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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0%’ 혜택받으며 짬짜미… 식탁 물가 교란 ‘괘씸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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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권구성 기자, 윤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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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분당 담합 4곳에 최대 과징금

8년간 13번 걸쳐 6조 가격 담합
원가 오를 땐 빨리, 내릴 땐 미적
판매가에 꼼수 반영… 소비자 부담
우크라전 시기엔 최대 73% 인상

3개 제조사 임직원들 첫 재판
담합은 인정, 대표 보고는 부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전분·전분당 4개사에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이들의 담합 행위가 기업간거래(B2B)는 물론 최종 소비자에게도 물가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판단에서다. 그동안 정부는 전분당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원료인 가공용 옥수수에 할당관세(0%)를 적용했지만, 4개사는 옥수수 가격이 오를 때 원가 상승분을 신속하게 반영하는 식으로 판매가격을 합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분·전분당 가격을 7년 넘게 짬짜미한 업체들이 역대 최대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상㈜, (유)사조씨피케이, ㈜삼양사, 씨제이제일제당㈜ 등 4곳이 7년 5개월에 걸쳐 식품업체, 제지사, 철강사 등 사업자 간 거래(B2B)에 적용되는 전분·전분당(이하 '전분당')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과징금 총 7476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7일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올리고당 등 전분당 제품. 연합뉴스
전분·전분당 가격을 7년 넘게 짬짜미한 업체들이 역대 최대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상㈜, (유)사조씨피케이, ㈜삼양사, 씨제이제일제당㈜ 등 4곳이 7년 5개월에 걸쳐 식품업체, 제지사, 철강사 등 사업자 간 거래(B2B)에 적용되는 전분·전분당(이하 '전분당')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과징금 총 7476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7일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올리고당 등 전분당 제품. 연합뉴스

7일 공정위의 심판 결과를 보면 대상, 사조CPK, 삼양사, CJ제일제당 전분당 4개사는 정부의 정책적 보호를 받으면서도 밀약으로 경쟁 질서를 왜곡한 것으로 평가된다. 과자나 빵, 음료, 빙과, 맥주 등의 먹거리와 산업용 원재료로 쓰이는 전분당은 주원료인 수입 옥수수를 공동으로 수입한다. 앞서 정부는 전분당이 물가와 산업 경쟁력 등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해 2021년 4월부터 매년 200만t 내외의 가공용 옥수수에 할당관세를 적용했다.

그러나 4개사는 2018년 5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3차례에 걸쳐 전분당 판매가격의 인상·인하 폭과 시기 등을 합의하고 이를 실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옥수수 가격 인상 시기에 원가 상승분을 신속하게 반영하고 판매가격 인상에 합의한 것은 8차례에 달했다. 반대로 옥수수 가격 인하 시기에는 인하폭을 최소화하고, 인하 시기를 최대한 늦추기로 합의한 것이 5차례로 파악됐다.

4개사는 거래처의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격 변경의 폭과 시기, 가격 변경의 근거가 되는 환율, 원료가 등 공문에 담길 내용과 발송 시기 등을 구체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분당 품목별 목표가격을 합의한 뒤에는 그보다 높은 금액을 거래처에 통보하는 식으로 목표가격을 수용하게 유도했다. 실수요처에 공문을 발송할 때는 4개사 관계자들이 서로 찾아가 공문의 내용을 꼼꼼하게 살폈고, 이후 우체국까지 따라가 공문을 실제 발송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4개사의 B2B 시장 점유율이 전분 95.7%, 전분당 86.4%에 달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옥수수 가격 변동이 크던 시기에도 4개사는 이득을 극대화하는 데 골몰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쟁으로 옥수수 가격이 급등했던 2022년 11월에는 판매가격을 1㎏당 971원으로 올리며, 담합을 시작했던 2018년 5월(1㎏당 559원) 대비 73% 급등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가격인상이 실수요처는 물론 최종 소비자인 국민에게 전가됐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4개사가 담합의 영향을 받은 관련 매출액은 6조525억원에 달했다.

공정위는 4개사가 B2B 시장에서 8년 넘게 전분당 입찰과 부산물 가격을 담합한 의혹에 대해서도 심의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4개사가 2016년 9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포스코 등 7개 수요처가 발주한 전분당 구매 입찰에서 낙찰 예정자와 순위, 투찰 가격, 물량 등을 합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가 파악한 관련 매출액은 9400억원으로 산정됐다.

공정위, 심의결과 브리핑 남동일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전분 및 전분당 가격담합 사건 심의 결과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공정위는 4개 전분 및 전분당 제조·판매사에 대해 가격재결정 명령을 포함한 시정명령과 함께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 7476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세종=연합뉴스
공정위, 심의결과 브리핑 남동일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전분 및 전분당 가격담합 사건 심의 결과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공정위는 4개 전분 및 전분당 제조·판매사에 대해 가격재결정 명령을 포함한 시정명령과 함께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 7476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세종=연합뉴스

아울러 2017년 8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전분당 부산물의 판매가격을 담합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대상은 CJ제일제당을 제외한 3개사다. 공정위가 파악한 관련 매출액은 1조5500억원에 이른다. 관련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면 과징금 규모는 최대 4980억원으로 추산된다.

지난 4월 검찰 기소로 이날 처음 열린 전분당 사건 재판에서 대상·사조CPK·CJ제일제당의 임직원들은 실무자 선에서 진행된 담합이라는 점을 대부분 인정했다. 다만 각 회사의 대표들이 해당 내용을 보고받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들은 최소 8년간 10조1520억원 상당의 담합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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