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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호 영림목재 회장 “평생 모든 것을 내어주는 나무… 나도 그런 삶을 살고 싶어” [나의 삶 나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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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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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호 영림목재 회장

아낌없이 주는 나무
인류에 가장 친환경적 미래 자원 나무
석유 캐내면 줄지만 나무는 키우면 숲
갑자기 이어받은 ‘가업’ 40년 넘게 확장
국내 굴지의 특수목재 전문기업 ‘명성’

나무에게 배운 나눔
인천 문화예술계 30여년 묵묵히 후원
목재 전문도서관·독립미술관 등 추진
3대째 고액기부 이어온 ‘나눔 명문가’
“사회에 돌려주는 일이 내 마지막 책임”
“옛날에 한 그루의 나무가 있었고, 그 나무는 한 소년을 사랑했습니다.”


미국 작가 셸 실버스타인이 1964년 발표한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평생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는 한 그루의 나무 이야기다.

열매를 주고, 가지를 내어주고, 몸통마저 내준 뒤 마지막에는 그루터기가 되어 쉼터가 된다. 단순한 동화를 넘어 사랑과 헌신, 나눔의 의미를 일깨우는 이 작품은 영림목재㈜ 이경호(76) 회장이 아끼는 책이다. 반세기 넘게 나무와 함께 살아온 그는 이 책을 읽을 때마다 “결국 사람도 나무처럼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고 한다.

이경호 영림목재 회장은 기업은 경제적 성과를 넘어 문화와 예술을 통해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30여년간 인천지역 문화예술을 후원한 대표적인 메세나 기업인이다. 이 회장은 지난달 29일 청라공장 현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제 기업이 반세기 가까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지역사회 덕분이다. 나무를 통해 얻은 성과를 문화예술과 사회봉사로 지역에 되돌려 줄 수 있어 행복하다”고 밝혔다. 최상수 기자
이경호 영림목재 회장은 기업은 경제적 성과를 넘어 문화와 예술을 통해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30여년간 인천지역 문화예술을 후원한 대표적인 메세나 기업인이다. 이 회장은 지난달 29일 청라공장 현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제 기업이 반세기 가까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지역사회 덕분이다. 나무를 통해 얻은 성과를 문화예술과 사회봉사로 지역에 되돌려 줄 수 있어 행복하다”고 밝혔다. 최상수 기자

평생 나무를 다루며 국내 굴지의 특수목재 전문 기업을 일군 이 회장은 이제 나무를 통해 얻은 결실을 사회에 다시 돌려주는 삶을 실천하고 있다. 인천 문화예술계를 30여년 동안 묵묵히 후원하고 있는 대표적인 메세나 기업인으로, 지역 예술인들의 작품을 사들이고, 시민을 위한 전시공간을 마련했으며, 오랜 기간 남성합창단을 이끌고 있다. 적십자사 활동을 비롯한 사회봉사에도 누구보다 앞장서며 기업의 이익을 지역사회와 나누는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대우전자와 동양정밀에서 근무하다가 부친이 갑작스럽게 쓰러지자 목재 가업을 이어받았다.

 

목재를 단순 가공하는 것을 넘어 미국 캐나다 유럽 동남아시아 중남미를 다니며 새로운 수종을 발굴해 국내에 소개했다. 나무를 찾아 연구하고 말리고 가공해서 최적의 제품으로 만드는 데 40년 이상을 보냈다. 초창기 시절 과일·생선 나무상자 제작으로 출발했지만,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팰릿(화물 운반용 깔판), 가구·악기재, 바닥재, 우드슬랩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1993년 인천 남동공단, 2005년 충남 당진 공장을 잇달아 지은 데 이어 2022년 청라 공장을 건립해 국내 굴지의 특수목재 전문기업 경영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달 29일 인천 서구 북항 배후로에 있는 영림목재 청라공장을 찾았다. 공장 마당에는 북미와 유럽, 동남아시아, 중남미 등 세계 곳곳에서 들여온 거대한 원목들이 차례를 기다리며 쌓여 있고, 은은한 나무 향이 공장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동네 아저씨 같은 푸근한 인상의 이 회장이 환한 미소로 기자를 맞았다. 두 시간여 들려준 그의 이야기는 사업의 성공보다 나무를 닮고 싶은 삶에 더 가까워 보였다.

―한평생 나무를 업(業)으로 살아왔다. 나무에서 경영을 배운다고 자주 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무는 우리 주변에 너무 흔해서 자원이라는 사실조차 잊고 살아간다. 하지만 인류가 가진 가장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미래 자원이 바로 나무다. 습도를 조절하고 단열성이 뛰어나며 사람에게 심리적인 안정감과 따뜻함을 준다. 무엇보다 다시 심어 계속 키울 수 있는 재생 가능한 자원이다. 석유나 철광석은 캐낼수록 줄어들지만, 나무는 가꿀수록 숲이 된다. 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능력도 뛰어나 환경을 살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무는 소비하는 자원이 아니라 다음 세대에 더 큰 숲으로 돌려줄 수 있는 자원이다. 평생 나무를 다루면서 한 가지를 배웠다. 나무는 인간에게 평생 주기만 한다. 열매를 내주고, 그늘을 내주고, 집을 짓게 해주고, 마지막에는 땔감이 된다. 기업을 일궈 성공한 이들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이 가질수록 더 많이 사회에 돌려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저는 늘 나무 같은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한다.”

―기업인이면서 미술품을 수집하고 문화예술 후원에 힘쓰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원래 그림을 좋아했다. 처음부터 유명 작품을 모으려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젊은 작가를 응원하고 싶었다. 전시회를 찾아다니며 그림을 사들이고 예술인들과 교류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림을 보는 안목이 생겼다. 현재 300여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김병종 화백의 ‘풍죽’과 ‘송화분분’, 재불작가 고 이성자 화백의 작품, 스페인의 거장 호안 미로 작품도 있다. 회사 방문객에게 이런 작품을 보여주기 위해 2021년에는 청라공장 3층에 100평 규모의 ‘영림생명갤러리’를 만들었다. 또 그해 예술의전당에서 개최됐던 일본의 그림자 회화 거장 후지시로 세이지의 작품세계에 매료돼 세이지 판화작품도 소장하고 있는데 이 작품도 별도의 전시장을 두고 있다. 며칠 전에는 인천 아트 레거시 4인4색전을 기획해 지역 작가들을 소개해 지역 언론의 호평을 얻었다. 기업이 지역의 문화를 함께 키울 때 도시의 품격도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좋은 작품을 함께 보고 가능하면 예술인을 후원하는 일이 제게는 큰 즐거움이다.”
 

―장기적으로 시민을 위한 독립미술관 건립도 추진하고 있다고 들었다.

“일본에 갈 때마다 지역 미술관을 꼭 찾는다. 도시마다 지역 특색을 살린 미술관이 있었다. 참 부러웠다. 인천에도 역사와 예술을 담아낼 수 있는 독립미술관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다. 지금 우리 사업장 안의 갤러리는 공간이 좁은 데다 접근성이 아쉽다. 인천 시내에 적합한 부지를 찾고 있다. 지금 시작해도 완공까지는 7~8년은 걸릴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시작해야 한다. 인천이 세계적인 도시로 성장하는 만큼 문화예술도 그 수준에 걸맞게 발전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

―국내 최고의 목재 전문도서관을 만들겠다는 구상도 하고 있는데.

“목재 전문 기업인으로 목재를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전문도서관이 없다는 점이 늘 아쉬웠다. 지금 공장 3층에 작은 목재 도서관을 마련해 국내외 전문서적 1500여권을 갖추고 있다. 이것으로는 부족해 독일과 일본, 미국 등에서 각종 자료를 계속 수집해 1만5000권 규모의 국내 유일 목재전문도서관으로 키울 계획이다. 우리나라 목재산업은 역사는 길지만, 체계적으로 정리된 기록은 많지 않다. 선배 목재장인의 기술과 산업의 역사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후배 세대에 대한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이 남겨야 할 가장 큰 유산은 건물이 아니라 지식과 문화가 돼야 한다.”

이 회장은 기업 경영 못지않게 대한적십자사 활동에도 오랫동안 헌신해 왔다. 2004년 대한적십자사 인천광역시지사 상임위원으로 봉사를 시작해 부회장을 거쳐 2017년부터 3년간 지사 회장을 맡았다.

재난구호와 취약계층 지원, 헌혈문화 확산 등 다양한 인도주의 활동을 이끌었으며,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적십자사 회원유공장 최고명예장을 받았다.
 

―3대가 이어가는 ‘나눔 명문가’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아들이 대한적십자사 고액기부자 모임인 레드크로스 아너스클럽(RCHC)에 가입하면서 어머니와 저희 부부, 아들까지 가족 모두가 회원이 됐다. 대단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가족 모두가 나눔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을 뿐이다. 평생 나무를 베어 기업을 일군 만큼 다시 심고 사회에 돌려주는 일은 제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그 마음을 가족들도 함께 나누고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고맙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이 회장 가족이 대한적십자사에 기부한 금액은 5억원이 넘는다. 기업인의 사회적 책임이 한 세대를 넘어 가족의 문화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적십자사 한 관계자는 이 회장 가문에 대해 “기부의 규모뿐 아니라 나눔 정신이 세대를 넘어 계승되는 사례”라고 평가한다. 기업을 가업으로 잇는 사례는 많지만, 기부와 봉사를 가풍으로 이어가는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음악과 스포츠 지원에도 열정적이다.

“학창 시절부터 음악을 좋아했다. 지금은 50여년 역사의 인천남성합창단 단장을 10년 넘게 맡아 매년 정기연주회를 지원하고 있다. 예전에는 직접 노래도 불렀지만, 지금은 단장으로 단원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농구도 좋아해서 대한농구연맹 부회장을 맡았고 지역 스포츠 발전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좋아하는 일을 지역사회에 돕고 나누는 것도 기업인의 중요한 역할이라 여긴다. ”

이 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대단한 일도 아닌데 언론이 이렇게 찾아와서 관심을 가져주니 쑥스럽다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기업은 결국 무엇을 남기느냐의 문제이다. 돈은 시간이 지나면 숫자로 남지만, 문화와 나눔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는다. 저는 후자가 훨씬 오래간다고 믿는다. 한평생 나무를 베어 기업을 일군 만큼 다시 심고 사회에 돌려주는 일이 제 삶의 마지막 책임이자 보람이라고 생각한다.”

 

영림목재 이경호 회장은…

 

●1950년 황해도 장연 출생 ●인천고·중앙대 경영학과 졸업 ●1974∼1978년 대우전자·동양정밀 직원 ●1978년 영림목재 대표이사 취임 ●1997년 신한국인상 수상 ●2002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주지사 공로상 ●2003년 와세다대학 대학원 아시아태평양연구과 연구원 수료 ●2014년 석탑산업훈장 ●2018년 대한농구협회 부회장 겸 남자농구 국가대표 선수단장 ●2017~2020년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 회장 ●2020∼2025년 한국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KBCSD) 회장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등 역임 ●저서 ‘나이테 경영, 나뭇결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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