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독일,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월간 수출 1000억달러 국가’가 됐다. 산업통상부가 어제 발표한 ‘6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보다 70.9% 증가한 1022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5월(877억5000만달러) 기록을 한 달 만에 뛰어넘었다. 무역수지 흑자도 361억달러로 사상 첫 300억달러 고지를 점령했다. 그렇다고 ‘반도체 착시’ 효과에 취해 내수·고용 부진 등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1등 공신은 반도체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199.5% 증가한 448억2000만달러를 수출했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고부가 메모리 반도체 수요 급증과 가격 상승이 이어진 덕분이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올해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도 잇따라 높아지고 있다. JP모건·블룸버그 등 국내외 기관 10여곳이 기존 한국은행 전망치(2.6%)보다 높은 3%대를 제시했고, 영국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4.0%까지 전망했다. 중동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 및 경제 불확실성이라는 악재를 수출이 덮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수출 지표에서 ‘반도체’만 빼면 사정은 달라진다. 반도체만의 외끌이 성장은 ‘K자형 양극화’를 초래한다. 기존 주력 산업인 자동차·일반기계·가전 등은 미국 관세, 중동 전쟁, 가격경쟁 심화 등 영향으로 수출이 줄었다. 고용 시장도 냉골이다. 지난 5월 취업자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4만명이나 줄었다. 17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것도 문제지만, 반도체 초호황에 힘입어 1분기 실질 GDP 증가율이 5년 만에 최고를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충격적이다. 수출을 주도하는 제조업 취업자는 전년 대비 14만명이나 줄었다. 자본집약도가 높은 반도체 산업은 수출이 늘어도 고용과 소득으로 파급되는 ‘낙수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방증이다.
고용은 투자와 소비의 바로미터다. 성장과 고용이 제각각인 건 우리 경제 구조에 대한 경고다. ‘고용 없는 성장’이 소비와 내수 회복을 지연시켜 잠재성장률을 훼손시킬까 우려스럽다. 업황 변동성이 큰 반도체 산업 호황에 샴페인을 터뜨리기에 앞서 반도체 낙수효과가 고용과 내수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산업 구조조정과 규제 혁파 등 반도체 이후를 대비한 신성장 동력 확충도 화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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