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제외는 감독에게 미리 들어
경기장 밖에서 보는 것 힘들었다”
비기기만 해도 조 2위를 확정할 수 있는 상황에서 그라운드 위 모든 선수가 너나없이 무거운 발놀림은 물론 끝까지 해보려는 투지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그야말로 ‘남아공 쇼크’라 불러도 반박할 수 없을 정도의 완패이자 충격패다.
남아프리카공화국전이 0-1 패배로 끝난 뒤 대표팀 선수들은 고개를 푹 숙이고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지나갔다. 설영우, 이강인, 김민재, 황희찬, 황인범 등 주축 선수들은 취재진과 이날 패배에 대한 이유와 경기 상황 등을 설명했다. 믹스트존 인터뷰가 마무리되고, 선수단 버스가 떠났음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선수가 있었다. 이날 전격적으로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던 ‘캡틴’ 손흥민이다. 무작위로 돌리는 도핑테스트 대상자로 선정된 손흥민은 도핑 절차를 다 거치느라 한참이나 늦게 믹스트존 인터뷰에 나섰다.
손흥민은 선발 명단 제외에 대해 “경기 전에 감독님께서 미리 말씀해주셨다”라고 설명한 뒤 “따로 말씀드릴 부분이 있을까 싶다. 팀이 패배하는 것을 지켜보고, 경기장에서 많이 돕지 못한 게 아쉽고 미안한 마음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32강 토너먼트 진출을 자력으로 확정짓지 못하고 다른 조의 결과를 끝까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에 대해 “안타깝다고 해야 할지 아깝다고 해야 할지 아이러니하다. 32강 진출을 다른 팀의 손에 맡기는 건 원치 않은 상황이었다. 많은 선수들이 노력한 부분에 대해 결과가 나오지 못했다. 우리 손을 떠났고 어떤 결과라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하는 게 어색할 법하지만, 손흥민은 전반전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때 후배들을 적극적으로 다독였다. 주장다운 품격이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손흥민은 “경기를 뛰는 것도 힘들지만, 밖에서 보는 것도 참 힘들더라. 심플한 조언을 해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홍명보호는 몬테레이의 무더위에 영향을 받은 듯, 전체적으로 발놀림도 무겁고 패스 미스 등 기본기에서 무너지는 모습이 자주 나왔다. 손흥민은 “우리만 이 날씨에 하는 게 아니고 똑같은 환경에서 경기를 했다”며 “그런 걸로 원인을 돌려서 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후반전 45분 동안 체코-멕시코전에서 뛴 원톱 스트라이커 자리가 아닌 왼쪽 윙포워드로 나선 것에 대해선 “들어갈 때부터 어느 포지션에서 어떻게 뛰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감독님이 특별히 주문하지 않아도 선수로서 해야 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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