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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26%↓” 수박 많이 먹었더니…106만명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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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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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개 관찰연구·106만명 분석…수박 다섭취군 위험 26%↓
16일~6주·56명 소규모 연구서 동맥 경직도 0.9m/s 개선
수분 91%·식이섬유 0.2g…당뇨 환자는 150g이 1교환단위

“대장암 26% 뚝?”

 

수박은 100g당 수분이 91.1g에 달하지만 식이섬유는 0.2g에 그친다. pexels
수박은 100g당 수분이 91.1g에 달하지만 식이섬유는 0.2g에 그친다. pexels

더운 여름 냉장고에서 갓 꺼낸 수박 한 조각은 갈증을 달래는 대표 간식이다. 대부분이 수분이지만 리코펜과 L-시트룰린 같은 성분도 들어 있다. 최근에는 수박 섭취와 대장암 위험, 혈관 기능의 관계를 살핀 연구 결과도 나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영양성분 데이터베이스를 보면 생수박 적육질 100g에는 수분 91.1g이 들어 있다. 식이섬유는 0.2g에 그친다. 수박의 강점은 풍부한 식이섬유보다 수분과 생리활성 성분에 가깝다.

 

◆106만명 분석…많이 먹은 집단서 위험 26% 낮아

 

2023년 국제학술지 ‘세계 소화기학 저널’에 실린 메타분석은 과일 종류별 섭취량과 대장암 발생의 관계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1996년부터 2017년까지 발표된 관찰연구 24편, 참가자 106만8158명의 자료를 종합했다. 수박 섭취량이 많은 집단은 적은 집단보다 대장암 위험이 26% 낮게 나타났다. 오즈비는 0.74였고, 95% 신뢰구간은 0.58~0.94였다.

 

수박이 대장암을 막아준다는 뜻은 아니다. 참가자에게 수박을 먹인 뒤 암 발생 여부를 추적한 임상시험이 아니라, 평소 식습관과 대장암 발생의 연관성을 살핀 관찰연구이기 때문이다.

 

수박을 자주 먹는 사람은 다른 과일과 채소도 많이 섭취하고 운동이나 체중 관리에 더 신경 썼을 가능성이 있다. 대장암 위험에 영향을 준 요인이 수박 자체가 아니라 이런 생활습관 전반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상당수 연구가 참가자의 기억에 의존한 설문으로 섭취량을 조사했다는 한계도 있다.

 

‘많이 먹은 집단’을 나눈 기준도 연구마다 달랐다. 대장암 위험이 26% 낮았다는 결과를 ‘수박을 하루에 몇 g 먹으면 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식이섬유는 적어…변비 치료 식품은 아냐

 

수박을 고식이섬유 식품으로 보기는 어렵다. 수용성 식이섬유와 불용성 식이섬유가 각각 100g당 0.1g 들어 있다.

 

수박은 더운 날 수분을 보충하는 데 유리하다. 물을 충분히 마시지 않는 사람이라면 수박을 통해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배변에 일부 도움이 될 수 있다.

 

수박만 먹는다고 변비가 낫거나 장내 환경이 눈에 띄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번 대장암 메타분석 역시 수박이 장 안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 확인한 연구가 아니다.

 

수박은 대부분이 수분이고 식이섬유 함량은 많지 않다. 장 건강을 위해서는 수박 한 가지에 기대기보다 채소와 통곡물, 콩류 등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품을 골고루 먹어야 한다.

 

◆동맥 경직도 낮아졌지만…소규모 연구 2편뿐

 

혈관 건강과 관련해서는 수박에 들어 있는 L-시트룰린이 연구 대상이다. L-시트룰린은 체내에서 L-아르기닌으로 전환된다. L-아르기닌은 혈관 이완에 관여하는 산화질소 생성 경로에 쓰인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 연구진이 2022년 ‘영국영양학저널’에 발표한 메타분석은 L-시트룰린 보충제와 수박 섭취를 다룬 무작위 대조시험을 종합했다.

 

수박을 16일에서 6주 동안 섭취한 연구는 5편으로 참가자가 총 56명이었다. 이 가운데 맥파전달속도를 측정한 2개 연구를 합치자 수박 섭취군의 수치가 대조군보다 평균 0.9m/s 낮았다.

 

맥파전달속도는 심장이 내보낸 압력파가 동맥을 따라 이동하는 속도다. 일반적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동맥이 단단해졌다는 의미다.

 

이 결과를 평소 수박을 먹었을 때 나타나는 효과로 곧장 연결하기는 어렵다. 참가자 수가 적은 데다 실험에 사용된 것도 생수박만은 아니었다. 수박주스와 분말, 추출물 등이 쓰였고 하루 L-시트룰린 섭취량도 연구마다 2.7~6g으로 달랐다. 일상에서 수박 몇 조각을 먹는 것과는 실험 조건 자체가 달랐다.

 

수박을 꾸준히 먹었을 때 혈류매개확장이 실제로 개선되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섭취 직후 측정한 결과 역시 대조군과 뚜렷한 차이가 없었다. 수박 섭취 뒤 혈중 L-아르기닌 농도는 높아졌지만, 산화질소 관련 지표까지 유의하게 증가한 것은 아니었다.

 

◆수박 150g은 과일 1교환단위…하루 섭취 상한선 아니다

 

수박은 수분이 많지만 당질이 없는 과일은 아니다. 생수박 100g에는 탄수화물 7.83g과 당류 5.06g이 들어 있다. 먹는 양이 늘면 섭취하는 당질도 함께 증가한다.

 

대한당뇨병학회 식품교환표는 수박 150g, 중간 크기 한쪽을 과일군 1교환단위로 제시한다. 과일군 1교환단위는 탄수화물 12g과 열량 50㎉에 해당한다.

 

150g은 모든 당뇨병 환자에게 적용되는 하루 상한선이 아니다. 하루 과일 섭취량은 개인의 혈당 상태와 식사 계획에 따라 달라진다. 한 번에 여러 조각을 몰아 먹기보다 정해진 과일 섭취량 안에서 나눠 먹는 게 낫다.

 

수박 섭취와 대장암 위험, 동맥 경직도의 연관성을 정리한 이미지. 대장암 위험 26% 감소는 106만명 규모 관찰연구에서, 동맥 경직도 0.9m/s 감소는 56명 대상 소규모 연구에서 확인됐다. ChatGPT 생성 이미지
수박 섭취와 대장암 위험, 동맥 경직도의 연관성을 정리한 이미지. 대장암 위험 26% 감소는 106만명 규모 관찰연구에서, 동맥 경직도 0.9m/s 감소는 56명 대상 소규모 연구에서 확인됐다. ChatGPT 생성 이미지

조각 수만으로 양을 가늠하기도 어렵다. 수박 크기와 자르는 두께에 따라 한 조각의 무게가 크게 달라진다. 혈당을 관리 중이라면 처음에는 저울로 무게를 확인하는 게 정확하다.

 

대장암 위험이 26% 낮았다는 수치는 관찰연구에서 확인된 연관성일 뿐이다. 동맥 경직도가 0.9m/s 낮아졌다는 결과도 참가자 수십 명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임상시험에서 나왔다. 수박 150g은 당뇨병 환자가 식단을 짤 때 활용하는 과일 1교환단위이지, 하루 섭취 상한선이 아니다.

 

수박을 약처럼 챙겨 먹을 이유도, 혈당이 걱정된다고 무조건 피할 이유도 없다. 더운 날 시원한 수박 한 조각을 평소 식사의 일부로 즐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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