된다. 따라서 전략적 고려가 필수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내가 정말로 힘들고 어려울 때 나와 같이 싸워줄 사람이 누구냐’가 결정의 핵심 축”이라며 “CPSP도 우리가 캐나다에 많은 조건을 제시했지만, 결국은 안보 동맹으로 기울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안보의 핵심은 북극이다.

 

지구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북극 항로가 열리고, 이곳의 자원과 항로에 중국·러시아가 관심을 보이면서 서방의 움직임도 달라졌다.

 

캐나다도 지난 3월 북극 지역 군용 비행장 등 기반시설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포함하는 북극 방어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단독으로 중국·러시아의 진출을 저지하기는 어렵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7일 헬리팩스에서 잠수함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7일 헬리팩스에서 잠수함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북극 안보에 동참할 중견국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때 등장한 것이 독일·노르웨이였다. 독일은 노르웨이·케나다와 함께 2024년 해양안보 파트너십을 맺었다.

 

북극해와 북대서양 방면 나토 방위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서, 러시아 해상 위협에 대응해 북대서양의 주요 해저 인프라를 공동 보호하며 대잠수함전(ASW)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였다.

 

사실상 나토 북부 전선을 맡는 거대 안보 연합체가 등장한 셈이었다.

 

당시 캐나다는 CPSP와 무관한 협정이라고 밝혔지만, 이때 구축된 안보·방산협력 기반은 CPSP의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

 

TKMS의 212CD 잠수함을 캐나다가 선정하면서, 해양안보 파트너십의 핵심 3개 구성국들은 북극해와 북대서양을 아우르는 24척 규모의 나토 북방 공동 잠수함대를 형성하게 됐다.

 

캐나다로선 북극 안보를 도와줄 지정학적 안보 블록을 얻은 셈이다.

한국-캐나다 해군 연합협력훈련 참가를 위해 캐나다 빅토리아 에스퀴몰트 해군 기지에 입항하는 국산 잠수함 도산안창호함 장병들이 대함경례를 하고 있다. 해군 제공
한국-캐나다 해군 연합협력훈련 참가를 위해 캐나다 빅토리아 에스퀴몰트 해군 기지에 입항하는 국산 잠수함 도산안창호함 장병들이 대함경례를 하고 있다. 해군 제공

독일산 잠수함의 북극 운용 경험도 드러난 바 있다.

 

지난 2024년 4∼6월 포르투갈 해군 잠수함 아르파오함은 그린란드 최북단을 포함한 북극과 북대서양에 70일간 배치됐다. 이 과정에서 북극 빙하 아래에 4일간 머무르기도 했다.

 

해당 잠수함은 TKMS가 수출용으로 만든 214급 잠수함 파생형이다. 디젤-전기 발전기와 공기불요추진체계(AIP)를 갖췄다.  

 

아르파오함의 활동은 TKMS에 북극 작전에 특화된 잠수함을 만들 수 있는 토대가 됐다.

 

얼음으로 인한 소음 변화, 얼음이 녹으면서 유입되는 담수에 의한 해수 농도 변화 등은 잠수함의 평형 유지와 탐지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같은 경험을 쌓은 독일산 잠수함의 특성은 북극 작전이 필수인 캐나다가 주목할 만한 부분을 갖췄다는 평가다.

올리버 부르크하르트 TKMS CEO가 7일 캐나다 수도 오타와 주재 독일 대사관에서 열린 컨퍼런스에 참석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올리버 부르크하르트 TKMS CEO가 7일 캐나다 수도 오타와 주재 독일 대사관에서 열린 컨퍼런스에 참석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방산 수출 적극적인 독일…경쟁 치열

 

과거 독일은 방산 수출과 거리를 뒀다. 하지만 지금은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CPSP와 관련,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부장관이 3년간 캐나다를 세 번 방문했다.

 

독일·노르웨이는 자국 해군에 배정된 212CD 잠수함 생산 순번을 각각 1척씩 캐나다에 양보했다.

 

TKMS는 이를 토대로 2034년까지 잠수함 4척을 조기 인도한다는 새 로드맵을 캐나다에 제시했고, 캐나다 정부는 수용했다. ‘2035년 이전 인도’라는 한화오션의 납기 경쟁력을 약화시킨 셈이다. 

경남 창원시 진해 군항에서 한국-캐나다 연합협력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도산안창호함이 출항하고 있다. 해군 제공
경남 창원시 진해 군항에서 한국-캐나다 연합협력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도산안창호함이 출항하고 있다. 해군 제공

독일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은 독일 국내외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수십 년간 독일 경제는 자동차·기계 수출 중심 성장모델이 지탱해왔다.

 

하지만 중국 시장에서의 비중 감소, 높은 에너지 비용, 공급망 혼란, 미국의 관세 등으로 최근 경제가 흔들렸다. 독일 정부로선 새로운 성장동력이 절실했다.

 

그때 등장한 것이 방위산업이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우크라이나 지원 및 독일 연방군 재무장 수요가 맞물리면서 독일의 국방비는 폭증하고 있다.

 

실제 독일의 국방예산은 올해 822억 유로(약 144조2000억 원)에서 2030년에는 1900억 유로(333조3000억 원)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라인메탈, 크라우스마파이 베그만, 딜 디펜스, 헨솔트 등 주요 방산기업들은 사업 구조를 방위산업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생산라인 증설과 채용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키운다.

 

CPSP에서 TKMS가 계약을 확정하면, 독일 북부 킬과 비스마르 조선소에서 잠수함을 만들게 된다. 조선소에서 최대 15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

 

이같은 추세는 독일 정부가 경제성장과 외교적 영향력 확대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도록 한다.

 

중국의 공세로 경제적 위기가 고조되는 독일 정부가 CPSP를 계기로 글로벌 무기 생산·수출을 통해 경제·안보 이익 증대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K방산으로선 안보협력을 앞세운 독일의 파상공세를 저지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를 위해선 정치·안보협력 옵션을 추가 확보하면서 글로벌 안보환경과 추세에 부합하는 한국형 잠수함과 수상함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 해군용을 제시하는 대신 새로운 군함을 설계·제작해야 한다는 의미다.

 

정교한 정치·안보협력 프레임과 현지 사정에 부합하는 무기가 결합해야만 CPSP 실패의 반복을 막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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