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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들처럼 평생 아이 같은 발달장애 자립 공동체 10곳 설립 마지막 소망” [심층기획-죽어야 끝나는 돌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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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수정 :
채명준 기자 MIJustic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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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전경철씨, ‘피터팬 재단’ 추진

27세 아들, 숱한 거절 딛고 새 둥지
‘살해 후 자살’ 비극 연간 10여건
부모 사후 돌봄 공백 메울 곳 절실
말기암 투병에도 공동홈 조성 온힘
전 재산 내놓고 기업들 도움 호소
“우리 아들처럼 평생 어른이 되지 않는 ‘피터팬’들이 살 수 있는 ‘자립생활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 마을 이름도 ‘피터팬의 네버랜드’다.”

 

간암 말기 ‘시한부 아버지’ 전경철(64·사진)씨는 2일 “저만 특혜를 받고 모른척할 순 없지 않냐”고 반문하며 이같이 말했다. 최중증 발달장애인 아들 제원(27)씨의 살 곳 마련에 고군분투하는 전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한 뒤, 제원씨는 충북 제천에 위치한 자립 공동홈 ‘희망그린마을’에 새 둥지를 틀었다. <세계일보 3월3일자 24면 참조>

 

간암 말기 ‘시한부 아버지’ 전경철씨가 최중증 발달장애인 아들 제원씨의 살 곳 마련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간암 말기 ‘시한부 아버지’ 전경철씨가 최중증 발달장애인 아들 제원씨의 살 곳 마련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아들의 거처를 마련해 한숨 돌린 전씨는 이제 세상의 모든 피터팬들을 위한 ‘피터팬 재단’(가칭) 설립에 나선다. 그가 꺼져가는 생명을 재단 설립에 불태우게 된 데에는 그간 느낀 ‘감사함’과 ‘설움’ 양극단의 감정이 모두 작용했다. 전씨는 “곧 죽을 날 받아놓고 아들 살 곳 찾았는데 굳이 이 일을 왜 하고 싶을까 고민해봤다”면서도 “과거 아들 손잡고 돌아다니며 여기저기서 숱한 거절을 당했을 때 느꼈던 그 서러움을 더는 누구도 받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더라”고 울먹였다.

 

마을 이름은 그가 평소 제원씨를 피터팬이라고 부르던 것에서 착안했다. 평생 어른이 되지 않는 아이들이 부모가 없더라도 천덕꾸러기 취급받지 않고 행복하게 살게 하고 싶다는 간절한 염원을 담았다.

 

재단의 최종 목표는 아들이 입주한 희망그린마을과 같은 ‘자립 공동홈’을 전국에 10곳 이상 건립하는 것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탈시설 자립’이 정상궤도에 오르기 전의 불완전함을 한시적으로라도 민간에서 메우는 것은 물론, 성공하면 이 모델을 정부에 제시하고 싶다는 꿈이 담겼다. 전씨는 “‘살해 후 자살’이라는 애매한 말로 포장된 비극이 연 10건 이상 반복해서 발생한다”며 “계획대로만 된다면 안타까운 죽음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계획도 마련됐다.

 

피터팬 재단은 △당사자 중심 △전문성 기반 △시민 공공성 3대 원칙에 기반해 운영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복수의 발달장애인 전문가를 섭외하고, 재단 설립 기획안을 마련하는 등 사업실행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방대진 희망그린마을 대표로부터 마을 조성 노하우 전수도 약속받았다. 가장 큰 과제는 자금 확보다. 재단 설립에는 초기 자금 10억원, 중장기적으로 3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전씨는 재단 자금 마련을 위해 모든 것을 내놓았다.

 

우선 전씨 부자(父子)의 동고동락(同苦同樂) 27년을 담은 저서 ‘안녕, 피터팬’의 판매액 일부와 인세 전액, 그리고 관련 지식재산권을 활용한 사업 수익 일체가 재단에 귀속되는 것으로 출판사와 이야기를 끝냈다. 영화사도 여럿 관심을 표명했다. 그는 ‘영화의 실제 주인공의 판권료 전액과 영화 판매수익 일부는 피터팬 재단에 전액 기부됩니다’라는 문구를 집어넣는 곳과 계약할 생각이다. 아울러 사회공헌에 진심이라 판단되는 4개 기업을 직접 선정해 재단 창립파트너가 돼 줄 것을 지난달 30일 공식 요청했다.

 

그는 “현실의 방아쇠를 쥔 기업이 이 기적의 대열에 기꺼이 동참해달라”며 “재단 설립의 모태가 된다면 대한민국 중증발달장애인 역사에 길이 기억될 첫 기업이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전씨는 피터팬 재단 설립에 자신의 얼마 남지 않은 생(生)을 맡겼다.

 

이미 죽음이 예정된 날을 8개월이나 넘겨 ‘덤으로’ 살고 있는지라 어떤 사심도 없다. 지난달 선산에 묻혀 있던 조상의 묘 4곳을 화장해 수목장(樹木葬)을 하고, 자신을 위한 나무도 한 그루 심어두고 왔다고 했다. 앞으로 성묘할 사람은 없을 테니 수목장이 적당하다고 판단했다.

 

전씨는 “내가 무슨 욕심이 더 있겠느냐”며 “그저 나와 제원이가 겪은 비극을 누군가 또 겪지 않기만을 바랄뿐”이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물끄러미 창밖을 바라보는 시한부 아버지의 시선 끝에는, 부모 없이도 환하게 웃으며 살아갈 아이들의 ‘네버랜드’가 선명하게 그려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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