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계열 수험생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고등학교 내신에서 각각 선택하는 과학탐구 과목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관측된다. 학교 수업은 정성평가인 학생부종합전형 등을 고려해 다양하게 이수하지만, 수능에서는 등급을 받기 쉬운 과목으로 몰리는 입시 전략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29일 입시전문업체 진학사가 내신과 수능 성적을 모두 입력한 자연계열 학생 3만2566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학교에서 ‘화학Ⅰ’을 이수한 학생은 전체의 90.8%로 가장 많았다. 이어 생명과학Ⅰ(84.8%), 화학Ⅱ(71.6%), 물리학Ⅰ(69.8%), 지구과학Ⅰ(61.5%) 순으로 조사됐다.
◆ 고교 내신은 화학이 대세, 수능 응시율은 지구과학이 압도
그러나 실제 수능 시험장에서는 이와 완전히 다른 양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학교 이수율이 가장 낮았던 ‘지구과학Ⅰ’은 2026학년도 수능에서 응시율 59.1%를 기록하며 과학탐구 여덟 과목 중 1위를 차지했다.
반면 학교 이수율 1위였던 ‘화학Ⅰ’의 수능 응시율은 10.9%에 그치며 최하위권으로 떨어졌다. 학교 이수율 3위였던 ‘화학Ⅱ’ 역시 수능 응시율은 2.7%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 내신 이수자 중 수능까지 가져가는 비율도 극과 극
내신으로 배운 과목을 수능 시험까지 그대로 선택하는 비율에서도 격차가 뚜렷하다. 지구과학Ⅰ은 내신 이수자의 75.6%가 수능에서도 같은 과목을 선택한 반면, 화학Ⅰ은 내신 이수자의 11.9%만 수능에 응시했다. 화학Ⅱ는 이 비율이 3.4%쯤으로 떨어졌고, 물리학Ⅰ 역시 31.1%에 머문 것으로 조사됐다.
입시 업계에서는 수험생들이 한 과목을 꾸준히 공부하는 효율성보다 성적 확보가 용이한 과목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학교에서는 학생부 관리를 위해 다양한 과목을 듣지만, 수능에서는 학습 부담이 적고 고득점이 유리한 과목을 전략적으로 고른다는 관측이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자연계에서 사탐을 선택하는 ‘사탐런’ 외에도, 과탐 응시자 내부에서 성적 확보에 유리한 과목을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라며 “수험생들의 과목 선택이 학교 수업의 연장선보다 철저히 입시 전략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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