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예탁금 한 달 새 19조7683억원 감소…추가 매수 여력도 부담
목표가는 ‘59만전자·420만닉스’…장기 전망보다 눈앞 변동성에 반응
“반등하자 1.76조 던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급락을 멈추고 반등한 지난 3일 개인 투자자들이 두 종목을 1조7597억원어치 순매도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은 이날 삼성전자를 9184억원, SK하이닉스를 8413억원 순매도했다. 이틀 동안 두 자릿수로 떨어진 주가가 모처럼 뛰자 차익을 챙기거나 손실을 줄이려는 매물이 쏟아졌다.
개인의 증시 대기 자금도 한 달 사이 20조원 가까이 줄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일 투자자예탁금은 119조9264억원으로 집계됐다. 6월 4일 기록한 139조6947억원보다 19조7683억원 감소했다. 예탁금이 120조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4월 16일 이후 약 두 달 반 만이다.
개인이 빠져나가서 예탁금이 준 게 아니다. 6월 3일부터 7월 2일까지 한 달간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55조594억원어치를 팔았다. 개인은 그 물량을 55조2535억원어치 받아냈다. 계좌에 쌓여 있던 현금이 그만큼 주식으로 옮겨간 것뿐이다.
◆이틀 급락 뒤 반등하자 1조7597억원 매도
삼성전자는 지난 1일과 2일 이틀 동안 14.3% 떨어졌다. 지난 3일에는 8.22% 오른 30만9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17.4% 하락한 뒤 3일 10.88% 반등한 242만5000원으로 마감했다.
개인의 대규모 매도는 주가가 이틀 만에 방향을 틀자 나왔다. 이미 수익을 낸 투자자에게는 차익을 확정할 기회였다. 최근 고점에서 매수한 투자자는 반등을 틈타 손실을 줄일 수 있었다.
이번 매도만으로 개인이 반도체주에서 발을 빼기 시작했다고 보기는 이르다. 하루 매매만으로 장기 투자 수요까지 재단할 수는 없다. 급락 직후 두 종목이 하루 만에 8~11% 반등한 만큼, 일부 물량을 현금화하려는 수요가 몰린 것으로 보는 게 맞다.
◆예탁금 120조원 아래로…‘실탄 고갈’ 단정은 일러
투자자예탁금은 증권사 계좌에 들어와 있지만 아직 주식을 사는 데 쓰이지 않은 자금이다. 개인 투자자가 추가 매수에 나설 수 있는 여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쓰인다.
지난 2일 예탁금은 119조9264억원까지 내려갔다. 사상 최고였던 6월 4일과 비교하면 한 달도 안 돼 약 20조원이 줄었다.
감소 속도만 보면 개인의 추가 매수 여력이 약해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만하다. 최근 3거래일 동안 줄어든 금액만 12조원을 넘는다.
그렇다고 개인의 실탄이 바닥났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투자자예탁금은 지난해 말 87조8290억원보다 여전히 30조원 넘게 많다. 주식 매수와 자금 인출, 결제 일정에 따라 하루 단위로도 크게 움직이는 지표다.
최근 예탁금 감소는 개인이 시장을 떠났다기보다 외국인 매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낸 결과에 가깝다. 관건은 다음 하락장이다. 시장이 다시 크게 밀릴 때 개인이 이번만큼 물량을 받아낼 여력이 남아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59만전자·420만닉스’에도 개인은 일단 팔았다
증권가는 급락장에서도 두 회사의 목표주가를 올렸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3일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57만원에서 59만원으로 높였다. HBM 경쟁력 회복과 메모리 업황 개선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반영했다.
KB증권은 같은 날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380만원에서 420만원으로 올렸다. 글로벌 AI 투자가 늘고 메모리 공급 부족이 2028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사 목표가는 두 종목의 3일 종가보다 크게 높다. 개인은 이런 중장기 전망보다 당장 계좌에서 벌어지는 급등락에 먼저 반응했다.
올해 상반기 유가증권시장에서 변동성완화장치가 발동된 횟수는 2만9357건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였다. 코로나19 충격이 컸던 2020년 상반기 2만4401건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코스피 평균 일중변동률은 3.30%였다. 1998년 상반기 3.51%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았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 2일 보고서에서 이번 반도체주 조정의 원인을 AI 수요 둔화보다 과매수와 수급 쏠림, 급등 이후 차익 실현에서 찾았다. 반도체 업황이 꺾여서라기보다 한쪽으로 몰렸던 자금이 빠지는 과정에서 변동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증권가 전망은 여전히 낙관적이다. 개인 계좌에는 이번 급락의 충격이 남았다. 다음 시험대는 실적과 외국인 수급이다. 높아진 기대를 실적이 채워낼지, 외국인 매도가 잦아들지가 반등의 힘을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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