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9명 중 5명 공화 주장 기각
5근무일 안에 도착 땐 유효표 집계
트럼프 “엄청난 패배” 실망감 표출
대통령 성추행 유죄 원심도 유지
쿡 연준 이사 경질시도 제동 걸려
타 독립기관 인사 해임엔 ‘적법’
보수 우위의 미국 연방 대법원이 여름 휴회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불리한 판결을 잇달아 내리고 있다. 특히 선거일 이후 도착한 우편투표를 인정하는 판결은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작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연방대법원은 이날 공화당 전국위원회(RNC)와 미시시피주 공화당이 주 우편투표 관련법에 대해 2024년 제기한 소송에서 재판관 9명 중 5명이 연방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원고 측 주장을 기각했다.
현행 미시시피주법은 선거일까지 소인이 찍힌 우편투표는 선거일 이후 5근무일 안에 도착한 경우 유효표로 집계한다. 미시시피를 비롯한 14개 주와 워싱턴이 이처럼 선거일까지 소인이 찍힌 경우 일정 기간 유예를 허용하고 있으며, 다른 10여개 주는 군인과 해외 거주자에 제한적으로 허용한다. 이는 연방 공직선거일을 ‘11월 첫 번째 월요일 다음의 화요일’로 규정한 연방법에 위배된다는 게 원고 측 주장이었지만,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판결에서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존 로버츠 대법원장과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이 진보성향 대법관 3명과 함께 우편투표 합법 입장에 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서 “오늘 연방대법원에서 유권자의 권리와 관련해 엄청난 패배가 있었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 유권자 성향은 대체로 민주당에 기울어 있다고 보고 우편투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한 유권자 신분검사 강화 법안(유권자 ID법안) 처리를 의회에 촉구하고 있다.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성추행 사건 상고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고인 패션 칼럼니스트 E 진 캐럴에게 500만달러(약 77억원)를 배상하도록 한 원심판결이 그대로 유지됐다. 대법원 결정에는 사유가 적시되지 않았으며 공개된 반대 의견도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맹비난하며 “계속 싸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캐럴은 1996년 뉴욕 맨해튼의 한 백화점에서 우연히 마주친 트럼프 대통령에게 성폭행당했다고 주장했다. 1심은 성폭행 증거는 찾지 못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캐럴을 성추행한 사실은 인정된다며 배상을 명령했고, 2심도 1심 판결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리사 쿡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이사 해임에 제동을 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쿡 이사가 주택담보대출 과정에서 사기를 저질렀다며 해임을 발표했다. 연준 역사상 대통령이 이사를 해임하려 한 것은 처음이다. 이에 쿡 이사는 해임의 적법성을 다투는 소송을 걸었고, 연방대법원은 찬성 5명, 반대 4명으로 소송 중 이사직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번 결정은 대법원이 쿡 이사의 해임이 적법한지를 따진 것은 아니다.
반면, 이날 대법원은 연방거래위원회(FTC) 등 다른 독립기관의 인사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해임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민주당 추천 인사였던 레베카 켈리 슬로터 FTC 위원 해임에 대해 찬성 6명, 반대 3명으로 적법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대통령의 독립기관 수장 해임이 가능하다는 게 다수 의견이지만, 연준에는 ‘독특한 역할’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이 FTC 위원 해임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손을 들어준 것은 독립기관 인사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부정행위나 근무 태만과 같은 정당한 사유 없이 정책적 입장차를 이유로 해임할 수 없도록 한 1935년의 판례를 뒤집은 것이다. NYT는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 원자력규제위원회 등 행정부 산하에 있으나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직접적이고 세부적인 통제를 받지는 않는 20여개 독립기관에 이번 판결의 여파가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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