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부터 항공엔진 기술 축적
지난 10년간 1조8000억원 투자
국과연과 ‘장수명’ 초도시제 완성
美·이란전 보듯 현대전 핵심기술
스텔스 무인기 등으로 개발 확장
한국형 전투기 엔진 자립 디딤돌
정형동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장은 지난 6일 한화에어로가 1979년부터 47년간 항공엔진 기술 축적에 매달려온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기계 공학의 꽃’이라 불리는 항공엔진은 최근 미국·이란 전쟁에서 보듯 현대 전장을 좌우하는 무인기·미사일 전력의 핵심 기술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항공엔진 기술을 보유한 국가들이 각종 국제 협약과 자국 수출규정을 통해 기술 확산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부는 한화에어로와 같은 민간 파트너사와 함께 기술 자립을 추진해왔다. 한화에어로가 지난 10년간 투자한 규모만 1조8000억원에 달한다.
그 결과 국방과학연구소와 한화에어로는 국내 최초로 수천 시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장수명’ 항공엔진 초도시제를 완성했다. 초도시제란 실제 양산 전에 성능을 확인하려고 만든 시제품을 의미한다. ‘단수명’ 엔진의 경우 이미 자립에 성공해 양산까지 하고 있지만, 장수명 엔진을 국내 기술에 의해 시험 가능한 시제품 형태로 만든 건 처음이다.
한화에어로는 ‘국산 장수명 항공엔진 초도시제 지상시험 착수식’(7일)을 앞두고 2종의 엔진 시제품을 창원1사업장에서 취재진에게 공개했다.
KF-21 전투기와 함께 편대를 이뤄 정찰, 전자전, 공격 임무를 수행할 차세대 무인기에 들어가는 ‘5500파운드급 터보팬 엔진’과 장시간 비행하며 한반도 주변의 넓은 지역을 감시·정찰하는 ‘중고도무인기용 1400마력급 터보프롭 엔진’이다. 두 엔진 모두 미래 전장에서 활용도가 커지는 무인기의 작전 범위와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장비다. 한화에어로가 이날 보여준 영상에서 한 연구자는 “해외 엔진을 직접 분해하며 기술을 익히던 시절을 지나 우리 손으로 만든 엔진의 지상시험을 앞두게 됐다”며 감격의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창원1사업장 각 생산 라인 곳곳에 태극기가 걸려 있는 점도 단순 제조 현장이 아니라 국가 전략기술 개발과 자립에 매진하는 공간임을 실감케 했다.
자동화한 생산 라인들도 눈에 띄었다. FA-50 등에 들어가는 F414·F404 엔진 조립 라인에는 수천 종의 볼트와 너트, 부품이 자동 물류 시스템으로 공급되고 있었다. 생산 진척 상황과 품질 이상 여부도 화면에 실시간 표시됐다. 완성된 엔진의 성능과 안전성을 검증하는 제트 시운전실은 거대한 동굴 같았다. 공기 흡입구와 배기구를 갖춘 이곳에선 실제 항공기 운용 환경과 유사한 조건으로 시험이 진행됐다. 항공엔진 자립은 설계 기술뿐 아니라 정밀 제조와 시험, 자동화 생산 역량까지 요구하는 종합 기술전이었다.
이런 엔진을 해외에 의존하는 것은 부품 하나를 수입하는 차원을 넘어 미래 국방력과 방산 경쟁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한국이 자랑하는 KF-21만 해도 미국 GE사의 엔진을 사용하고 있어 수출은 물론 성능 개량을 해야 할 때도 미국 승인을 받아야 한다. 김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사업부장은 “지금 같은 방식으론 KF-21을 향후 스텔스형으로 개량하거나, 유무인 복합체계·차세대 전투기 정책을 추진하려고 할 때 엔진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며 “미래 한국형 전투기 엔진을 확보하기 위해선 독자 개발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한화에어로는 이번에 완성한 5500파운드급 터보팬 엔진을 항공엔진 독자 개발의 시발점으로 본다. 이 코어 엔진 기술을 확장해 스텔스 무인기 등에 적용할 1만파운드급 터보팬 엔진을 개발하고, 궁극적으로는 KF-21 등 차세대 전투기에 탑재할 2만4000파운드급 첨단 항공엔진 개발로 나아간다는 계획이다. 이날 공개한 엔진이 무인기용 장수명 엔진의 첫 단계라면, 1만파운드급은 고성능 무인기용, 2만4000파운드급은 한국형 전투기 엔진 자립을 겨냥한 본격적인 첨단 엔진인 셈이다.
김진형 국과연 책임연구원은 “이번 국산 항공엔진 초도시제 완성과 지상시험의 착수는 항공엔진 기술 확보를 향한 진정한 시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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