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신용잔고 한 달 새 1조2465억원 늘어 최대
모건스탠리 ‘AI 피크아웃’ 경고에 코스피 급락해
“89조 벌고도 7% 급락했다.”
삼성전자가 역대 최대 수준의 2분기 성적표를 내놨지만, 주가는 거꾸로 움직였다.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19배 가까이 불어났다는 소식에도 외국인은 매물을 쏟아냈고, 개인 투자자는 하락장을 저점 매수 기회로 보고 신용 매수를 늘렸다.
시장의 시선은 이미 ‘얼마나 벌었느냐’에서 ‘이 이익이 얼마나 더 이어질 수 있느냐’로 옮겨갔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열풍과 메모리 가격 상승 기대가 주가에 먼저 반영된 상황에서 호실적은 축포가 아니라 차익 실현의 계기가 됐다.
◆실적 발표가 매도 신호 됐다
삼성전자는 7일 연결 기준 2분기 잠정 매출 171조원, 영업이익 89조4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810.26%, 전 분기 대비 56.21% 늘었다. 시장 전망치를 웃돈 ‘어닝 서프라이즈’였다.
하지만 주가는 정반대로 움직였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6.92% 하락한 29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낙폭은 10%대까지 커졌다. SK하이닉스도 6.06% 급락하며 220만1000원에 마감했다.
반도체 대형주 매도는 지수 전체를 흔들었다. 코스피는 장중 7389.22까지 밀린 뒤 전 거래일보다 4.91% 내린 7656.31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매도 사이드카에 이어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됐다. 코스피 서킷브레이커는 올해 들어 여섯 번째다.
호실적 자체가 악재였던 것은 아니다. 문제는 기대치였다. AI 서버 투자 확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D램·낸드 가격 상승 기대가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돼 있었다. 실적이 좋게 나와도 시장이 더 강한 숫자와 더 긴 성장성을 요구하는 구간에 들어선 셈이다.
◆외국인 보유율 17년 만에 최저
외국인의 이탈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외국인의 삼성전자 주식 보유율은 46.69%로 집계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 있던 2009년 7월 23일 46.6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SK하이닉스도 비슷하다. 외국인 보유율은 50.17%로 낮아지며 2023년 5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밀렸다.
외국인은 지난달 19일부터 이날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13거래일 연속 순매도했다. 이 기간 외국인의 순매도액은 삼성전자 15조860억원, SK하이닉스 20조7500억원에 달했다. 단순한 개별 종목 조정이라기보다 AI 반도체 랠리 전반에 대한 경계감이 커진 신호로 읽힌다.
반대로 개인 투자자는 하락장에서 매수 강도를 높였다. 연합인포맥스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삼성전자 신용잔고는 5조5075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1조2465억원 늘었다. 지난달 24일 사상 처음 5조원을 넘어선 뒤 5조원대 잔고가 이어지고 있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이다. 주가가 빠르게 반등하면 수익률을 키울 수 있지만, 조정이 길어지면 반대매매 부담도 커진다. 외국인이 비중을 줄이는 동안 개인이 빚을 내 반도체주를 받아내는 정반대 흐름이 나타난 것이다.
◆모건스탠리 경고에 흔들린 AI 랠리
투자심리를 더 흔든 것은 모건스탠리의 반도체주 비중 축소 권고였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반도체주 상승 모멘텀이 약해지고 있다며 투자자금이 반도체에서 AI 하이퍼스케일러와 다른 업종으로 옮겨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핵심은 ‘AI 수요가 사라졌다’가 아니다. 시장이 우려하는 것은 이익 증가 속도의 둔화다. 지금까지 반도체주는 AI 서버 투자 확대와 메모리 가격 상승 기대를 한꺼번에 반영하며 급등했다.
그러나 주가가 먼저 많이 오른 만큼, 이제는 실적이 좋아도 기대를 더 크게 넘어서지 못하면 매물이 나오는 구간에 들어섰다.
모건스탠리의 경고가 처음인 것도 아니다. 2024년 9월에도 SK하이닉스의 HBM 공급 과잉 우려를 제기하며 목표주가를 대폭 낮춘 바 있다. 이후 반도체 랠리가 이어지면서 당시 전망은 시장에서 논란을 남겼다.
이번 보고서 역시 AI 투자 사이클의 종료라기보다 주도주 교체와 수익률 방어를 경고한 성격이 짙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초체력이 약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투자는 여전히 메모리 수요의 핵심 축이다.
더 큰 문제는 주가가 이미 높은 기대를 품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의 매도와 개인의 신용 매수가 맞물리면 작은 악재에도 변동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하반기 반도체주의 관건은 실적의 절대 규모가 아니라 이익 증가세가 얼마나 오래 유지되느냐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인은 이미 반도체주에 대해 일부 차익 실현과 비중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개인은 신용 매수를 통해 하락장을 받아내고 있어, 단기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구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역대급 실적 발표에도 주가가 급락했다는 것은 반도체 랠리가 이제 실적 확인을 넘어 수익률 방어 국면에 들어섰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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