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보다 먼저 봐야 할 건 ‘탄수화물 총량’
“무가당 고르고 달걀·두부·채소 곁들여야”
“설탕도 안 넣었는데 혈당이?”
출근 준비로 바쁜 아침, 물이나 우유에 미숫가루를 타 마시고 집을 나서는 사람이 많다. 따로 상을 차릴 필요가 없고 곡물로 만든 음식이라 밥보다 가볍고 건강한 한 끼로 여긴다.
미숫가루가 혈당을 무조건 급격히 올리는 음식은 아니다. 그렇다고 곡물로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마음 놓고 마셔도 되는 것도 아니다. 어떤 곡물을 얼마나 넣었는지, 설탕이나 꿀을 더했는지, 무엇과 함께 먹었는지에 따라 식후 혈당 반응은 달라진다.
1일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의 식후 혈당은 식사에 포함된 당질, 즉 탄수화물의 양에 큰 영향을 받는다. 같은 양을 먹어도 당질의 종류와 전분의 성질, 조리·가공 방법, 식품의 형태, 식이섬유 함량에 따라 혈당 변화는 달라질 수 있다.
◆곱게 갈수록 전분 소화 쉬워져
곡물을 곱게 빻으면 세포벽이 부서지면서 전분이 소화효소와 닿기 쉬워진다. 통곡물을 씹어 먹을 때와 곡물가루를 물에 풀어 마실 때 소화 과정이 같지 않은 이유다.
2025년 국제학술지 ‘푸드 앤드 펑션’에 발표된 무작위 교차시험에서는 정상 혈당인 성인 15명이 입자 크기와 원료가 다른 빵 네 종류를 먹었다.
입자가 큰 병아리콩 가루를 넣은 빵은 일반 밀빵과 곱게 간 병아리콩 가루 빵보다 식후 혈당 증가 면적이 낮았다. 연구진은 가루의 입자 크기와 원료가 전분 소화와 식후 혈당 반응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리·현미·콩·찹쌀 등 원료의 배합 비율과 가공 방식이 제품마다 달라 미숫가루의 혈당 반응을 하나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 연구는 참가자가 15명에 불과한 데다 미숫가루가 아닌 빵을 먹여 진행한 만큼, 결과를 미숫가루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도 한계가 있다.
액체 형태로 마신다고 해서 무조건 혈당에 나쁜 것은 아니다. 한 잔에 들어 있는 탄수화물의 양뿐 아니라 식이섬유와 단백질, 지방 함량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설탕·꿀보다 먼저 볼 것은 ‘총량’
미숫가루를 달게 먹으려고 설탕이나 꿀을 넣으면 한 잔에 담긴 탄수화물과 열량이 늘어난다. 대한당뇨병학회는 설탕과 꿀 같은 단순당을 가급적 제한하라고 권한다.
혈당을 좌우하는 것은 단맛의 유무만이 아니다. 설탕을 넣지 않은 미숫가루도 곡물 전분이 들어 있는 탄수화물 식품이다. 단맛이 나지 않는다고 여러 숟가락을 듬뿍 넣으면 총탄수화물 섭취량은 많아진다.
시판 제품도 종류별 차이가 크다. 곡물가루만 든 무가당 제품이 있는 반면 설탕이나 다른 당류가 섞인 제품도 있다. 포장지에서 1회 섭취량과 탄수화물·당류 함량, 원재료명을 함께 살펴야 한다.
영양성분표에 적힌 ‘당류’를 곧바로 설탕으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곡물이나 우유에 본래 들어 있는 당도 당류 수치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설탕이나 시럽 등 당을 따로 넣었는지 확인하려면 영양성분표와 함께 원재료명도 살펴봐야 한다.
우유에 타 마신다면 우유에 들어 있는 탄수화물도 계산에 넣어야 한다. 우유에는 유당이 들어 있지만 단백질과 지방도 함께 들어 있다. 물과 우유 가운데 어느 쪽이 무조건 낫다기보다 한 잔 전체의 양과 영양 구성을 따지는 편이 맞다.
◆미숫가루만으로 아침 끝내지 말아야
미숫가루를 아침 식사로 먹으려면 먼저 양부터 정해야 한다. 가루를 눈대중으로 퍼 넣기보다 제품에 적힌 1회 섭취량을 기준으로 삼고, 설탕과 꿀은 넣지 않거나 최소화하는 편이 낫다.
미숫가루 한 잔으로 식사를 끝내면 탄수화물에 치우치기 쉽다. 삶은 달걀이나 두부, 무가당 요구르트처럼 단백질을 보충할 음식을 곁들이고 채소나 견과류를 더하면 한 끼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
건강한 성인 48명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교차시험에서는 열량과 지방 함량을 맞춘 세 가지 아침 식사를 비교했다. 단백질이 많은 달걀 식사와 단백질에 식이섬유를 더한 달걀 식사는 단백질과 식이섬유가 적은 시리얼 식사보다 식후 혈당 반응이 낮았다. 다음 끼니의 섭취 열량도 각각 평균 135㎉, 69㎉ 적었다.
달걀만 먹는다고 혈당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탄수화물에 치우친 식사보다 단백질과 식이섬유를 함께 갖춘 식사가 혈당과 포만감 관리에 더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미숫가루는 혈당을 망치는 음식도, 마시기만 하면 건강해지는 음식도 아니다. 무가당 제품을 정해진 양만큼 먹고 달걀·두부 같은 단백질 식품과 채소를 곁들이면 간단한 아침 한 끼가 될 수 있다.
당뇨병이나 공복혈당장애가 있다면 제품의 원료와 섭취량에 따라 식후 혈당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 먹은 뒤 혈당을 확인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양을 찾는 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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