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찾아온 무더위에 유통업계의 여름 장사도 빨라지고 있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기 전부터 얼음과 차가운 음료 수요가 급증하자 편의점들은 생산과 배송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패션업계도 냉감 의류 상품군을 넓히며 길어진 여름에 대응하고 있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주요 편의점의 지난달 얼음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GS25의 5월 얼음컵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4.5% 늘었다. 봉지얼음 매출도 42.8% 증가했다. CU와 세븐일레븐의 얼음컵 판매 역시 30% 안팎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내수 부진으로 소비 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도 기온 변화에 직접 영향을 받는 계절 상품은 뚜렷한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편의점 업계는 얼음 공급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생산과 물류 체계를 성수기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CU는 여름철 얼음 수요 증가에 대비해 협력사의 생산 공장을 야간까지 가동하고 있다. 기존 주 6일이던 얼음 배송도 주 7일 체제로 전환했다.
얼음과 컵음료는 당일 기온에 따라 판매량이 크게 달라진다. 예상보다 더운 날이 이어지면 일부 점포에서 품절이 발생할 수 있어 생산부터 배송까지 공급 주기를 단축한 것이다.
세븐일레븐은 얼음 상품의 종류를 늘렸다. 일반 컵얼음과 대용량 제품뿐 아니라 공 모양의 얼음을 담은 ‘빅볼 얼음컵’, 레몬 조각을 넣은 플레이버 얼음컵 등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탄산수를 얼린 ‘스파클링아이스컵’을 추가로 선보였다. 음료를 부어 먹는 기존 얼음컵과 달리 얼음 자체에 탄산감을 더해 즉석 음료 수요를 겨냥했다.
복날 상품과 제철 과일 출시 시점도 앞당겼다. 세븐일레븐은 하림과 협업한 ‘세븐셀렉트 영양반계탕’을 예년보다 일찍 출시하고 생산 물량을 지난해의 2배로 늘렸다. 천도복숭아와 애플수박 등 여름 과일도 조기에 매대에 올렸다.
편의점 관계자는 “얼음은 기온이 조금만 올라도 판매량이 즉각 증가하는 대표적인 날씨 상품”이라며 “무더위가 길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생산 업체와 물류센터, 점포의 재고 상황을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패션업계도 여름 상품 판매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과거 냉감 의류가 아웃도어 활동복이나 기능성 속옷에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셔츠와 재킷, 데님, 슬랙스 등 일상복으로 범위가 넓어졌다.
블랙야크는 접촉 냉감 소재와 자외선 차단 기능을 적용한 ‘에어로프레쉬’ 제품군을 판매하고 있다. 반팔 티셔츠와 셔츠, 재킷 등 야외 활동과 일상에서 함께 입을 수 있는 제품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네파는 냉감 의류를 ‘컴포’, ‘아이스테크쉘’, ‘시어서커’, ‘아이스테리’ 등 기능과 착용 환경에 따라 세분화했다. 활동성이 필요한 야외용 제품부터 출퇴근 때 입을 수 있는 일상복까지 선택지를 넓혔다.
K2는 냉감 기능을 강조한 ‘오싹’과 시어서커 소재를 적용한 ‘시원서커’ 제품군을 내놨다. ‘오싹’ 일부 제품에는 열을 흡수하거나 방출해 온도 변화를 줄이는 상변화물질인 PCM이 적용됐다.
SPA 브랜드의 경쟁도 치열하다. 유니클로는 땀을 빠르게 말리고 옷 안의 습기를 줄이는 ‘에어리즘’을 속옷에서 티셔츠와 외출복으로 확대하고 있다. 스파오는 자체 냉감 상품군인 ‘쿨테크’를 운영하고 있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올해 ‘쿨탠다드’ 제품군을 반소매 티셔츠와 셔츠뿐 아니라 데님, 블레이저, 슬랙스 등으로 구성했다. 냉감 의류를 여름철 출근복이나 일상복으로 활용하려는 수요를 겨냥한 것이다.
유통업계는 이른 더위가 일시적인 판매 증가에 그칠지, 여름 내내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 날씨에 따라 수요가 급변하는 상품은 재고가 부족하면 판매 기회를 놓치지만 과도하게 확보하면 재고 부담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여름이 일찍 시작되고 더위가 늦게까지 이어지면서 성수기를 특정 시기에만 맞추기 어려워졌다”며 “기온과 판매 데이터를 바탕으로 생산과 배송 물량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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