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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글로 저지른 폭력 민낯… 현 시대와 닮은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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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희 기자 l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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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 ‘맨 끝줄 소년’ 최민식·최현욱

사제지간 연기… ‘찰떡 호흡’ 눈길
열등감에 잠식된 교수役 최민식
“불편한 욕망, 찌질해서 더 끌려”
최현욱 “오감 연기하는 법 배워”

국문과 교수 ‘허문오’(최민식·사진 오른쪽)는 수십 년 전 발표한 작품을 끝으로 더 이상 소설을 쓰지 못하는 실패한 작가다. 조무래기 대학생들의 글쓰기 과제를 읽고 채점하는 일에 염증을 느끼던 그는 강의실 맨 끝줄에 앉는 ‘이강’(최현욱·왼쪽)의 글을 읽고 눈을 번쩍 뜬다. 글에는 부유하고 화목한 가정에서 구김 없이 자란 친구를 향한 이강의 선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문오는 그 마음을 단번에 알아본다. 평생 자신을 사로잡은 감정이 열등감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이강이 관음하며 글감으로 삼는 친구가 자신이 평생 열등감을 품어온 베스트셀러 작가 ‘수훈’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문오는 이강의 글에 광적으로 빠져든다. 그러나 실은 이강이 짜놓은 판에 문오가 완벽하게 걸려든 것이다.

가히 올해 최고의 듀오다. 사제지간을 연기한 두 배우의 팽팽한 연기 대결이 넷플릭스 시리즈 ‘맨 끝줄 소년’을 이끈다. 세계 최정상 복식조처럼 손발이 척척 맞는 두 배우의 연기 덕에 작품은 공개 사흘 만에 세계 32개국에서 넷플릭스 비영어권 쇼 톱10에 진입하며 이목을 끌었다.

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최민식은 “이번 작품은 내가 최현욱의 연기를 얼마나 제대로 리시브하느냐가 관건이었다”며 “최현욱의 눈빛과 에너지가 가슴에 팍 꽂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반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40년 연하의 후배를 향한 아낌없는 찬사였다.

문오는 열등감에 잠식된 채 타인을 관음하는 찌질한 인물이다. 최민식은 그러나 “현실에 존재한다면 ‘미친놈’이지만, 그래도 문오에게 측은지심이 들더라”라며 “찌질해서 더 끌린 역할”이라고 했다. 그는 “사람들이 구태여 까발려서 들춰내지 않으려 하는 욕망과 불편한 진실을 훌러덩 벗겨놓고 민낯을 들여다보는 이야기라 매력을 느꼈다”며 “요즘 트렌드와 다른 클래식한 매력이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문오는 이강이 지어내는 이야기에 현혹돼 결국 파멸한다. 수십년 전 문오가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어린 이강에게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겼고, 그 폭력이 결국 한 바퀴를 돌아 자신에게 되돌아온 것이다. 최민식은 이를 ‘구업(口業)’이라고 표현했다. ‘말이 너무 많아서’ 감금당했던 영화 ‘올드보이’(2003) 속 오대수를 떠올린 시청자도 적지 않다. 최민식 역시 “연기할 때는 의식하지 못했지만 완성된 작품을 보니 ‘올드보이’와 공통분모가 있더라”라고 했다. 그러면서 “말과 글로 짓는 폭력에 대한 이야기로 이 작품을 읽을 수 있다”며 “말과 글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불신을 넘어 증오와 분노까지 키우는 현시대에 시사점이 있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최현욱은 ‘약한영웅’ ‘D.P.’에 이어 ‘맨 끝줄 소년’으로 20대 대표 배우로 한층 존재감을 키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현욱은 대선배 최민식과 호흡을 맞추며 “경이로운 순간이 정말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오감으로 느끼고 집중하는 모습을 배웠다”며 “‘닮아 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특히 마지막 6화의 엔딩에서 문오와 이강이 다시 마주하는 장면을 가장 인상적인 순간으로 꼽았다. “그 장면에서 최민식 선배님 바스트숏, 정말 말이 안 되지 않나요? 특별한 표정을 짓지 않아도 눈빛과 분위기만으로 모든 감정을 전달하는 힘이 너무 짜릿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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