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미국에서 태어난 신생아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출생 시민권’(Birthright Citizenship)을 제한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제동을 걸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반(反)이민 정책 기조의 동력이 일부 손상되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 입법으로 자신의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연방대법원, 6대 3으로 출생시민권 유지
연방대법원은 30일(현지시간) 6대 3 의견으로 출생시민권에 대한 폭넓은 해석을 유지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다수 의견을 대표해 작성한 판결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수정헌법 14조(미국에서 태어나거나 귀화한 사람은 미국인이라는 조항)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시민권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권리를 갖기 위한 권리’, 즉 우리 정치 공동체에 자유롭게 참여할 권리”라며 “수정헌법 14조를 제정한 선조들은 그 약속을 ‘이 땅에서 태어난 모든 사람’에게까지 확대했다”고 밝혔다.
반면 반대 의견을 내놓은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은 의견서에서 수정헌법 14조는 “해방된 흑인들의 평등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라며 “대법원이 수정헌법 14조의 슬픈 역사에 또 한 페이지를 더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보수 6, 진보 3의 보수 우위 구도이지만, 이번 판결에선 진보 성향의 소니아 소토마요르, 엘레나 케이건, 커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뿐 아니라 보수 성향의 로버츠 대법원장과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이 헌법상 출생시민권을 인정했다.
보수 성향인 토머스, 닐 고서치,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은 반대 의견을 냈다. 역시 보수인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해당 아동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현행 연방법을 이유로 다수 의견에 동참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위헌이라고 판단하진 않았다. 이날 대법원 판결문은 194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으로, 이번 판결에 쏠린 관심과 사안의 중요성을 보여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20일 취임 첫날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에 불법·임시 체류하는 외국인 부모 사이에 태어난 자녀에게는 출생시민권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불법으로 입국한 사람의 자녀는 물론 학생·취업·관광비자 등 합법적이지만 일시적인 체류 자격만을 부여받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들도 시민권을 부여하지 않게 한 것으로 수정헌법 14조에 어긋난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이끄는 22개 주와 워싱턴은 행정명령이 수정헌법 14조에 위배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1, 2심 법원은 이를 위헌이라고 판단했고 그 효력을 중단하라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출생시민권 금지를 시행하는 주는 현재까지 없다.
◆트럼프 이민정책 타격 불가피
트럼프 대통령은 출생시민권의 애초 취지가 남북전쟁 직후 흑인 노예와 자녀들에게 시민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었지, ‘미국에서 원정 출산을 하는 중국 부유층’이나 불법 체류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펴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1일 대법원 변론에서도 단순히 미국에서 태어났다는 사실만으로 시민권을 부여할 수는 없으며, 부모의 합법적 체류 여부와 미국에 대한 충성 관계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대법원 변론 현장에 자리해 이 문제가 그의 강경 이민 정책에 미치는 상징성을 보여준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트루스소셜)에 “대법원이 출생 시민권 제도를 유지하기로 했는데, 이는 우리나라에 큰 불행”이라고 적었다. 그는 “의회는 돈이 많이 들고 불공정한 출생 시민권을 끝내기 위한 작업을 오늘 시작해야 한다”며 수정헌법 14조를 개정하지 않으면서도 실질적으로 개정 효과를 낼 수 있는 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키라는 사실상의 입법 주문을 했다. 린지 그레이엄(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 및 브라이언 바빈(공화·텍사스) 하원의원 등은 이민·국적법을 개정해 출생에따른 자동 시민권 부여를 폐지하거나 대폭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해놓은 상태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칩플레이션](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6/30/128/20260630519702.jpg
)
![[데스크의 눈] 청년 없는 성장](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1/06/128/20260106517325.jpg
)
![[안보윤의어느날] 마음을 듣는 일](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6/16/128/20260616517896.jpg
)
![[오늘의시선] 3대 메가 프로젝트 성공 열쇠는 ‘에너지’](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6/30/128/20260630519603.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