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출직 단체장 4년과 ‘불일치’
정책 엇박자·소모적 갈등 빈발
임기연동제 적용돼 물러나도
기관장 공석 탓 행정·경영공백
일각 “전문성·독립성 고려해야”
강원도 출자·출연기관 24곳 가운데 공석 1곳을 제외한 23곳의 기관장 임기가 민선 9기 시작 이후에 종료된다. 신임 도지사는 전임 도지사가 임명한 출자·출연기관장들과 최대 3년까지 불편한 동거를 할 상황이다. 강원도가 이처럼 불편한 동거를 하게 된 것은 단체장과 출자·출연기관장의 임기를 연동하는 조례를 제정하지 않아서다.
◆신·구 권력 갈등에 정책기조 엇박자
1995년 지방자치가 시작된 이후 신임 단체장은 전임자가 임명한 출자·출연기관장과 잔여 임기 문제로 소모적인 갈등을 빚어 왔다. 산하기관장 임기는 보통 2∼3년으로 4년의 단체장 임기와 일치되지 않는다. 임기 말 전임자의 ‘알박기 인사’에 신임 단체장이 행정력을 동원해 찍어내기로 대응하면서 신·구 권력간 알력은 임기 내내 지속됐다.
이런 엇박자를 제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2022년 일부 지자체가 단체장의 임기 종료 시 출자·출연기관장의 임기도 함께 만료되는 이른바 ‘단체장-출자·출연기관장 임기연동’의 조례를 제정했다. 대구시가 2022년 7월 가장 먼저 임기연동제 조례를 제정한 후 울산과 충남, 부산, 대전, 광주, 경기, 충남, 경남으로 확산됐다. 이날까지 임기연동제 조례를 제정한 광역 지자체는 전국 16곳 가운데 8곳이다. 세종시는 조례안이 발의됐지만 논의 과정에서 폐기돼 민선 5기 또다시 제정을 놓고 논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런 조례 제정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지자체에서는 신·구 단체장 간 권력 갈등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박찬대 인천시장 당선인 인수위원회는 지난달 출자·출연기관장의 자진사퇴 메시지를 던졌다. 맹성규 인수위원장은 “새로운 시정부가 출범하면 산하기관장들이 시정 운영에 협조하는 것이 정상적”이라며 거취를 압박했다. 인천시는 조례 시행일이 7월1일부터로 전임 시장이 임명한 출자·출연기관장의 잔여 임기가 보장된다.
인천시장이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관은 공사·공단 5곳, 출자·출연기관 11곳 등 모두 30곳이 넘는다. 이들 기관장의 상당수는 지난해 임명돼 박 시장과 임기 내내 불편한 동거를 할 상황이다. 이 같은 인수위의 압박에도 아직 자진사퇴를 한 출자·출연기관장은 없다. 인천시는 시정 운영방향과 기관장의 방향 간에 간극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난감한 입장을 보였다. 인천시 관계자는 “새로운 시장과 손발을 맞춰 시정 철학을 공유할 인물이 필요한데 기존 기관장과 함께 가기란 쉽지 않은 길”이라고 했다.
7월 출범하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좀 복잡한 상황이다. 종전 광주광역시는 임기연동제 조례가 있지만 전남도는 미제정 상태이기 때문이다. 민형배 통합특별시장은 “광주시와 전남도 산하 공기업과 출자·출연기관의 대표 등 임원의 임기는 통합특별시 출범에 따라 종료된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광주시와 전남도의 유사하거나 중복된 출자·출연기관 통폐합이 불가피하다. 민 시장은 “별도 규정이 없는 나머지 기관장들은 통합 기관장이 새로 임명될 때까지 현 직무를 유지할 수 있다”며 당장 사퇴를 고집하지는 않았다.
◆수개월간 행정·경영 공백
임기연동제 조례가 제정된 지자체들의 고민도 깊다. 전국 9개 광역지자체는 신임 단체장이 선출될 경우 잔여 임기와 관계없이 임기가 종료되는 임기연동제를 조례로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는 조례 내용 미비로 후임자를 선정하는 데 애로를 겪고 있다.
광주시가 2023년 제정한 출자·출연기관 임원의 임기에 관한 특례조례를 보면 ‘현 시장이 연임되지 아니하고 새로운 시장이 선출되는 경우에는 그 임기가 종료되는 것으로 본다’고 임기연동제를 규정했다.
하지만 현 기관장의 임기 종료 후, 후임 원장 선임과 기관의 해산·청산 결정 등 주요 사안을 처리하는 내용이 빠져 있다. 기관장 공석으로 후임이 선임될 때까지 행정과 경영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경주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장은 지난달 30일 임기연동제 조례에 따라 사직했다. 하지만 후임 원장 선출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일부 광역 지자체는 이 같은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례를 개정하고 있다. 대구시는 ‘새 기관장이 취임할 때까지는 현 기관장이 임기를 연장해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조항을 보완했다. 후임 기관장을 선임할 때까지 발생하는 공백 기간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는 “새로운 시장의 임기와 기관장의 임기를 맞춰 불협화음을 없애고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아직 임기가 많이 남은 기관장들은 단체장의 교체로 자신의 거취가 어떻게 될지 알지 못해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전북의 한 기관장은 “임기를 끝까지 보장해 달라는 뜻이 아니다”라며 “함께 갈 생각이 없는 것이라면 최소한 미리 귀띔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고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업무의 전문성과 연속성을 고려해 단체장이 바뀌더라도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부산시 일부 출자·출연기관장들은 기관장 교체가 능사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공공기관의 효율성과 정책의 연속성 확보를 위해 단체장 교체 때마다 인사를 남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부산시 한 출자·출연기관장은 “전문성과 독립성이 요구되는 기관까지 단체장 입맛에 맞게 일괄 사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무분별한 교체는 자칫 전문성과 연속성을 동시에 흔들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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