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섬진강 권역 다목적댐 활용
수자원公 사장 “100만t 확보 가능”
기후변화땐 안정적 공급 차질 우려
호남 발전설비 용량 중 원자력 24%
6.3GW 공급 위해 원전 연장 여부
재생에너지 간헐성 보완 등도 관건
정부가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운영에 산업용수 65만t·전력 6.3GW(기가와트)가 필요하다며 적기 공급을 약속했다. 산업용수는 수계 조정·타 기관 댐 활용 등을 통해 확보가 가능하다는 설명이지만 극한가뭄 등 변수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전력 확보는 한빛원전 계속운전 여부·재생에너지 간헐성 보완 등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29일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서남권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에 필요한 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영산강·섬진강 권역의 다목적댐과 대체수자원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원활한 물 공급을 위해 도수관로도 신속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윤석대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은 추가 용수를 65만t까지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윤 사장은 “최근 산업용수 부족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 서남권 댐 중 현재 여유량과 일부 조정량을 (합치면) 40만t에서 50만t의 용수를 확보할 수 있고, 수계를 일부 조정하고 타 기관과 지자체가 가지고 있는 발전용댐·농업용 댐을 활용하면 서남권 용수 공급에 차질이 없다”고 강조했다. 윤 사장은 ‘100만t까지 확보가 가능하냐’는 이재명 대통령의 질문에 “충분하다”고 답했다.
‘100만t 추가 용수 확보 방안’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는 호남 지역의 대규모 산업용수 공급 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평가가 나와서다. 정부는 용수 확보를 위해 다목적댐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영산강·섬진강 권역의 대표적 다목적댐인 섬진강댐과 주암댐은 이미 탄력적 운영 여지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기후부가 지난해 3월 공개한 주요 댐 용수 계약률을 보면 섬진강댐과 주암댐의 용수 계약률은 모두 100%다. 공급 가능한 물량 대부분의 사용처가 이미 정해져 있다는 의미다.
극한가뭄에 취약한 수계 특성도 변수다.
기후부의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에 따르면 과거 최대 가뭄이 2030년에 재현될 경우 생활·공업용수 부족량은 영산강 권역 7140만t, 섬진강 권역 5260만t으로 추산됐다. 이는 낙동강 권역 3770만t을 웃도는 규모다. 기후변화 영향을 반영하면 영산강·섬진강 권역의 물 부족량은 최대 3억7000만t까지 증가할 수 있다. 특히 영산강 권역은 안정적인 용수 공급 능력이 낮은 편이다. 가뭄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용수를 공급할 수 있는 정도를 나타내는 ‘이수안전도’는 영산강 권역이 3.4등급으로, 주요 수계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현재 호남권 발전량 중 80% 가까이가 재생에너지·원전으로 구성돼 있다. 한국전력공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호남권 발전설비 용량(24.2GW) 중 원자력은 24.4%(5.9GW)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약속한 전력 6.3GW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현재 전남 영광의 한빛원전 1·2호기 계속 운전 여부가 우선 확정될 필요가 있다. 1호기는 지난해 말 설계수명(40년)이 종료돼 가동이 멈췄다. 2호기도 오는 9월 운전을 중단한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현재 1·2호기 연장 운영 여부에 대해 심사 중이다.
이들 원자력보다 발전량이 큰 게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전체 발전량 중 무려 53.7%(13.0GW)를 차지한다. 일각에서는 날씨나 시간대에 따라 발전량이 불규칙한 만큼 재생에너지를 반도체 생산 고정에 주 전원으로 쓰기에 부적합하다고 지적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재생에너지 간헐성을 보완할 수 있는 대규모 배터리에너지저장시스템(BESS),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등 에너지 믹스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물론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구상을 비판하는 데 재생에너지 간헐성 문제를 끌어들이는 건 억지 논리라는 시각도 있다. 결국 반도체 생산 공정에 전력을 대는 건 ‘전력망’이고 여기서 쓰는 전기는 원전, 재생에너지 등이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김성환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당연히 호남의 재생에너지와 한빛원전의 전기는 섞여서 반도체 팹에 사용될 것”이라며 “전기에 꼬리표를 붙여 비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우수 인재 유치도 핵심 과제다. 광주과학기술원을 중심으로 반도체 생산 인력을 양성할 기반은 있지만 이들이 지역에 정주할 기반은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반도체 생태계 핵심인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이 호남권에 정착할 수 있는 정부 지원도 필수다.
강성철 울산과학기술원(유니스트·UNIST) 반도체소재부품대학원 교수는 “전력·용수 등 인프라와 앵커 기업을 중심으로 한 소부장 생태계 구축에 성패가 달렸다”며 “정부가 규제 해소와 인프라 구축을 책임지고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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