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역 강요 사회 안 돼” 페북글
이병태, 靑 권고에 사퇴
“5·18(민주화운동)이 성역이 됐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이병태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이 6일 청와대 권고 끝에 자진 사퇴했다. 이 부위원장은 사의를 표명하면서도 “우리 모두에게 성역은 있지만, 자신과 일부 집단의 성역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사회가 돼서는 안 된다”며 자신의 문제 제기 취지는 굽히지 않았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이 부위원장이 사퇴 의사를 전했다”면서 “청와대는 이를 수용하기로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 부위원장은 지난 2일 스타벅스 응원 구호로 6개월 출전정지 중징계를 받은 배재고 야구부 사태를 두고 “이 땅에 5·18이 성역이 된 것”이라며 “김일성 사진이 나온 신문이 비에 젖는 것을 보고 울부짖는 북한의 모습”이라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켰다. 청와대는 지난 4일 “부적절한 처신”이라며 엄중 경고했으나, 이 부위원장은 “내 의견의 핵심은 표현의 자유”라고 맞섰다. 청와대는 결국 이날 사퇴를 권고했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유튜브 방송에서 “개인이 갖는 표현의 자유는 존중돼야 하지만, 총리급의 정부 고위직을 맡고 계신 공인의 표현의 자유는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국정 부담이나 정치권과 사회의 논란을 생각했을 때 스스로 거취를 정리했으면 좋겠다고 청와대는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부위원장은 사의 표명 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임명권자와 정부에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는 판단과 자진 사퇴 권고에 따라 직을 내려놓기로 결정했다”면서도 “제 사퇴가 표현의 자유와 다양성을 포용하는 성숙한 민주주의가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를 스스로 부정하는 모양새가 될까 염려스러웠다”며 “저는 여전히 우리 사회가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믿으며, 필요한 화두를 던졌다는 자부심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임명된 이 부위원장은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경제 책사 등을 맡은 보수 진영 인사다.
이 부위원장의 사퇴로 이재명정부의 ‘통합 인사’ 실패 논란도 다시 불거졌다. 지난해 7월 강준욱 전 청와대 국민통합비서관은 과거 12·3 비상계엄 옹호 및 ‘더불어민주당은 빨갱이’ 발언 등으로 논란이 돼 사퇴했다. 당시 강 전 비서관의 민주당 폄하 발언도 과거 이 부위원장과 강 전 비서관의 대담 형식으로 진행된 강연에서 나왔다. 올해 1월에는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가 갑질과 개인 비위 의혹 등으로 낙마했다. 이 부위원장은 이날 “저를 비롯해 영입된 보수 성향 인사들이 뜻을 펼치지 못하고 물러나는 모습이 반복되는 것이 국민 통합이라는 대의에 부합하는지 깊은 고뇌가 있었음을 고백한다”고 했다.
이 부위원장 사의 표명 후 민주당 강준현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표현의 자유는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가치다. 그러나 차별, 혐오 표현, 역사 왜곡마저 용인될 수는 없다”며 “정부와 여당은 분열과 논란이 아닌 화합과 소통의 말과 글로 국민께 다가가겠다”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권의 가짜 민주주의 실체”라고 비판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통합은 구호였고 숙청이 실상이었다”며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공직자를 찍어내고 비판적 목소리를 배제하는 정권은 민주주의를 말할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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