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시간 늘수록 13%·1회 늘수록 7% 증가
오전 낮잠군, 이른 오후군보다 사망 위험 30%↑
“밥 먹자마자 꾸벅?”
오전 10시, 거실 소파에서 신문을 읽던 김모(75)씨의 고개가 스르르 떨어진다. 아침을 먹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눈꺼풀이 무겁다. 무릎 위에는 펼쳐진 신문이 그대로 놓여 있다.
가끔 낮잠을 한두 번 잔다고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살펴볼 것은 낮잠의 패턴이다. 고령층에서 낮잠이 길고 잦아지거나 유독 오전 시간대에 몰릴 경우 이후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제학술지 ‘자마 네트워크 오픈’에 발표된 미국 매스제너럴브리검과 러시대 메디컬센터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하루 평균 낮잠 시간이 1시간 길수록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은 13% 높았다. 하루 평균 낮잠 횟수가 1회 많을 때도 위험이 7% 상승했다.
연구팀은 미국 일리노이주 북부에 거주하는 56세 이상 성인 1338명을 대상으로 낮잠 패턴과 사망 위험의 관계를 분석했다. 참가자의 평균 연령은 81.4세였고 76%가 여성이었다.
참가자들은 손목 활동측정기를 최대 14일간 착용했다. 실제 착용 기간은 평균 9.6일이었다. 연구팀은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 사이 수면을 낮잠으로 분류해 하루 평균 시간과 횟수, 주로 잠드는 시간대를 계산했다. 평균 추적 기간은 8.3년이었다. 이 기간 참가자 926명(69.2%)이 숨졌다.
◆오전 낮잠군, 이른 오후군보다 위험 30% 높아
연구팀은 낮잠이 가장 많이 몰린 3시간대를 기준으로 참가자들을 오전, 이른 오후, 늦은 오후 낮잠군으로 나눴다.
오전 낮잠군은 낮잠이 오전 9시∼낮 12시 또는 오전 10시∼오후 1시에 집중된 사람들이다. 이른 오후군은 오전 11시∼오후 5시 사이, 늦은 오후군은 오후 3∼7시 사이에 낮잠이 몰린 사람으로 분류했다.
시간대 분석에서는 낮잠을 거의 자지 않거나 대표 시간대를 정하기 어려운 249명이 제외됐다. 남은 1089명 가운데 오전 낮잠군은 169명, 이른 오후군은 624명, 늦은 오후군은 296명이었다.
나이와 성별, 교육 수준, 야간 수면시간, 수면 분절, 체질량지수, 우울 증상, 만성질환, 약물 복용, 신체활동 등을 반영한 결과 오전 낮잠군의 사망 위험은 이른 오후군보다 30% 높았다.
오전 낮잠군과 늦은 오후 낮잠군을 비교했을 때는 모든 변수를 반영한 최종 분석에서도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여기서 ‘30%’를 사망 가능성이 30%포인트 높아졌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오전에 잠깐 졸았다고 위험이 곧바로 뛰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추적 기간 동안 오전 낮잠군의 사망 위험이 이른 오후 낮잠군보다 상대적으로 30% 높았다는 뜻이다.
◆낮잠이 사망 원인이라는 뜻은 아냐
이번 결과만으로 낮잠이 사망을 직접 부른다고 보기는 어렵다. 연구 시작 당시 측정한 낮잠 패턴과 이후 사망 사이의 관련성을 살핀 관찰연구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몸이 나빠지면서 낮잠이 길고 잦아졌을 가능성도 있다. 만성질환이나 수면장애, 생체리듬 이상, 신경퇴행성 변화가 피로와 주간 졸림을 키우고 그 결과 낮잠이 늘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연구진은 보통 깨어 있을 오전 시간대에 잠드는 현상이 심한 주간 졸림이나 생체리듬 이상의 신호일 수 있다고 봤다. 수면무호흡처럼 밤잠의 질을 떨어뜨리는 질환도 과도한 낮잠의 배경에 숨어 있을 수 있다.
야간 수면시간과 수면의 질, 만성질환, 약물 복용 등을 반영한 뒤에도 낮잠 시간과 횟수, 오전 낮잠의 연관성은 남았다. 측정하지 못한 질환이나 초기 단계의 건강 이상이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는 없다.
◆인지기능 정상군에선 시간대 차이 사라져
추가 분석에서는 결과가 달라졌다. 경도인지장애나 치매가 없는 참가자 943명만 따로 분석하자 오전 낮잠군과 이른 오후 낮잠군의 사망 위험 차이는 뚜렷하지 않았다. 오전 낮잠과 사망 위험의 연관성에 인지기능 저하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연구 결과를 다른 집단에 곧바로 적용하기도 어렵다. 참가자의 93.3%가 백인이었고 평균 연령은 81세를 넘었다. 대부분 은퇴한 고령자였던 만큼 젊은 성인이나 교대근무자, 인종과 생활환경이 다른 집단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올지는 알 수 없다.
측정 방식에도 한계가 있다. 손목 활동측정기는 움직임이 거의 없으면 잠든 것으로 판단한다. 가만히 누워 있거나 앉아 있던 시간을 수면으로 잘못 분류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낮잠 측정 기간도 최대 14일에 그쳤다. 계절이나 건강 상태에 따라 수개월 또는 수년에 걸쳐 달라지는 낮잠 패턴까지는 담지 못했다.
그렇다고 이번 연구 하나만으로 낮잠을 무조건 끊어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 짧은 낮잠은 피로를 풀고 집중력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눈여겨볼 것은 낮잠 자체보다 그 배경이다. 밤에 충분히 잤는데도 오전부터 자주 잠들거나 낮잠 시간이 눈에 띄게 늘었다면 야간 수면의 질과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연구진도 한 번 측정한 낮잠 시간보다 그 패턴이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꾸준히 살피는 편이 건강 위험을 일찍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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