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귀지·가족력이 단서…목욕 2시간 뒤 ‘30㎝ 검사’
샤워·통풍으로 관리…대인관계 지장 크면 치료 검토
“지하철서 팔 올리자 ‘헉’”
출근길 지하철에서 누군가 팔을 들어 올릴 때마다 묘한 냄새가 퍼진다. 불쾌한 시선보다 더 신경 쓰이는 건 ‘혹시 내 몸에서 나는 냄새 아닐까’ 하는 불안이다.
여름에는 땀이 늘고 피부가 축축해진다. 겨드랑이와 발에 세균이 머물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체취도 평소보다 짙어진다. 매일 씻어도 냄새가 가시지 않고 흰옷 겨드랑이가 자꾸 누렇게 변한다면 의심해볼 게 있다. 흔히 ‘암내’라고 부르는 액취증이다.
◆목욕 2시간 뒤 ‘30㎝ 거즈 검사’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은 액취증을 겨드랑이 땀샘의 이상으로 특이한 냄새가 나고, 자신이나 주변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거나 사회생활에 지장을 주는 상태로 설명한다.
집에서 냄새의 정도를 살펴보는 방법도 있다. 목욕을 마치고 약 2시간이 지난 뒤 평소 많이 사용하는 팔의 겨드랑이를 거즈로 문지른다. 거즈를 코에서 30㎝ 떨어뜨렸는데도 냄새가 느껴진다면 진료를 고려할 수 있다.
티슈를 양쪽 겨드랑이에 5분간 끼운 뒤 역한 냄새가 나는지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 다른 사람에게 냄새를 지적받았거나 흰옷의 겨드랑이가 저녁 무렵 누렇게 변하는 경우도 치료 여부를 판단하는 단서다.
◆냄새 없던 분비물, 세균 만나 ‘암내’로
액취증의 주요 원인은 겨드랑이에 많이 분포하는 아포크린샘이다. 아포크린샘에서 나오는 분비물은 처음부터 냄새가 나는 게 아니다. 피부 표면의 세균이 분비물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암모니아와 지방산 계열의 강한 냄새가 만들어진다.
발 냄새도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신발 안에 땀이 차면 피부 각질층이 약해지고 세균이 증식하기 쉬워진다. 통풍되지 않는 신발을 오래 신거나 땀에 젖은 양말을 갈아 신지 않으면 냄새가 심해질 수 있다.
다한증과 액취증은 구분해야 한다. 다한증은 체온 조절에 필요한 수준을 넘어 땀이 많이 나는 질환이다. 액취증은 아포크린샘의 과다·이상 분비와 피부 세균의 작용으로 특유의 냄새가 나는 상태다. 두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사람도 있다.
◆흰옷에 반복되는 노란 자국
액취증이 있으면 흰옷이나 속옷의 겨드랑이 부분이 누렇게 변하기도 한다. 일반적인 땀이 대부분 수분인 것과 달리 아포크린샘 분비물에는 지질과 중성지방, 지방산, 콜레스테롤, 철분, 색소 등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노란 자국만으로 액취증 여부를 단정할 수는 없다. 냄새가 얼마나 자주, 얼마나 심하게 나는지, 겨드랑이가 쉽게 축축해지는 편인지, 귀지가 무른 편인지, 부모나 형제 중 비슷한 증상이 있는지까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
어릴 때부터 귀지가 축축하고 무른 편이고 가족력까지 있다면 사춘기를 지나면서 액취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땀이 많이 나는 여름철이나 운동 직후,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냄새가 더 강해질 수 있다. 여성은 생리 직전 아포크린샘 분비가 활발해지면서 냄새가 짙어지기도 한다.
◆씻은 뒤 충분히 말려야
체취를 줄이려면 땀과 세균이 피부에 오래 머물지 않게 해야 한다. 땀을 많이 흘렸다면 샤워한 뒤 겨드랑이와 발가락 사이의 물기를 충분히 말린다. 통풍이 잘되는 옷과 땀 흡수가 좋은 속옷을 입고, 젖은 옷과 양말은 바로 갈아입는 게 좋다.
겨드랑이 털을 짧게 정리하거나 제모하는 것도 방법이다. 털에 분비물과 세균이 머무는 것을 줄일 수 있다.
데오도란트는 냄새를 덮거나 줄이는 제품이다. 땀 억제제는 땀 분비 자체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향으로 냄새를 가리는 것만으로는 액취증의 원인을 없애기 어렵다.
◆사회생활에 지장 준다면 진료
씻고 말리는 습관을 바꿨는데도 냄새가 계속되거나 대인관계와 직장생활이 위축될 정도라면 의료기관 진료를 받아보는 게 좋다.
첫 치료로는 염화알루미늄 계열의 바르는 지한제가 주로 사용된다. 세균 증식을 억제하는 국소 치료제나 제모 치료를 적용하기도 한다.
보툴리눔 독소를 주사해 겨드랑이 땀 분비량을 줄이는 방법도 있다. 효과는 일반적으로 3~6개월 지속돼 반복 시술이 필요할 수 있다.
증상이 심하면 모근 주변의 아포크린샘을 제거하는 수술을 검토한다. 수술법에 따라 절개 범위와 흉터, 회복 기간, 재발 가능성이 다르므로 진료를 거쳐 치료법을 정해야 한다.
액취증은 단순히 씻지 않아서 나는 냄새가 아니다. 아무리 깨끗이 씻어도 냄새가 계속되는 건 아포크린샘에서 나오는 분비물과 피부 세균이 계속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냄새 때문에 사람 만나기가 꺼려지거나 일상이 불편해질 정도라면 그냥 참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병원에서 원인을 정확히 확인하고 치료나 관리 방법을 상담해보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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