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의존 않는 독자 노선 추진 선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의회(크네세트) 총선거를 앞두고 ‘거국 정부 구성’이란 카드를 내밀었다. 이스라엘 총선은 원래 오는 10월27일로 예정됐으나, 최근 의회 조기 해산 결정에 따라 이르면 9월 초 실시될 수 있다. 이란과의 전쟁을 끝내고 중동 분쟁에서 손을 떼려는 미국이 전쟁 지속을 원하는 네타냐후의 재집권을 꺼린다는 점이 총선에 변수로 작용할 것인지 주목된다.
네타냐후는 28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총선 승리를 통한 총리직 연임에 도전할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폭넓은 기반을 갖춘 거국 정부가 필요하며, 나는 바로 그런 내각을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수년간 힘든 시련을 겪고 외적들과 내부의 거대한 도전에 직면한 지금 이스라엘에는 명확하고 책임감 있는 국가적 방향을 중심으로 국민 대다수를 하나로 결집할 정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2023년 10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으로 다수 민간인과 군인이 희생된 직후 하마스와의 전쟁에 돌입했다. 2년 가까이 지속된 무력 충돌로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 지구는 사실상 폐허가 됐다. 이스라엘은 올해 초엔 미국이 주도한 대(對)이란 군사 작전에 동참했다. 동시에 레바논 내 친(親)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도 격렬한 교전을 이어가고 있다. 오는 11월 미국 중간 선거를 의식해 전쟁을 끝내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네타냐후는 ‘끝장을 볼 때까지 계속 싸워야 한다’는 신념이 확고하다.
네타냐후는 “이스라엘은 유대 민족의 국민 국가”라며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을 수호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트럼프와의 견해차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독자 노선을 걸을 것이란 점을 명확히 한 셈이다. 그는 또 “지중해와 요르단강 사이에 팔레스타인 국가는 들어서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미국을 제외한 세계 주요국이 팔레스타인을 이스라엘과 대등한 독립 국가로 인정한 상태이나, 이스라엘은 그와 같은 이른바 ‘2국가 해법’에 결사 반대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네타냐후는 “우리에게는 이미 외부의 적이 충분히 많다”며 핵무기 개발을 시도하는 이란 정권, 헤즈볼라를 제어하지 못하는 레바논 정부 등을 거론했다. “이러한 위협을 물리치고 기회를 포착하려면 먼저 우리 내부의 평화가 필요하다”고 전제한 네타냐후는 “내가 이끄는 광범위한 거국 정부만이 그 일을 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와 네타냐후는 과거 둘도 없는 ‘절친’이었으나 이란 전쟁을 둘러싼 대립과 갈등 탓에 지금은 사이가 예전만큼 좋지 않다. 트럼프가 네타냐후와의 전화 통화 도중 고함을 지르거나 험악한 언사를 쏟아냈다는 언론 보도가 최근 잇따랐다. 실제로 트럼프는 이스라엘 언론과의 인터뷰 도중 ‘이스라엘 총선에서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을 받고선 “누가 출마하는지 봐야 한다”며 “네타냐후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는 좀 더 이성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네타냐후로부터 등을 돌린다면 ‘총선에서 반드시 이겨 거국 내각을 실현하겠다’는 네타냐후의 꿈은 허상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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