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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 지방에 총력 투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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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지금 묘한 역설 앞에 서 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를 자랑하면서도, 국토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의 50.8%와 국가 R&D 예산의 74%가 집중돼 있다. 비수도권 지역내총생산(GRDP) 비중은 2022년 기준 47.5%까지 밀려났고, 나머지 국토는 서서히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인구소멸이라는 시한폭탄이다. 합계출산율 0.8명(2025년), 2070년 고령화비율 46.6%, 2040년대 잠재성장률 0.6%는 단순한 경제 위기가 아니라 국가 존속의 위기를 경고한다. 부산광역시가 대도시 최초로 소멸위험단계에 진입했다는 사실은 이 위기가 농어촌만의 문제가 아님을 분명히 보여준다. 수도권은 과잉 집적으로 몸살을 앓는 동안, 비수도권은 생산인구 유출로 지역 경제의 선순환 고리 자체가 끊어지고 있다.

정우성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정우성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돌이켜보면 우리의 균형발전 정책은 오랫동안 ‘수도권의 것을 지역으로 골고루 나눠주는’ 방식에 기대왔다. 공공기관 이전, 행정 기능 분산,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배분 등이 그랬다. 그러나 기업과 인재는 여전히 수도권으로 몰렸고, 지역은 중앙 보조금에 의존하는 수동적 수혜자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제는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 성장 총량 자체가 줄어드는 시대에 인구성장기에 유효했던 분배모델은 더 이상 작동하기 어렵다. 대신 투자를 통해 거점의 경쟁력을 높이고, 그 거점들을 교통과 디지털 네트워크로 촘촘히 연결하는 ‘집중과 연결(Compact & Network)’ 전략으로 전환해야 할 때다.

현 정부의 5극3특 국가균형성장 전략은 이러한 인식의 전환을 담은 대표적 정책 실험이다. 5개 초광역권과 3개 특별자치도를 권역별 성장 단위로 묶고, AI·반도체 등 미래 산업 특화 경쟁력을 키우는 구상이다. 정부는 2026년 예산에서 지방 거점 성장 투자로 29조2000억원을 편성했고,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포괄보조금도 전년 대비 3배인 10조6000억원으로 대폭 늘렸다.

그러나 재정투자만으로 부족하다. 실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결국 기업의 투자다. 6월29일 삼성과 SK는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지방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은 광주 반도체 클러스터(호남권), 충청권 HBM 패키징 팹, 영남권 로봇·AI 분야 등에, SK 역시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등에 투자하기로 했다. 두 기업의 투자규모는 총 4700조원에 이른다. 정부는 지자체와 협력하여 전력망과 용수 등의 인프라와 신속한 인허가 등 파격적인 지원으로 화답했다. 이처럼 대기업의 지방 투자는 단순한 생산시설 이전을 넘어 소재·부품·장비 협력사의 연쇄이동과 지역 산업 생태계 전반의 고도화를 이끄는 촉매가 된다. 지역이 명확한 산업 비전을 제시하고, 정부는 규제 특례와 인프라 확충, 정주여건 조성으로 기업이 실제로 투자할 환경을 조성할 때 민간의 자본과 일자리가 따라온다.

균형성장은 약자를 돕는 분배 정책이 아니다. 그것은 인구감소·저성장 시대에도 대한민국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국가 생존 전략이다. 기업의 투자와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을 통해 지역의 광역거점들이 각자의 전략 산업으로 성장 엔진을 구동하고, 그 엔진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될 때 비로소 ‘지역의 성장이 곧 국가의 성장’이 되는 선순환이 시작된다. 그 전환의 시간이 바로 지금이다.

 

정우성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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