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폭염 속 한 장면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땡볕 아래 물 한 모금 없이 개가 묶여 있는데, 택배상자는 그 옆 ‘그늘’에 놓여 있었다. 동물은 자주 물건처럼, 때로는 물건만도 못하게 취급된다. 몇 달 전 동료가 했던 질문도 떠올랐다. 채무자가 돈을 갚지 않아 그의 재산인 동물-개와 알파카-을 강제집행하러 갔는데, 이들이 심각하게 방치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선뜻 답하기 어려웠다.
민법은 동물을 일반 유체물과 구분하지 않는다. 동물은 누군가의 ‘재물’이거나 ‘무주물’일 뿐이다. 그래서 재산적 가치로 평가되고 압류되며, 분할 대상이 되거나 누군가에 팔려 환가될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동물이 어떻게 보호받아야 하는지, 소유자가 동물을 돌볼 자격이 있는지는 중심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는 동물보호법이 있다. 동물을 생명체로, 본성과 기본적 욕구가 있는 존재로 바라보는 거의 유일한 법이다. 그러나 민법상 소유권의 벽 앞에서 동물보호법은 충분한 힘을 내지 못한다. 형법상 재물손괴죄도 동물의 생명·신체가 아니라 소유자의 재산권 보호가 목적이므로, 소유자에 의한 학대나 소유자 없는 동물에 대한 학대에는 적용되기 어렵다. 즉, 특별법이 애써도 법체계의 깊은 곳에서 동물이 여전히 물건으로 놓여 있다면 실효적인 보호에는 한계가 있다.
다행히 다시 민법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문언을 넣으려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통과되더라도 동물이 당장 권리의 주체가 되거나 큰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여전히 물건에 관한 규정이 준용될 것이다. 그러나 이 선언은 중요하고 꼭 필요하다. 동물이 누군가의 재물을 넘어 그 자체로 보호받아야 할 대상임을 법이 인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때 입법자는 동물을 물건과 달리 대하는 별도 규정을 만들 책무를, 법원과 행정기관은 법을 해석·집행할 때 동물이 고통과 감정을 느끼는 생명체임을 고려할 단초를 얻게 된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너무 당연한 이 사실을 이제는 법이 말해야 한다.
박주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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