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산음료·레모네이드 등 대상…라테·프라페는 제외
대체감미료 음료는 연관성 미미…안전성 판단엔 한계
“식후 단 음료 한 잔?”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 탄산음료나 달콤한 아이스티, 과일맛 음료를 손에 든 직장인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 번은 가볍게 넘길 수 있지만, 이런 선택이 매일 반복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설탕이 든 음료를 자주 마시는 습관이 간암 일부 유형의 발생 위험과 관련 있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하루 한 잔씩 더 마실 때마다 간세포암 위험은 10%, 간내담관암 위험은 15% 높아졌다. 그러나 간암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뚜렷한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 결과만으로 단 음료가 간암을 직접 일으킨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미국 국립암연구소 연구진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팀은 이 같은 분석 결과를 지난 10일 국제학술지 ‘JAMA 네트워크 오픈’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미국에서 진행된 10개 연구와 유럽 연구 1개 등 모두 11개 전향적 코호트 자료를 통합했다. 대상자는 연구 시작 당시 암 병력이 없던 성인 151만8411명이다.
연구진은 식품섭취빈도 설문을 이용해 가당 음료와 대체감미료 음료 섭취량을 파악한 뒤 간암 발생 여부를 추적했다. 추적 기간 중앙값은 17.8년이었다. 이 기간 2811명이 간암 진단을 받았다. 이 가운데 간세포암은 1699명, 간내담관암은 444명이었다.
◆간세포암·간내담관암 나눠 보니 위험 증가
연령과 성별, 체질량지수, 운동량, 흡연, 음주, 당뇨병, 커피 섭취량, 하루 총열량 등의 영향을 보정한 결과, 가당 음료 섭취가 하루 1회분 늘어날 때 간세포암 위험은 10% 높았다. 위험비는 1.10, 95% 신뢰구간은 1.03~1.18이었다.
간내담관암 위험은 15% 높았다. 위험비는 1.15, 95% 신뢰구간은 1.00~1.32였다. 신뢰구간 하한이 1.00에 걸쳐 있어 간세포암보다 결과의 확실성은 낮았다.
여기서 말하는 ‘하루 한 잔’은 특정 컵이나 캔 용량을 뜻하지 않는다. 각 코호트가 설문에서 정한 1회 섭취량을 기준으로, 하루에 한 번 더 마셨을 때의 위험 변화를 계산했다.
간암 전체로 묶어 분석했을 때는 위험 차이가 뚜렷하지 않았다. 연구별 결과 편차도 컸다. 반면 간세포암과 간내담관암을 유형별로 나눠 분석하자 위험 증가가 나타났다.
이번 결과를 라테나 프라페 같은 카페 음료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연구 대상은 일반 탄산음료와 레모네이드, 과일맛 음료였다. 일부 코호트에는 주스가 포함됐다. 라테와 프라페는 별도로 분석하지 않았다.
‘라테 한 잔이 간암 위험을 15% 높인다’고 받아들일 근거는 없다. 연구에서 확인된 것은 가당 음료 섭취량과 일부 간암 유형 사이의 연관성이다. 시럽이나 설탕이 많이 들어간 커피는 당류 섭취를 늘릴 수 있는 만큼, 제품별 영양성분과 당류 함량을 확인하는 게 좋다.
◆대체감미료 음료는 연관성 확인 안 돼
다이어트 탄산음료처럼 대체감미료가 들어간 음료는 간암 전체뿐 아니라 간세포암과 간내담관암에서도 뚜렷한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제로 음료가 간암과 무관하다는 뜻은 아니다. 이번 연구는 대체감미료 음료의 섭취량만 조사했을 뿐, 아스파탐 등 감미료의 종류와 개별 섭취량까지 나눠 분석하지 않았다.
이번 조사에서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의미일 뿐, 장기간 많이 마셔도 안전하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단 음료, 간에 부담 주는 이유
가당 음료가 간암 위험과 연결될 가능성이 있는 경로로는 체중 증가와 제2형 당뇨병, 대사이상 지방간질환 등이 거론된다. 이들 질환은 간암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가당 음료에 흔히 들어가는 과당은 주로 간에서 대사된다. 많은 양이 한꺼번에 들어오면 간에서 지방을 만드는 과정이 활발해지고 지방산 산화가 억제될 수 있다. 이런 상태가 장기간 이어지면 간에 지방이 쌓이고 염증과 대사 이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연구진은 가당 음료가 체중과 당뇨병에 미치는 영향 외에도 고혈당과 고인슐린혈증, 지방간 등 여러 경로를 통해 간 건강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이 이번 연구에서 직접 확인된 것은 아니다. 연구진이 단 음료와 간암 사이의 연관성을 설명할 수 있는 가능성 가운데 하나로 제시한 수준이다.
◆설문에 의존한 관찰연구…인과관계 단정은 어려워
이번 연구는 단 음료 섭취와 간암 발생의 연관성을 살핀 관찰연구다. 단 음료가 간암을 직접 일으킨다는 점까지 밝혀낸 것은 아니다.
음료 섭취량을 참가자의 기억에 의존한 설문으로 조사한 점도 한계다. 대부분 연구가 시작할 때 한 차례만 물어 이후 수십 년간 달라진 섭취 습관은 제대로 담기지 않았을 수 있다.
간경변이나 대사이상 지방간질환 등 기존 간질환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B형·C형 간염 감염 여부 역시 일부 참가자에게서만 확인됐다.
참가자 대부분이 미국과 유럽의 백인 성인이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B형간염이 간암의 주요 원인인 한국 등 아시아 지역에 이번 수치를 그대로 대입하기는 어렵다.
◆한국인 가공식품 당류 하루 35.5g
국내에서도 음료는 당류 섭취의 주요 통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3년 우리 국민이 가공식품을 통해 섭취한 당류는 하루 평균 35.5g이었다. 하루 총섭취 열량의 7.7% 수준이다.
식품군별로는 음료류를 통해 섭취한 당류가 하루 11.4g으로 가장 많았다. 과자·빵·떡류는 5.4g이었다. 두 식품군이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량의 약 47%를 차지했다.
음료는 식후나 이동 중에도 쉽게 마실 수 있어 섭취 횟수가 늘기 쉽다. 마시는 동안 배가 부르다는 느낌이 크지 않아 음식 섭취량을 그만큼 줄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탄산음료뿐 아니라 가당 과일음료와 에이드, 달콤한 아이스티, 시럽이 들어간 커피 음료도 당류 섭취량을 늘릴 수 있다. 이름이나 이미지보다 영양성분표에 표시된 당류 함량을 확인하는 것이 정확하다.
제로 음료는 설탕 섭취를 줄이는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물론 ‘제로’라는 문구만 보고 섭취 횟수까지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설탕을 줄였더라도 강한 단맛을 자주 찾는 습관은 그대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꺼번에 끊기 어렵다면 횟수부터 줄이는 게 현실적이다. 매일 마시던 가당 음료를 이틀에 한 번으로 줄이고 일부는 물이나 탄산수, 무가당 차로 바꾸는 식이다.
제품을 고를 때도 ‘제로’나 ‘저당’ 표시만 보지 말고 1회 제공량과 총내용량, 당류 함량을 함께 살펴야 한다. 같은 음료라도 용량과 제조법에 따라 실제 섭취하는 당류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단 음료 한 잔이 곧바로 간암으로 이어진다는 뜻은 아니다. 문제는 이런 선택이 습관처럼 반복될 때다. 이번 연구도 한 번의 섭취보다 오랜 기간 이어진 음료 습관에 주목했다. 음료를 고르기 전, 오늘 단 음료를 몇 잔이나 마셨는지부터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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