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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교민들은 물론 멕시코인들의 바람도 저버린 홍명보호의 ‘남아공 쇼크’의 상처는 컸다...“속상해 죽겠네. 당장 잘라야지” [남정훈 기자의 올라!메히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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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레이=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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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레이=남정훈 기자] “꼬레아, 꼬레아”

 

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최종전이 열린 지난 25일(한국시간) 멕시코 누에보레온주 몬테레이의 몬테레이 스타디움. 킥오프 세 시간 전, 게이트가 오픈되자 빨간 유니폼과 초록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물밀 듯이 밀려들어왔다.

 

태평양 건너 이역만리 땅이지만, 이곳은 마치 서울을 방불케 했다. 태극기를 두른 한국 팬들은 물론 초록 유니폼을 입은 멕시코인들도 너도 나도 “꼬레아, 꼬레아”를 외쳐댔다. 흡사 과달라하라에서 펼쳐진 체코와의 1차전마냥 멕시코인들은 일방적으로 한국을 응원하는 모습이었다. 개최국 멕시코와의 2차전을 빼면 한국은 조별리그 1,3차전을 사실상 홈에서 치른 셈이다.

 

한국이 몬테레이에 넘어오기만을 손꼽하 기다렸다는 리카드로 로드리게스(19)는 한국을 응원하는 이유에 대해 “한국 문화와 사람, 한국이 우리 멕시코를 대하는 방식이 좋아서 한국을 진심으로 사랑한다. 한국인과 멕시코인은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면서 “손흥민과 이강인의 팬이다. 오늘 두 선수가 한국의 승리를 가져왔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몬테레이에 있는 현대차 협력업체에서 일을 배우고 있다는 후안 카를로스(22)는 아예 한국 유니폼을 입고 응원전에 나서는 모습이었다. 그는 “시장에서 200페소(약 1만8000원)를 주고 한국 유니폼을 샀다. 가족 4명이서 2만페소(약 180만원)를 들여 오늘 경기를 보러왔다. 전혀 아깝지 않다. 현대차 덕분에 기술을 배우고 있어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이날 ‘붉은 악마’ 500여명, 교민 약 1500명 등 2000명 이상의 한국인들이 경기 전부터 멕시코인들과 한데 어우러져 응원전을 펼치는 모습이었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몬테레이로 날아온 심지혜(41)-김시헌(11) 모자는 “한국이 오늘 이기거나 비겨서 조 2위로 32강을 진출하고, 32강전도 이기면 휴스턴에서 16강전을 하는 일정이더라. 반드시 휴스턴까지 우리 대표팀이 왔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드러냈다.

 

특유의 쾌활함으로 태극기를 들고 연신 멕시코인들과 사진 촬영에 응하던 1999년생 동갑내기 친구 사이인 연은찬, 조이수씨는 “홍명보 감독이나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실망감이 다소 있었지만, 막상 월드컵이 시작되니 참을 수가 없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여행을 하다 3차전을 보러 몬테레이로 왔다”면서 “한국이 월드컵에서 한 경기에 세 골을 넣은 적이 없다고 들었다. 그래서 오늘 한국이 3-0으로 이겼으면 한다”고 홍명보호의 선전을 응원했다.

 

24일(현지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3차전 한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기. 홍명보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며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
24일(현지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3차전 한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기. 홍명보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며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

한국과 멕시코인들의 간절한 바람에도 불구하고...홍명보호는 역대급 졸전으로 0-1로 패하고 말았다. 비기기만 해도 A조 2위를 차지할 수 있었지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경기력으로 일관한 끝에 패하면서 다른 나라들의 경기를 지켜봐야만 하는 처지에 몰렸다.

 

이튿날부터 몬테레이에서 만난 멕시코인들과 한인 교민들은 본 기자에게 대체 무슨 일이냐며 따져 묻기도 하고, 위로를 건네기도 했다.

 

24일(현지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3차전 한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기.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에서 박진섭, 이기혁 등이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
24일(현지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3차전 한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기.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에서 박진섭, 이기혁 등이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

 

몬테레이 광장으로 나가는 택시를 탑승하자 기사는 대뜸 “한국이 축구를 잘 하는 나라인데, 도저히 어제 경기는 이해가 안 되더라. 그래도 아직 32강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니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장에서 만난 한 멕시코인은 먼저 다가와 “한국 감독이 대체 손흥민을 왜 선발에서 뺀 것이냐. 한국이 보유한 최고의 선수를 선발 라인업에서 빼다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홍 감독조차 제대로 설명하는 남아공전의 졸전의 이유를 본 기자가 알 리가 있다. 그저 “고맙다”라는 인사와 씁쓸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26일 밤, LG 공장과 협력업체들이 모여있는 몬테레이 지역의 한식당을 찾았다. 70세가 가까운 노령의 이모씨는 본 기자 일행이 모두 한국에서 온 취재진임을 알자 다가와 답답함, 아니 분노에 가까운 감정을 쏟아냈다. 그는 “어제 식당 문을 닫고 가족들과 경기장을 찾았다. 티켓값에 하루 식당을 문 닫아서 본 손해금까지 합치면 거의 1000만원 가량을 남아공전 관람에 돈을 쓴 셈”이라면서 “그렇게 돈을 들여서 가서 보는 데, 보는 내내 ‘이럴 수가 있나’ 싶더라. 괜히 갔다. 그럴 줄 알았으면 식당 문을 열고 장사하면서 식당에서 경기를 볼 것 그랬다. 기자님들이라고 하니 홍명보 감독을 만나면 대체 왜 그랬냐고 좀 물어봐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이강인이 24일(현지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3차전 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경기에서 패배하자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뉴스1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이강인이 24일(현지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3차전 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경기에서 패배하자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씨에게 한인 사회의 반응을 묻자 “말할 게 있나. 다들 밤새 술마셨지. 조국의 경기를 몬테레이에서 한다고 해서 다들 설렜는데, 이 정도로 최악의 경기를 했으니 다들 너무나 속상했지. 미국에서도 경기보겠다고 날아온 교민들도 상당히 많은데, 다들 밤새 술 퍼마셨지...”라고 교민들이 받은 상처를 대신 전했다.

 

본 기자가 “사장님, 혹시나 만에 하나라도 32강 토너먼트에 가면 홍명보 감독은 내년까지 되어 있는 계약을 이어가도 될까요?”라고 묻자 이씨는 연신 손을 목에 그으면서 “무슨 소리야. 이번 월드컵 끝나면 바로 잘라야지. 32강 간다고 한들, 그게 우리 힘으로 간 건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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