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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봉법발 하투’ 현실화, 입법 보완 시급하다 [논설실의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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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노조 원청 상대 첫 파업권 확보
800조 호남반도체까지 부메랑 우려
사용자성·교섭범위 등 독소 빼내야
노란봉투법 시행 첫날인 지난 3월 10일 서울 세종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노란봉투법 시행 첫날인 지난 3월 10일 서울 세종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노봉법) 발 하투(夏鬪)가 거세지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는 “진짜 사장 나오라”라는 하청의 교섭요구가 빗발치고, 파업도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급기야 국가 전략산업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신규 투자까지 노조가 간섭하고 나섰다. 노봉법이 지난 3월 시행된 지 불과 3개월여 만에 우려했던 산업갈등과 혼란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당장 한화오션 하청 노조가 노봉법 시행 이후 처음 파업권을 확보했다. 경남지방노동위원회는 그제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 하청 지회와 웰리브 지회(급식·청소업체 노조)가 한화오션을 상대로 진행한 조정 사건에 대해 조정 중지를 결정했다. 하청노조는 이미 파업 찬반투표까지 마쳐 합법적인 파업을 결행할 수 있게 됐다. 전국플랜트건설 노조도 다음 달 현대건설, 에쓰오일, SK에코플랜트 등 8개 대기업을 상대로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했다. 플랜트건설 노조원 3만3000명은 전국 주요 사업장에서 공장 건설과 정비 작업을 맡고 있다. 파업이 현실화하면 석유화학과 제철소 등의 운영에 차질이 생기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공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 1일에는 삼성전자 초기업노조가 800조원 규모의 호남반도체 투자구상과 관련해 노사정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요구했다. 노조 측은 조합원이 근무할 현장의 산업안전과 정주 여건, 처우 등이 투자 계획과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했다. 이런 주장은 노봉법에서 쟁의 대상을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 결정’까지 넓혔기 때문이다. 신규 공장 건설, 생산기지 이전, 생산라인 재배치 등 기업의 결정도 노동자의 근로조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면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국가 미래가 걸린 첨단산업투자조차 노조의 허락을 받아야 하나. 국민의힘 내에서 “노란봉투법이 호남반도체 클러스터의 발목을 잡게 된 모습”,“도끼에 제 발등 찍게 된 상황”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산업 현장의 갈등과 혼선은 갈수록 커지는데 고용노동부는 “상황이 차츰 안정화하고 있다”“교섭 쓰나미는 없다”고 하니 답답한 노릇이다. 하청노조의 도미노 파업움직임은 노동위원회가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결과다. 법 시행 이후 노동위 절차가 진행된 원청 141곳 중 무려 73.0%에서 사용자성이 인정됐다. 노조 측에 유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닐 수 없다. 노동부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근로조건을 지배·결정할 수 있을 때만 사용자로 인정된다”고 했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하청 노조는 실질적 지배력과 무관한 임금·근로시간까지 교섭 의제로 요구하기 일쑤다. 지난 2월 노동부의 해석지침에서 구내식당과 청소용역 등은 ‘사용자성’을 인정하기 힘든 사례로 적시했지만, 한화오션 등에서 보듯 소용이 없다.

 

노봉법 혼란이 더는 방치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법 해석과 적용과정에서 혼란이 없도록 원청의 사용자성과 교섭범위를 명확히 정비하고 보완입법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사업 경영상의 결정’조항도 경영권을 과도하게 침해하지 않도록 손질해야 한다. 파업 과정에서 노조의 불법 점거나 폭력 행위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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